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으로 분출한 햄릿의 광기, 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 [D:헬로스테이지]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6.11 08:46  수정 2025.06.11 08:46

6월 28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

세계적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전 희곡 ‘햄릿’은 록 콘서트로, 그리고 비극의 주인공 햄릿은 록커가 된다. 다소 엉뚱한 이 상상은, 지난달 16일부터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 무대에 올려진 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 더 콘서트’에서 현실이 됐다.


ⓒ이모셔널씨어터

작품은 12세기 덴마크 왕가를 배경으로 선왕인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해 왕위에 오른 숙부를 향한 복수심과 도덕적 신념 사이에서 고뇌하는 햄릿 왕자의 여정을 다룬다. 기본적인 내용은 원작을 벗어나지 않지만, 이를 표현해내는 방식은 ‘완전히’ 새롭다.


기존 ‘햄릿’이 다수 인물 사이의 갈등을 통해 서사를 전개했다면, 이 작품은 오롯이 햄릿 단 한 명에 집중해 그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목소리’를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복수심, 사랑, 죽음, 존재론적 질문까지 햄릿을 짓누르는 번뇌는 록 음악의 격정적인 선율과 만나 더 깊이 있고, 강렬하게 전달된다.


특히 음악은 김성수 음악 수퍼바이저에 의해 일렉트로닉, 하드록, 글램록 등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이 인더스트리얼 록 형식으로 편곡돼 약 20곡의 넘버에 역동성과 개성을 더했다는 평이다. 실제 공연에는 라이브 밴드가 함께 무대에 배치되는데, 이 음악들 덕에 햄릿의 심장 박동을 함께 느끼는 듯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혁신적인 지점은 AI가 극작과 작곡 과정에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기존 창작 과정에 AI 기술을 접목하여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감행하며 예술과 기술의 융합의 결과를 만들어낸 셈이다. 멜로디와 코드 진행 등 AI가 생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인간 창작자들이 다듬어 완성도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모셔널씨어터

새로운 음악으로 청각적 몰입감을 높였다면, 미로처럼 배치된 20여 개의 LED 패널과 조명 등도 햄릿의 복잡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요소다.


무대에는 옥주현, 신성록, 민우혁, 김려원 등 대한민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베테랑 배우들이 번갈아 오른다. 햄릿의 목소리를 빌려 삶과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 고뇌를 이야기하는 작품인 만큼, 배우의 성별과 나이의 한계를 두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다만 1인극의 특성상 배우 한 명이 무대를 끌어가야하는데, 옥주현의 경우 폭넓은 음역대의 넘버를 너끈히 소화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록 장르의 곡에선 다소 편차가 느껴진다. 그간 대극장 주인공으로 무대에 서왔던 옥주현에게도 1인극은 큰 도전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가창력에 있어선 논할 여지가 없지만, 장르적 이질감에 가사·대사 전달력까지 떨어지면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보이스 오브 햄릿’은 고전의 틀을 깨고 새로운 시도로 가득 찬, 셰익스피어의 깊이 있는 메시지를 현대적인 감각과 첨단 기술로 재해석한 새로운 형태의 작품이라는 그 자체로 높이 평가된다. 공연은 6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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