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하고 심오한, '28년 후' [볼 만해?]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6.21 10:29  수정 2025.06.21 10:29

다음 시즌을 위한 차분한 빌드업이다. 이로 인해 좀비물이지만 다소 정적인, '28년 후'다.


ⓒ소니 픽쳐스

19일 개봉한 '28년 후'(대니 보일 감독)는 28년 전 시작된 바이러스에 세상이 잠식당한 후, 일부 생존자들이 철저히 격리된 채 살아가는 홀리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소년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 분)가 난생 처음 섬을 떠나 바이러스에 잠식당한 본토에 발을 들인 후 진화한 감염자들과 마주하며 겪는 극강의 공포를 담은 이야기다. 2002년 개봉한 '28일 후'의 후속작이다.


영화는 단순한 좀비물이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들여다 보면 조금 더 심오하다. 작품 배경인 홀리 아일랜드는 브렉시트 이후 EU와 단절된 영국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그려낸다. 팬데믹으로 격리되어야 했던 전세계인들의 삶을 비추기도 한다. 또 인간성을 상실한 감염자와 생존자가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공격하고, 공격 당하지 않기 위해 밤을 새우는 장면은 묘하게 현대인의 삶과 닮아있기도 하다.


작품 속 은유 외에 직관적으로 관람하기에도 좋다. 좀비의 진화를 통해 '느린 좀비'와 '집단 좀비' 그리고 집단의 리더 격인 '알파'가 시각적 충격과 함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준다. 게다가 음향 효과마저 적절한 시기에 터지니, 다음 장면이 예상 되는데도 깜짝 깜짝 놀란다. '알파'의 가공할 만한 공격성과 위력 또한 공포심을 자극하는데, 특히 머리를 비틀어 척추뼈까지 뽑아 올리는 장면은 잔혹성의 정점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미국 배우 테일러 홈스가 낭독한 러디어드 키플링의 시 '부츠' 음성을 삽입하거나, 영국군의 행진 장면을 교차하고, 사냥 장면에서 화면이 멈추며 영화 특유의 기이한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다만 극 말미 갑작스럽게 모성애를 강조하는 장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주인공과 아버지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음새도 다소 헐겁다. 가족애와 주인공의 심리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만큼 긴장감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대니 보일 감독은 화상 간담회를 통해 "첫 번째 영화가 '가족의 본질'을 다뤘다면 두 번째 영화는 '악의 본질'에 대해 다룬다. 첫 영화와는 아주 다른, 훨씬 위험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별도의 쿠키 영상은 없으나 마지막 장면을 통해 다음 편의 존재를 알려준다. 러닝타임 115분.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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