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키크림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콘텐츠 스타트업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론치패드’의 미국 권역 참가기업으로 선정됐다. 정키크림의 크리에이티브 총괄을 맡고 있는 Chrome & GLITCH 프로듀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NTERVIEWER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론치패드'는 경쟁률이 꽤 치열한 프로그램으로 알고 있어요. 이 결과, 두 분에게는 어떤 의미였나요?
GLITCH
저희한테는 정말 상징적인 순간이었어요. 단순히 '선정됐다'는 결과보다, 저희가 설계해온 세계관과 감정 중심의 기술 접근이 글로벌 무대에서 의미 있게 받아들여졌다는 점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미국은 이미 AI 활용이 고도화된 시장이잖아요. 그런 곳에서 “이런 방식으로 AI를 다루는 팀이 한국에 있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는 건 진짜 영광이었죠. 그리고 이게 운이라기보단, 저희가 계속 다듬어 온 AI 프로세스가 진짜 통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기회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열어주신 콘진원 관계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CHROME
네, 맞습니다. 미국은 콘텐츠든 기술이든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니까요. 그런 시장에서 정키크림이 선택을 받았다는 건, 저희가 그동안 실험하듯 해왔던 것들이 이제 하나의 ‘기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을 줬어요. 이번 선정이 저희 IP가 가진 무게감과 방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순간이기도 하고요. 정키크림이라는 작은 배에 정말 강력한 엔진이 달린 기분이었죠.
INTERVIEWER
그 말씀을 들으니, 정키크림이 지향하는 방향이 더 궁금해집니다. 정키크림만의 가장 큰 강점, 뭐라고 생각하세요?
CHROME
저희는 콘텐츠를 대량 생산하는 공장이 아니에요. 감정을 설계하고, 그 감정을 기반으로 IP를 만들어내는 창작 집단입니다. 요즘 세상은 기술보다 감각이 더 중요하잖아요. BRAZY의 퍼포먼스나 OCEAN의 서사, 시각적인 요소나 음악까지—모두 감각에서 출발했어요. 그리고 이미 키즈 애니메이션부터 AI 영화, 성인 타깃 콘텐츠까지 확장 가능한 로드맵도 구축해뒀습니다.
GLITCH
그리고 이 모든 걸 저희가 단 4명으로, 외주 없이 직접 만들었다는 게 핵심이에요. AI 기반의 실시간 콘텐츠 제작,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비주얼 구현, 음악, 안무, 캐릭터—all in-house예요. 이건 단순한 자립이 아니라, 창작 감정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이죠. 전 세계 어디에도 없던 프로세스를 저희가 직접 실행하고 있는 거구요. 기술은 언제든지 새로 도입할 수 있어요. 하지만 감각 있는 사람은 쉽게 만날 수 없거든요. 저희는 그 운을 가졌다고 생각해요. 감각, 기술력, 속도—all 경쟁력입니다.
INTERVIEWER
최근 키즈부터 성인 대상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IP도 개발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캐릭터들이 있나요?
CHROME
디즈니, 픽사, 마블 그 어디보다도 독창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올해는 다섯 가지 오리지널 KIDS 라인업을 먼저 테스트 중입니다. 라인업은 △Monster Street: 세상에 버려졌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몬스터들 이야기 △Dyno School: 멸종된 공룡들이 감정과 기억을 배우는 학교 △Blades Fight: 고철 속에서 감정을 회복해가는 로봇들 이야기 △Blue Monster Red: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면 사라지는 세계에서 진짜 마음의 색을 찾아가는 여정 △Glow: 외모는 우스꽝스럽지만 마음속 외로움을 빛으로 풀어가는 로봇의 이야기 등입니다.
2026년부터는 12개 이상의 캐릭터와 단편 애니메이션도 함께 준비 중입니다.
GLITCH
그리고 성인 타깃 애니메이션인 *‘언리미터블’*도 개발 중이에요. 넷플릭스 시리즈 ‘러브데스로봇’을 능가하는 퀄리티를 목표로 하고 있고, 독일 캐릭터 페어 참가, 완구 기업과의 사업권 계약, 애니메이션 MOU까지도 추진 중입니다.
