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재판 연속 중지'에 '대여 투쟁'
혁신안 둘러싼 내홍 커지면서 효과 '뚝'
'대여 강공 효과 발휘 여부'에 회의감 나와
차기 원내·당지도부 공세 전략 요구 커져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의 1호 법안으로 '3대 특검법'이 공포되고, 법원이 이 대통령 재판 일정을 줄줄이 연기하자 대여(對與) 공세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당내 갈등 속 대여 투쟁은 큰 효과를 내기가 어려운 만큼, 당 안팎에선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 능력의 상실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헌법 파괴 저지를 위한 의원총회'를 열고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을 결정한 사법부를 향해 질타를 가했다. 이 자리에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함께 했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일주일이 지났을 뿐인데 대한민국 사법 체계는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흔들리고 있다"며 "이 대통령이 탐했던 권력의 진짜 목적은 국가도, 국민도 아니라 오직 자신의 사법리스크 방탄이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은 태생부터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고 훼손된 법적 정통성을 만회하기 위해 사법부를 압박하며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는데 이를 국민들이 보고 있다"며 "당장 본인의 임기를 위협하는 사법 리스크가 사라졌다고 생각하겠지만 국민 마음속에는 이 대통령의 법적·도덕적 권위도 무너졌다"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이 장외로 나아가 적극적인 대여 투쟁에 나선 건 대선 패배 이후 처음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라 적극적인 공세를 자제하는 이른바 '허니문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계파 갈등에 매몰돼 대여 투쟁에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의식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적극적인 공세는 지난 9일부터 본격화됐다.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힌 권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가급적 말을 아끼려 했지만,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무기한 연기 소식을 듣고 대여 비판에 조금도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심정으로 발언하게 됐다"며 "이 대통령은 죄가 없다면 당당하게 재판에 임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또 권 원내대표는 지난 10일엔 원내대표로서 마지막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이 대통령을 향한 공세를 더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공세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대여 공세의 강도를 떠나 당내 갈등 상황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어, 국민의 이목을 대여 공세로 끌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실제로 오전까지만 해도 서울고법 앞에서 한 목소리를 낸 김 비대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오후에 접어들자마자 갈등을 표출했다. 당초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2시 의총에서 김 비대위원장의 임기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개혁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의총 불과 40분 전에 권 원내대표가 이를 전격 취소했다.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권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재판 중단을 비판하는데 당력을 집중해야 하는데 의총에서 다양한 의견이 분출하면 당이 분열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의총 취소 사유를 설명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즉각 페이스북에 "사전 협의도 없이 의총이 취소됐다"며 "의총에서조차 개혁안 논의를 막는 현재의 당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반발했다. 재차 당내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당내에선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오전에 현장까지 같이 가서 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오후에 의총 갖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면 진정성이 생기겠느냐"라며 "당이 혁신을 못하고 있는데 대통령과 여당의 잘못을 지적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호응해주실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입법을 강행해도 국민의힘 차원에서 이를 저지할 수단은 물론,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최종 보루도 없는 상황에 대한 깊은 무력감이 감지되고 있단 점이다.
특히 이 같은 무력감은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된 '3대 특별검사법(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법)'에 손도 쓰지 못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며 더 커지는 모양새다. 3대 특검법은 민주당이 새 정부 출범 이틀 만인 지난 5일 국민의힘과의 협의조차 없이 강행 통과시킨 법안이다.
3개 특검 모두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1명씩 2명을 추천하면 이 대통령이 3일 이내에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추천 과정에서조차 아예 배제된 상황이다. 더군다나 여권은 3대 특검에 수사 인력 총 577명을 투입하고, 최장 140일간 수사할 수 있게 하면서 국민의힘을 압박하겠단 의도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이처럼 '3대 특검법'이 통과와 공포를 거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손을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표결 당시 본회의에 불참하는 것으로 불만을 표시했을 뿐, 이후 지도부의 공개 언급이나 대변인단의 논평은 내놓지 않았다. 오직 박수민 원내대변인만이 지난 10일 논평 하나를 내 "민생을 젖혀두고 특검법부터 공포하는지, 정쟁과 사정 정국 말고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을 뿐이다.
당내에선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우려가 감지되고 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허니문 기간이라 정권 초반 너무 강한 반박에 나서지 않겠단 의도는 잘 알겠지만, 그래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움직임 정도는 있었어야 했다고 본다"며 "다음 원내대표가 누가 됐건 간에 정부·여당을 확실히 견제할 수 있는 전략을 가지고 있어야만 당내 반발을 직면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