'애니메이션 명가' 픽사의 위기, 새 IP 구축이 어렵다 [D:영화 뷰]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7.07 14:01  수정 2025.07.07 14:01

픽사의 신작 ‘엘리오’(Elio)가 흥행 참패를 기록했다. 개봉 첫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084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전 세계 수익으로는 약 14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픽사 역사상 최악의 오프닝 기록이다. '엘리오'는 지구에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가는 외톨이 소년 엘리오가 외계 행성 '커뮤니버스'로 소환되며 겪는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픽사의 위기는 일찌감치 이어지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울'(2020), '루카'(2021), '버즈 라이트이어'(2022), '엘리멘탈'(2023) 등 다양한 신작을 선보였지만 이중 '소울'과 '루카'는 스트리밍 공개로 방향을 틀었고, 팬데믹 이후 극장에서 처음으로 개봉한 작품인 '버즈 라이트이어'는 픽사의 대표 IP임에도 개봉주 주말까지 사흘간 최소 7000~8000만 달러 수익을 낼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5100만 달러를 버는 데에 그치며 저조한 성적을 냈다. '엘리멘탈'의 경우 '엘리오' 이전 역대 픽사 애니메이션 중 최저 오프닝 스코어(2950만 달러)를 낸 작품이다.


새 IP가 관객에게 통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 때문이다.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의 폭이 넓어진 만큼 관객은 새로운 세계관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며, 팬데믹 이후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진 만큼 복잡하고 철학적인 구조를 기피한다.


이로 인해 기존의 IP를 사용한 리메이크 작품이 흥행를 이어간다. '드래곤 길들이기'와 '릴로 앤 스티치'가 대표적이다. 특히 '릴로 앤 스티치'는 동시기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제치고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역대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 중 세 번째로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산하고, 경제가 불안정한 시기인 만큼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티켓 구매 비용이 그만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확신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지난해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2'다. 전작이 2015년 전세계 박스오피스 6위를 차지했으며, 역대 픽사 영화 중 전세계 흥행 3위를 차지한 만큼 '인사이드 아웃2'는 역대 전세계 박스오피스 9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픽사가 새로운 IP 구축에 연이어 실패하는 상황이, 콘텐츠 업계에서 ‘새 IP 구축의 어려움’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새 IP 구축에 성공한 사례는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공개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헌터스'는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서비스 국가 중 26개국에서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했고, 공개 4일 만에 41개국에서 1위를 달성했다. OST 앨범마저 지난달 23일 미국 아이튠즈 앨범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결국 가족단위 관객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낯선 서사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직관적인 감정선과 음악·연출 등 몰입을 돕는 감각적인 요소가 중요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향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콘텐츠가 경쟁력을 얻기 위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결국 제작자가 대중에게 낯선 세계를 익숙하게 설득해야 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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