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쏠림에 지역의료 붕괴…정부, 병원 기능 강화 추진
중등도 진료·응급 대응 갖춘 지역 거점에 연 7000억원 투입
성과 따라 차등 지원…의료전달체계 개편 신호탄 전망
최근 세계는 급변하는 물결 속에 다양한 생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등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중립, 디지털 첨단 기술을 접목한 4차 산업혁명 등 저마다 시장 선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와 공공기관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입니다.
데일리안이 기획한 [D:로그인]은 정부와 공공기관 신사업을 조명하고 이를 통한 한국경제 선순환을 끌어내고자 마련했습니다.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위해 거치는 [로그인]처럼 이들 신산업이 한국경제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조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감기 같은 가벼운 질환부터 정밀검사가 필요한 중등도 이상 질환까지 믿고 갈 수 있는 병원을 찾기 위해 대부분의 환자가 서울행을 택하는 구조다. 서울에서 치료받아야 안심이라는 인식과 지역 병원에 대한 신뢰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의료이동은 점점 더 일상화되고 있다.
이 같은 쏠림은 단지 상급병원 진료 대기 시간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수도권 병원의 외래진료는 예약이 수개월씩 밀리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응급실 과밀화나 중환자실 병상 부족 같은 구조적 문제로도 이어진다. 특히 응급상황이 아님에도 무조건 상급병원을 찾는 관행은 정작 중증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자원이 제때 투입되지 못하게 하는 역효과를 낳는다.
반면, 지역 종합병원은 만성적인 환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수술·시술 역량을 갖춘 의료진과 인프라를 보유한 병원이라 하더라도 중등도 환자조차 지역을 떠나면서 병원 경영은 위축되고, 의료진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의료취약지나 고령 인구가 밀집한 지역의 경우, 필수의료 공백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은 이 같은 왜곡된 의료 흐름을 바로잡기 위한 정책적 해법이다. 정부는 지역 내에서 중등도 이상 환자가 안심하고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 체계를 만들지 않고서는 수도권 쏠림 해소도, 의료전달체계 정상화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지역 완결형 병원 키운다”…중등도 진료와 24시간 응급 대응
복지부는 하반기부터 연간 7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 의료 인프라 재편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그 공백을 메울 중간 진료거점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골자다.
포괄 2차 종합병원은 일정한 진료역량과 필수의료 수행능력을 갖춘 종합병원을 정부가 지정해 집중 지원하는 구조다. 지원 대상은 의료기관 인증 획득, 지역응급의료기관 이상 지정, 350개 이상의 수술·시술군(DRG) 수행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단순한 규모나 지리적 조건보다 실질 진료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지정 병원이 중등도 질환자를 안정적으로 진료하고 1차의료기관과의 연계·회송, 만성질환 공동관리까지 수행하는 지역 거점 역할을 하도록 유도한다. 지역 내 중간 단계 치료거점을 제대로 세워 의료체계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성과 중심 지원금 구조 도입…의료개혁 본격화
사업에 참여한 병원은 적정진료 수행, 진료 효과성 강화, 지역의료문제 해결, 진료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 네 가지 기능혁신 과제를 충족해야 한다. 24시간 응급 진료체계를 갖추고 중등도 환자 수용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조건이다.
복지부는 이들 병원이 기능혁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간 총 7000억원 내외의 예산을 투입하고 성과 중심의 지원금 체계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기능 수행 정도와 협력도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인센티브 구조도 함께 추진된다.
정부는 상반기 중 참여 병원을 공모·선정한 뒤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행한다. 이번 사업은 지난 3월 발표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의 핵심 과제다. 상급병원과 지역병원의 기능 분담을 명확히 하고 지역 중심의 자립형 의료체계를 정착시키기 위한 첫걸음이다.
중장기적으로 수도권 상급병원은 고난도·희귀질환 중심으로 포괄 2차 종합병원은 지역 환자의 입원·응급·중등도 치료를 맡는 이원화된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포괄 2차 종합병원은 단순한 지역병원이 아니라 지역의료를 완결하는 핵심 기반”이라며 “지역 환자가 수도권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직접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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