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과 함께 완성하는 케이팝…세븐틴·차은우, VR 가능성을 넓히다 [D:가요 뷰]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6.04 11:20  수정 2025.06.04 11:20

케이팝(K-POP)에서 가상 현실(VR) 기술은 주로 콘서트의 현장감을 강화하는 보조 장치로 활용했다. 그간 카이, 에스파,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의 아이돌 가수가 VR 콘서트를 시도하며 팬들에게 몰입형 콘텐츠를 제공했다. 이러한 기술적 활용은 무대 위의 아티스트를 더 가까이 감상하고, 생생한 현장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주어진 콘텐츠를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2D 콘텐츠와 결을 달리하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세븐틴이 최근 선보인 앨범 프로모션 콘텐츠에 접목한 VR 기술과 차은우의 VR콘서트는 케이팝의 VR 사용을 확장했다고 볼 수 있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지난달 16일 공개된 세븐틴의 정규 5집 '해피 버스트데이'(HAPPY BURSTDAY)의 수록곡 하이라이트 메들리 영상은 신곡의 일부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시청자가 직접 영상 속 공간을 둘러볼 수 있도록 제작됐다. 팬들은 360도로 휴대폰을 움직이며 멜로디마다 달라지는 공간의 분위기와 숨겨진 텍스트를 감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밝은 분위기의 곡인 원우의 '99.9%'가 흘러나올 때면 영상은 밝은 햇살이 비치는 온실 정원 속으로 리스너를 이끌고, 버논의 '샤이닝 스타'(Shining Star)를 들을 수 있는 공간에는 벽과 천장에 가사의 일부가 새겨져 있다.


영상은 VR 기기 없이 유튜브 어플만으로도 앨범 속 세계를 둘러볼 수 있도록 제작돼 더 폭넓은 시청자들이 신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멤버 전원의 솔로곡을 발표한 만큼 한 명 한 명의 독창적인 음악성을 알리고자 하는 이번 앨범의 의도와 맞아 떨어진다. 리스너는 아티스트가 전하는 앨범의 메시지를 수용함과 동시에 주체적으로 공간을 둘러보며 앨범 속 서사를 그려나갈 수 있다.


이와 같은 팬 주도형 콘텐츠는 다음달 개봉 예정인 차은우의 첫 번째 VR 콘서트 '차은우VR콘서트 : 메모리즈(CHAEUN-WOOVRCONCERT:MEMORIES)'에서도 엿볼 수 있다. 소속사 판타지오에 따르면 이번 콘서트는 단순한 공연 감상을 넘어 추억의 물건, 사진, 장소 등을 관객이 직접 선택해 스토리의 전개와 결말을 만들 수 있다. 같은 곡이라도 관객의 선택에 따라 차은우의 비주얼과 감정선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이에 맞춰 콘서트 티저 영상과 포스터에도 "너의 선택에 맡길게, 우리의 엔딩"이라는 문구를 덧붙이며 홍보에 나섰다.


두 아티스트의 콘텐츠를 통해 케이팝에 도입된 VR 기술이 기존의 일방향적인 소통 방식을 깨고 팬과의 상호작용을 유도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븐틴의 경우 프로모션 콘텐츠에 대한 반응도 좋은 편인데, 공개 2주 만에 174만 뷰를 넘기며 창의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기술의 발전으로 색다른 팬 문화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실험적 시도는 충분한 시사점이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