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경 "'분리수거'로 첫 장편 주연, 마음가짐 새롭게 정립" [D:인터뷰]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5.25 13:24  수정 2025.05.25 13:24

"액션 연기 해보고 싶어"

배우 박보경이 영화 '분리수거'로 첫 장편 스크린 주연을 맡았다. '분리수거'는 제주도의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는 이 작품은, 감정의 뒤엉킴과 그 분리의 어려움을 리얼리즘 로맨스로 풀어낸 작품이다. 박보경은 스물아홉,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의 바람을 목격하고 무작정 제주도로 떠나는 광고 감독 재연 역을 맡아, 흔들리는 감정을 정리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스크린 속에서 박보경은 무뚝뚝하고 우직한 재연으로 살아가지만, 카메라 밖에서는 동료 배우들과 웃고 고민을 나누며 현장의 중심을 지켰다. 첫 장편 주연이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지만,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임한 결과였다.


"사실 주연과 조연 배역의 큰 차이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함에도 불구하고, 주연이라는 자리가 조금 부담이 됐었던 건 사실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결국엔 잘 마무리해서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성장했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어요."


이소민 감독은 재연의 역할을 두고 조금 덜 알려졌지만, 어느 정도 매체 경력이 있는 새로운 신인을 찾고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몇몇 후보 배우들과 비교 끝에, 함께 호흡을 맞출 우재화 역의 윤혁진과의 이미지를 고려해 박보경을 주인공으로 낙점했다.


그렇게 재연을 만나게 된 박보경은 처음 대본을 읽고 인물에게서 예민하며, 다소 앙칼질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텍스트만으로 파악한 재연은 본인의 실제 성격과는 상당히 달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


"제가 이제 신인이고 오랫동안 스크린에 비친 적이 없다 보니까, 차라리 그냥 박보경 그 자체를 재연으로 가져가자, 재연을 저한테 가져오는 게 아니고 나를 가져가자는 식으로 연기했어요. 오히려 제가 미팅할 때 좀 더 프로처럼 보이려고 노력하는 모습 등을 통해 앙칼지고 예민한 게 아닌, 우직한 모습 정도로 조율해 나갔죠. 그리고 제 버릇들을 연기 메소드로 사용했어요. 예를 들면 입을 앙 다문다거나, 턱에 힘을 주는 식으로요. 그게 기폭제가 되어 상황에 몰입할 수 있었고, 효과가 좋아서 긍정적인 경험이었어요."


박보경은 '빛과 몸', '리틀 몬스터' 등에서 조연출로 참여한 스태프 경험 덕분에, 촬영 현장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배우로서 첫 장편 주연을 맡은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스태프들의 노고와 흐름을 잘 알기에, 자신이 현장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배우'로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저희가 시나리오 순서대로 촬영한 게 아니어서, 어떤 태도를 보여야 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초반에는 현장에 감흥 되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어요. 나는 '연기하러 왔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졌어요. 사실 제가 현장에 정을 주기 시작하면 제가 폐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경직되고 긴장하더라고요. 그 감정을 재연의 초반 모습에 활용했고, 이후로는 친해진 후의 감정들은 후반부에 표현했고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에 대한 태도 자체에도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해내야 한다'는 부담보다 '준비된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앞서 말했듯 스태프 경험이 많아서 스태프 분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어요. 근데 촬영을 하면서, 제가 해내는 게 아니라, 퍼포먼스를 위한 판이 마련된 것이니까, 그 위에서 신나게 놀면 되는구나 하는 인식의 변화가 있었어요. 배우로서 입장이 새롭게 정립됐어요."


연기하는 과정에서 갈피를 잡지 못할 때마다 이소민 감독은 흔들림 없이 확신을 심어주는 방식으로 배우를 이끌었다. 감정 표현의 수위나 장면의 해석에 있어 망설임이 있을 때도, 박보경은 감독의 단단한 태도 덕분에 조금씩 중심을 잡아갈 수 있었다.


"감독님이 ‘우는 장면 아니야’라는 말을 여러 번 하셨어요. 제가 확신이 없었거든요. ‘여기서 안 울어도 되나요?’ ‘눈물 흘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했더니 ‘괜찮았어, 확신을 가져’라고 많이 말씀해 주셨어요."


모든 장면이 그렇게 진행된 것은 아니었지만, 몇몇 주요 장면에서는 감독이 감정을 미리 정해두기보다는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가도록 여지를 열어줬다. 박보경은 그런 방식 덕분에 보다 유연하게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었다고 밝혔다.


"남자친구의 바람을 목격하는 장면은 감독님과 미리 많이 준비하지 않고, 감정을 미리 설정하지 말고 현장에서 나오는 대로만 하자는 디렉션이 있었어요. 가장 힘들었던 장면이기도 해요. 변화가 한가운데여서 지나가는 분들도 많아서 긴장했거든요. 근데 그 감정이 연기로 이어져서, 다행히 결과물에서 연기가 튀지 않게 잘 맞아서 안심했어요."게스트하우스 술 파티 장면도 세팅만 해두고 다 같이 얘기하다가 자연스럽게 촬영이 들어가서, 바뀐 부분이 많았어요."


감정 변화의 축이 되는 주요 장면마다 재연과 재화가 마주 앉는 구도가 많았기에, 두 배우의 호흡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윤혁진 배우와는 정말 친해졌어요. 장편 매체는 서로 처음이었고, 붙는 장면도 많아서 같이 고민하는 시간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실제로 재화와 재연이처럼 관계가 변해갔고, 그게 영화 속에서 함께 드러나 정말 좋았어요."


제주도에서 재화에게 스킨 스쿠버를 배우는 재연의 모습은, 사랑이나 관계보다는 익숙한 세계 밖으로 처음 발을 내딛는 도전에 가깝다. 상징적인 장면인 만큼 박보경은 이 장면들도 잘 해내고 싶었다.


"저는 물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어렸을 때 꿈이 인어공주였을 정도로요. 근데 스쿠버 촬영은 상상과는 다르더라고요. '숨 잘못 마시면 죽는다'는 생각에 가장 무서웠는데, 감독님이 프로이시기도 하고, 다 같이 있어서 연기에 집중하려고 했어요."


2015년 데뷔 이후 천천히 내공을 쌓아온 그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색채의 인물들로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도 분명히 했다.


"무용 특기도 살려서 액션 연기도 해보고 싶고, 중성적인 모습이나 장난기 있는 캐릭터처럼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고 싶어요. 매번 다른 배우로 기억되고 싶고, 배우 박보경이라는 이름보다 작품 속 인물의 존재감이 더 강하게 남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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