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관세·물가·금융 ‘삼중고’···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2.9%’ 전망

김지현 기자 (kjh@dailian.co.kr)

입력 2025.05.13 15:00  수정 2025.05.13 15:00

미·중 관세 협상 90일간 유예

USTR 대표 15~16일 방한···한·미 협상 촉각

통상 불확실 장기화···세계경제 성장률도 타격

지난 12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뉴시스

한국 경제가 관세·물가·금융 ‘삼중고’를 직면했다. 미국과 중국이 90일간 관세를 유예하기로 결정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상호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한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가 남아있는 까닭이다. 더욱이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물가도 영향을 받으면서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도 고공행진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관세 전쟁, 물가 상승, 금융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마저 3%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중, 관세 휴전했지만···한국, 관세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교육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상호 부과했던 고율의 관세를 115%포인트(p) 내리고,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중국에 책정한 대중(對中) 관세율을 145%에서 30%로, 중국은 125%에서 10%로 각각 낮추게 된다.


윤상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연구위원은 1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미국과 중국이 부과한 상호관세 수치는 선언적 의미로 읽힌다. 이미 미국에서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며 “현재 30%로 (잠정) 합의했는데 미국의 소비재 구조를 봤을 때 예외를 두는 등 고율의 관세가 부과됐던 품목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관세를 둔 미국과 중국의 ‘치킨 게임’이 일단락 되면서 우리와 미국의 관세 협의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오는 15~16일 제주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해 관세 협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2+2 통상협의’를 통해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한 줄라이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 같은 미국발(發) 관세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일각에서는 기업의 투자 심리 위축, 금융시장 변동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KIEP는 이날 ‘2025년 세계경제 전망’을 발표하고 “통상 마찰 격화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경제권 블록화를 가속화해 장기적으로 세계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무역분쟁 장기화는 투자자 신뢰를 약화시켜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강화되면서 글로벌 금융 여건이 긴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 부과··원자재·인건비 상승 불가피


서울 용산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각종 라면이 판매되고 있다.ⓒ뉴시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2025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38(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가공식품, 축산물, 개인서비스 등이 소비자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가공식품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가공식품은 1월 2.7%, 2월 2.9%, 3월 3.6%로 오름세를 보였다.


이 같은 가공식품 물가 상승은 원자재, 인건비 등이 오르면서 출고가에 영향을 줬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가공식품은 최근 출고가가 인상됐다. 빵 같은 경우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계속해서 제과업체에서 출고가를 올려 그 부분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추후 추가적으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 원자재가 인상으로 수입물품, 가공식품 등의 물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물가 상승이 지속될 시 생산 비용 증가로 기업의 투자도 저조해진다는 점이다.


KIEP는 2025년 세계경제 전망에서 “높은 관세는 수입가격 상승을 통해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하고 기업의 생산 비용을 증가시켜 세계경제 성장에 큰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기업의 불확실성이 커져 설비 투자 및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 투자가 지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투자 위축이 나타나고, 교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관세·물가·금융 불확실···내년 세계경제 성장률 2.9%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이시욱 원장(오른쪽)과 윤상하 국제거시금융실장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5년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을 지난해 성장률 대비 0.5%p 낮은 수준인 2.7%로 전망하고 있다.ⓒ뉴시스

관세·물가·금융의 불확실한 상황은 향후 세계경제 성장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KIEP의 보고서를 통해 향후 세계 교역은 3%대의 정상 수준에 근접할 수 있는 동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올초부터 본격화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로 다시금 침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시사했다.


KIEP는 “미국의 일부 관세조치가 현실화되고 이후에도 추가적인 조치 및 상대국의 보복조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만연하면서 글로벌 통상환경의 혼란이 극심해진 상황인 만큼 세계 교역은 다시 한번 침체를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IEP는 오는 2026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2.9%로 예상했으며 미국은 1.6%, 유로지역 1.0%, 일본 0.4%, 중국 4.0%으로 내다봤다.


한편, IMF는 4월 세계경제 전망에서 2026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1.4%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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