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7일 아이유가 ‘꽃갈피 셋’을 발매했다. 2014년 ‘꽃갈피’를 시작으로 2017년 발매된 ‘꽃갈피 둘’에 이은 세 번째 리메이크 앨범이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아이유는 과거의 명곡에 다시 생명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세대에게 소개하는 가교 역할을 해오고 있다.
ⓒEDAM엔터테인먼트
앞서 지난 두 장의 ‘꽃갈피’를 통해 조덕배, 김광석, 이문세, 산울림, 김현식, 양희은, 이상은, 김건모, 소방차, 정미조, 들국화 등의 음악을 재조명했던 아이유는 이번 앨범에서 박혜경, 부활, 서태지, 롤러코스터, 신중현과 엽전들, 화이트를 소개하며 ‘꽃갈피’ 앨범의 기조를 이어갔다.
지난 앨범이 대부분 1980~1990년대 곡들이었다면 이번엔 2000년대 초반 곡들로 앨범을 채웠다. 수록곡의 면면을 보면 박혜경 ‘빨간 운동화’(2002), 부활 ‘네버 엔딩 스토리’(Never Ending Story)(2002), 서태지 ‘10월 4일’(2004), 롤러코스터 ‘라스트 신’(Last Scene)(2002), 신중현과 엽전들 ‘미인’(1974), 화이트 ‘네모의 꿈’(1996) 등이다.
‘꽃갈피 셋’은 발매 직후 국내 최대 음원차트 멜론을 비롯해 지니, 벅스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여전한 인기를 보였다. ‘네버 엔딩 스토리’와 ‘네모의 꿈’ ‘빨간 운동화’는 유튜브 뮤직에서도 인기 급상승 뮤직비디오 최상위권에 랭크됐다.
아이유 외에도 가요계에는 리메이크 곡이 꾸준히 소개됐다. 수많은 리메이크 곡들 속에서 아이유의 ‘꽃갈피’ 시리즈가 주목을 받는 건, 단순히 과거의 노래를 다시 부르는 수준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곡을 현대의 감각으로 편곡하는 것을 넘어, 아이유는 원곡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특히 앞서 산울림 보컬 김창완과 ‘너의 의미’를 함께 부르며 세대의 화합을 보여줬다면, 이번 앨범에선 원슈타인과 롤러코러스터의 ‘라스트 신’을, 바밍타이거와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을 함께 하며 젊은 아티스트가 과거의 곡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리메이크의 정석’을 보여줬다는 것은 ‘꽃갈피’ 앨범이 과거 세대와 현재 세대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는 점을 더 명확히 했다.
이 과정에서도 원곡의 감동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아이유 특유의 섬세한 표현력과 따뜻한 감성이 더해졌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원곡이 가진 시대적 정서와 서정성을 고스란히 품는 아이유 특유의 목소리도 한몫한다.
ⓒEDAM엔터테인먼트
또한 음악적 완성도에 그치지 않고 참신한 부가 콘텐츠로도 주목을 받았다. 앨범 마케팅부터 참신하다. 과거의 자동응답시스템(ARS)을 모티브해, 공개된 번호로 전화를 걸고 번호를 선택하면 아이유의 목소리로 부른 노래의 한 소절을 들을 수 있는 이벤트였다. ‘네버 엔딩 스토리’ 뮤직비디오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를 오마주해 제작했는데, 그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와 정서를 담으면서 음악과 영상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게 했다. 이는 리메이크가 음악의 재탄생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원작의 의미와 가치를 확장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한 때 리메이크 앨범이 쏟아지면서 업계 내부에서는 과거의 인기에 편승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하지만 잘 만든 리메이크 앨범은 완전히 새로운 곡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작업 과정을 거친다. 원곡의 메시지나 분위기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가창자의 새로운 해석이나 편곡이 더해져야 하기 때문에 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쏟아지는 리메이크 앨범 속에서도 ‘리메이크 명반’이라고 불릴만한 앨범이 손에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원곡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아티스트의 고유한 색깔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리메이크가 탄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면에서 시대를 초월하는 명곡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자신이 가진 음악적 역량과 해석의 깊이를 다시 한번 증명한 아이유의 ‘꽃갈피’ 시리즈는 ‘리메이크의 정석’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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