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율 34.74%, 역대 두 번째로 높아
대구 25.6%, 부산 30.7%…경남북도 낮아
'부실 관리'로 '보수 지지층 본투표행 결정'
李·李 난타전에 "본투표는 金 유리" 관측
국민의힘이 35%에 육박한 21대 대선 사전투표율이 김문수 후보에게 결코 불리하지만은 않다고 보고 있다. 누적된 사법리스크와 최근 불거진 가족리스크로 인해 반(反)이재명 세력이 집결한 결과도 사전투표율에 일부 반영됐다고 보고 있어서다.
특히 본투표에서는 반이재명 세력의 결집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감지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리스크가 축적되고 있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게 실망한 보수층이 사전투표 기간 동안의 망설임을 깨고 본투표에서 김 후보를 찍어줄 것이란 기대다. 이에 당내 일각에선 본투표까지 남은 이틀 동안 확실한 전략을 짜 표심을 정하지 못한 반이재명 중도층을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1대 대선 사전투표율은 34.74%로 최종 집계됐다. 전체 유권자 4439만1871명 가운데 1542만3607명이 참여한 것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사전투표율이다. 지난 20대 대선 당시 기록했던 최고 사전투표율인 36.93%보다는 2.19%p 낮은 수치다.
호남에선 사전투표율이 50%를 넘었다. 전남의 사전투표율이 56.50%로 가장 높았고, 전북이 53.01%로 뒤를 이었다. 광주에서도 52.12%의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완료했다.
반면 대구에서는 25.63%만이 사전투표에 참여하며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부산도 30.71%로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고 경북(31.52%)·경남(31.71%)·울산(32.01%) 등 보수세가 강하다고 평가 받는 지역의 투표율은 대체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보수 텃밭에서 비교적 낮은 사전투표율이 나온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전투표에 부정적인 시각이 다수인 TK와 PK 지지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게 첫 번째 해석이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텃밭의 사전투표율이 낮게 나온 것이 이틀 동안의 부실 관리의 영향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29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 출입구에서 관외 사전투표자가 본인 확인 및 투표용지를 수령한 채, 외부로 나가는 모습이 포착돼 부실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아울러 이날엔 서울 강남 대치2동 소재 사전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대리투표 행위를 벌이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경기도 김포시와 부천시의 한 사전투표소에선 지난해 4월 치러진 총선 투표용지가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나와 "우리가 보수이지 않느냐. 보수적이어서 조금 늦게 가는 것도 있다"며 "그리고 지금 사전투표에 대한 걱정이 많으신 분들도 있어서 아무래도 차이는 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가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높은 사전투표율을 불리하지만은 않다고 해석하는 이유는 '반명 유권자'가 결집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최근 이재명 후보 아들의 상습도박·음란문언 전시 문제가 논란으로 급부상했고, 거북섬 등 새로운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이재명은 안 된다"는 표심이 결집했다는 분석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괴물 독재를 막겠다는 국민들의 강하고 단호한 의지가 이처럼 높은 투표율로 이어지고 있다"며 "진짜가 누군지, 누구에게 나라를 맡겨야 할지 국민들께서 확인해서 김문수 후보에게 투표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기적의 대역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내에선 대역전의 가능성이 다음달 3일 예정인 본투표에 걸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TK 지역에선 본투표에서 표심이 결집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대 대선 당시 대구의 사전투표율은 33.91%로 48.27%였던 광주보다 14.36%p 낮았다. 하지만 본투표율까지 합친 20대 대선 총 투표율에서 대구는 78.7%의 투표율을 기록해 81.5%인 광주와의 격차는 2.8%p에 불과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TK는 늘 다른 지역보다 본 투표율이 높았다"며 "본 투표에서는 전국 투표율보다 높게 나오리라 생각하고 국민의힘에 압도적 지지가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사전투표가 도입된게 10년이 넘어가다보니 편리함을 알게 된 유권자들 사이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본투표 날 쉬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그런만큼 꼭 본투표 날 투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사전투표에 불신을 갖고 있는 유권자인데, 이분들 중 보수 지지층이 많은 만큼 본투표율이 높게 나올수록 우리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정치권에서는 아직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에 따라 선거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이 향방을 결정한 중요한 계기는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후보 사이의 난타전이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날 KBS라디오에 나와 "이재명 후보의 아들이 도박 혐의라든가 음란문언 게시물을 올린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준석 후보도 '이건 해서는 안될 말이었어'라고 비판하면서 민주당에겐 '왜 자꾸 진실을 호도하느냐' 이렇게 얘기하는건 김문수 후보에겐 호재인 건 분명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힘을 지지하기에는 내란과 계엄과 탄핵 때문에 '별로 안하고 싶어'라는 연성 지지층을 흡수할 약간의 계기는 됐다고 본다"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 이슈를 앞으로 어떻게 더 공격해내느냐가 문제겠고,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걸 어떻게 관리해내느냐가 이제 더 중요해진 만큼 남은 선거는 관리 이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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