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반도체 육성' 외쳤던 李
탈원전·노란봉투법 앞세우기도
에너지·노동정책은 리스크 변수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반도체 및 전자 산업은 새로운 정책 환경에 직면하게 됐다. 후보 시절부터 반도체·AI 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천명하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과의 접촉을 통해 강력한 지원 의지를 드러낸 바 있으나 동시에 친노동 정책, 탈원전 기조, 규제 강화를 시사하는 행보는 산업계에 '기회와 부담'이라는 양면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노란봉투법·주4.5일제 등을 앞세웠던 만큼 업계가 요구하는 '노동 유연화'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초격차 반도체 육성" 외친 이재명, 지원 강화되나
4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당선인이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앞세웠던 공략은 크게 세 가지다. ▲종합 반도체 생태계 허브 구축 ▲반도체 특별법 제정 및 세제 지원 ▲인재 양성 및 인프라 구축 등이다. 팹리스와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 강화 지원은 물론 RE100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당선인은 지난 4월 말 대선 후보 선출 직후 첫 경제 일정으로 경기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를 방문해 "압도적 초격차·초기술로 세계 1등 반도체 국가를 만들겠다"고 강조, 앞선 3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되고, 삼성이 잘 살아야 삼성에 투자한 사람들도 잘 산다"며 친(親) 반도체 산업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고사양 AI·클라우드 수요 확대에 따라 고대역폭 메모리(HBM), 파운드리 미세공정, 차세대 패키징 등 기술 고도화 투자가 중요한 시점에서,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세제 지원은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 기업의 우위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에너지·노동정책은 '리스크 변수'
반면, 산업계가 우려하는 지점도 분명하다. 이재명 당선인은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산업에는 근본적인 전력 수급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해 주 4.5일제, 포괄임금제 금지,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등 노동 규제 강화 흐름은 산업계의 비용 부담과 인력 운용 유연성 저하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고부가가치 제조업일수록 인건비와 근로시간 탄력성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주 4.5일제의 경우, 금요일 오후를 휴무로 해 주말을 늘리는 방식의 근무제도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근로자 삶의 질을 올린다는 취지지만, 제조업, IT, 유통 등 근무 연속성이 중요한 업종엔 생산성 하락 부담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아울러 인건비가 증가하면서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노란봉투법 역시 기업과 산업계 우려를 동시에 자아내고 있는 법안이다. 원청도 실질 사용자로 인정해 하청 노동자의 단체교섭권 보장한다는 취지와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기업의 피해 보전 수단(손배청구) 축소로 도덕적 해이 우려가 높은 법안이다. 또한 노조 친화 국가라는 낙인으로 글로벌 투자환경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산업계는 반박하고 있다.
특히 전자·반도체 업계는 대규모 하청 구조와 연구직의 장시간 근로 현실이라는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해당 법안 및 포괄임금제 폐지 등이 모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근로 유연성이 떨어지고 고정비가 증가하는 경영부담이 뒤따를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재명 당선자의 재생에너지 위주의 전력 정책과 관련해서도 업계는 다소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반도체와 AI(인공지능)은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기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경우 미세공정(3nm 이하)에서 1개 웨이퍼당 전력 소모가 급증하고 클린룸·냉각도 에너지 집약적이라는 특성이 있다. AI 데이터센터 역시 그 운영에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산업계 "지원은 환영, 규제는 우려"
이러한 상황에서 탈원전 기조를 유지할시엔 전력요금 상승 압박과 투자환경 불확실성이라는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네이버·카카오·NHN 등 각종 AI 데이터센터 등에선 연중무휴 고품질 전력 공급이필수인데, 탈원전이라는 현 산업과 반대 기조의 정책을 펼칠 경우 모순적 긴장이 크게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는 일제히 논평을 내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달라, 성장 엔진을 되살려달라"는 당부와 함께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고, 유연한 노동시장과 안정적 노사관계를 구축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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