INTERVIEWER
정키크림의 기술 시스템이 굉장히 독특하다고 들었어요. 그 이야기도 조금 해주실 수 있을까요?
GLITCH
저희는 단순한 버추얼 아티스트 제작사가 아니에요. AI 감정 밀도 조절, 실시간 퍼포먼스 시스템, 음성 합성, 인터랙티브 3D—all-in-one으로 구현 가능한 풀스택 구조를 갖추고 있어요. 실제로 단 3개월 만에 앨범, MV, 티저, 숏폼까지 120개 넘는 콘텐츠를 제작해냈고, 이건 시스템적으로 완전히 검증된 프로세스입니다. 매 앨범마다 가장 최신 AI/툴을 테스트하고 적용하는 게 기본 원칙이에요. BRAZY의 첫 앨범에서 쓴 기술들은 이미 지금은 안 씁니다. 구식이 돼버렸으니까요.
CHROME
기존 방식은 분업화에 의존하지만, 저희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감정 그래프 안에서 돌아가요. 그래서 그 결과물엔 생명감이 있어요. 많은 기업이 플랜만 이야기할 때, 저희는 이미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놓고 움직여요. BRAZY가 그 첫 공개였고, 저희는 이걸 미국에서도 계속 보여드릴 거예요. 지금까지 대기업 프로세스가 필요하지 않았던 이유—단 4명이 이 모든 걸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INTERVIEWER
진짜, 단 4명이서 시작한 거 맞나요? 처음엔 어땠는지 궁금해요.
CHROME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컴퓨터도 없었고, 사무실은 장마에 물에 잠겨 있었고요 ㅎㅎ 크롬과 글리치, 둘이서 시작했습니다. 투자도 없고, 외부 도움도 없었죠.
GLITCH
AI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시절이었어요. 2022년 우연히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대부분의 업무가 AI로 대체 가능한 걸 직접 경험하게 됐어요. 그게 기회였고, "우리도 직접 해보자"는 생각이 정키크림의 출발점이었습니다. 4명이니까 빠르게 결정했고, 조직 내 정치 없이 오롯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이번 론치패드는 그런 저희의 결과물을, 진심을 알아봐주신 거라고 느껴요.
INTERVIEWER
그 과정을 들으니 더 궁금해지는데요. 준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CHROME
2024년 10월, 첫 결과물인 단테의 ‘PARADOX’ 앨범과 MV를 USB에 담아서 무작정 미국으로 갔어요. “선배들도 다 그렇게 시작했잖아”라는 심정이었죠 SONY, HIVE USA, AVEX USA 등 주요 엔터사 앞까지 찾아갔는데, 대부분은 미팅 없이 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경비실이나 우편함에 USB만 놓고 돌아오기도 했어요. 그때 LA 저녁노을을 보며 먹었던 햄버거, 지금도 잊지 못해요.
GLITCH
SONY에서의 장면은 정말 잊지 못해요. 경비가 엄청 엄격해서 주차장도 나갈 수 없는데, 우연히 한 멋진? 남자를 만났고 그 사람에게 “혹시 소니 직원이세요?”라고 물었는데 알고 보니 SONY MUSIC USA의 부사장이셨어요. “너희 제대로 찾아왔네”라며 USB를 받아주시더라고요. 정말 영화 같은 순간이었죠.
INTERVIEWER
마지막 질문입니다. 미국 시장에서 정키크림이 그리고 있는 비전이 있다면요?
GLITCH
미국은 저희가 만든 ‘새로운 언어’를 가장 먼저 이해할 수 있는 시장이에요. AI는 전 세계적 흐름이지만, 감성적으로 K-POP을 해석해내는 방식은 아직 흔치 않거든요. 저희는 그 결과물을 갖고 있고, 이제 보여줄 준비가 돼 있어요.
CHROME
정키크림은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은 콘텐츠 브랜드예요. 이번 론치패드는 저희 여정의 시작이고, 우리는 더 이상 가능성에 머무르지 않을 겁니다. 기술과 감정, 서사가 하나로 어우러진 이 새로운 언어가, 결국 전 세계 콘텐츠 산업의 기준이 되리라고 믿어요. 그리고 그날까지 계속 도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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