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장관 후보자 "적극적 검토"
통일부 개명시 논란 불거질 가능성 커져
내부서도 우려 목소리…"신중히 판단"
전문가 "섣부른 변화 모색 적절치 않아"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통일부 명칭 변경 검토 발언에 논란 등 부작용이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남북관계에 걸맞은 이름을 찾아보겠다는 골자지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를 규정한 북한이 사실상 남북 대화에 문을 닫고 있어 부처 간판을 변경할 경우 북한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25일 관가에 따르면 정동영 후보자는 전날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에서 취재진과 만나 "평화와 안정을 구축한 토대 위에서 통일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에 통일부 명칭 변경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평화를 정착하는 것이 5000만 국민의 지상명령이고 지상과제"라며, 독일의 브란트 정권이 한국의 '통일부' 명칭에 해당하는 '전독부'를 동·서독관계부를 뜻하는 '내독부'로 변경한 것을 예로 들어 "통일은 마차이고 평화는 말에 해당하는데 마차가 말을 끌 수는 없고 말이 앞에 가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을 지향하기보다는 통일 전 독일을 벤치마킹해 남북관계를 관리하며 이재명 정부의 통일 정책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23년 4월 남북 연락채널을 일방적으로 차단한 바 있다. 이어 그해 12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은 "더 이상 동족관계·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고착화된다"고 선언했다.
특히 '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혀 분단을 영구화하려는 모습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정 후보자는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통일부도 부처명에서 '통일'을 뺄 필요가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정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가 통일부의 남북 회담, 교류협력, 개성공단 지원 등 조직을 남북관계관리단으로 통폐합해 축소한 데 대해 "비정상"이라고 비판한 뒤 "통일부도 역할과 기능·위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남북관계가 지난 6년간 완전히 단절된 상태가 "비정상"이라며 "단절된, 소통 부재의 상황을 해소하는 것이 (통일부의) 첫 번째 과제"라고 말했다.
앞서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19일 통일부 업무 보고에서 통일부 명칭에서 '통일'을 빼고 다른 명칭으로 바꾸는 문제에 대한 통일부 입장을 물은 바 있다.
또 지난 대선을 전후해 남북 교류협력 민간단체 등 일부 단체는 꾸준하게 통일부를 '남북관계부' '남북교류협력부' '남북평화협력부' 등으로 바꾸자고 주장해 왔다.
이같은 통일부 명칭 변경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통일부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헌법 제4조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정부의 임무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배타적인 통일관 보다는 '평화 통일'의 상징성은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직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부가 '통일'을 빼버리게 되면 북한이 선언한 '두 국가론'을 수용하는 꼴이 될 수 있다"며 "통일부 내부에서도 명칭 변경에 대한 찬반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의 눈치를 보고 명칭을 변경했냐는 비난을 받게 될까 우려스럽다"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새 정부의 '실용주의'와 거리가 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문가들도 통일부 명칭 변경에 정치·외교적 논란 소지와 오히려 기존의 방향성이 분산되거나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일부라는 이름을 지금 시점에서 바꾸면 안 된다고 본다"면서 "북한이 전혀 한국과의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상황에서 섣부른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명칭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에 일관된 정책이 없었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라며 "(명칭 변경에 대한) 불필요한 공방을 왜 하는지, (명칭 변경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통일부를 평화협력부로 변경하려면 통일을 삭제하는 헌법개정이 우선"이라며 "주적론처럼 정권 교체마다 평화, 통일 명기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의 초창기에는 내란종식·민생회복·국민통합이라는 선택과 집중에서 통일부 명칭 변경 문제로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만약 가칭 남북협력부·평화협력부·남북관계부·한반도부로 변경된다면, 보수·민주정부, 북한의 대남관계 변화 시마다 통일부는 '동네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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