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박근혜 사진 누가 훼손했나

입력 2009.01.09 14: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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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한 도구로 박 전대표 얼굴 부위만 뭉갠 사진 속속 발견

전문가 “누군가 고의적으로 사진 훼손"…기록원 "조사할것"

얼굴 부위가 예리한 도구에 의해 긁혀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1970년대 사진

우리나라의 역대 정부 기록물을 보관·관리하는 국가기록원에 소장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사진이 상당수 훼손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9일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시민단체인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좋아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주로 박 전 대표의 얼굴 부위가 뭉개진 상태로 발견된 문제의 사진들은 지난 1970년대 당시 박 전 대표가 육영수 여사 사후 사실상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던 시절의 것들이다.

‘좋아하는 사람들’의 운영자이자 지난해 <만화 박통비안나이트>를 출간하기도 했던 김인만 씨는 이 사진들의 발견 경위에 대해 “국가기록원의 박정희 대통령 관련 공개기록물을 검색하다가 70년대의 박 전 대표 사진이 누군가에 의해 집중적으로 훼손된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이라며 “1974년 12월 원주 음성나환자촌과 서울시립갱생원 방문, 1975년 4월 <어깨동무> 100호 출간 기념식 참석 및 김해군 덕촌부락 방문, 1975년 6월 구국십자군 창군식 참석 사진들의 훼손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사진은 누군가에 의해 고의로 훼손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이 같은 사진들이 국가기록물 보관 관리의 총본산인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 그대로 공개되어 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육영수 여사의 비서실에서부터 공보비서실 행정관, 사정담당 비서관, 정무 제2비서관 등의 직책을 맡은 바 있는 김두영 씨는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청와대 사진은) 공보부 사진사가 찍은 사진으로 모두 청와대에 보내와 걸러지게 되어 있어 박 전 대표 사진은 거의 본인이 보았을 것”이라며 “폐기할 것들이 그대로 남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사진전문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사진 한 컷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진이 버려지는 것은 관행”이라면서도 “훼손된 박 전 대표의 사진은 모두 A컷(잘 된 사진)이고, B컷(버려질 사진)이 아니다”며 “누군가 고의적로 사진을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얼굴 부위가 예리한 도구에 의해 긁혀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1970년대 사진

김 전 비서관 역시 “박 대통령 시절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80년대 이후에 발생한 사건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김 작가는 일단 국가기록원 측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중앙정부의 기록물은 국가기록원에 보내지게 되어 있다. 작년 7월에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기록물 유출사건’은 퇴임하면서 국가기록원에 넘겨야 할 것을 봉하마을로 가져갔기 때문에 논란이 됐었다”며 “한나라당은 ‘중요 기밀문서를 빼돌린 국기문란 행위’라며 전직 대통령을 몰아붙였다”고 국가기록물에 대한 사례를 언급했다.

김 작가는 이어 “그렇다면 박 전 대표의 사진이, 그것도 요즘이 아니라 70년대 근대사의 장면을 담은 국가기록물이 훼손된 것 역시 중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면서 “‘박근혜 사진 훼손’은 국가기록물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천박하고 비열한가를 말해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며 “문제의 심각성은 이 같은 사건들이 ‘역사 망실’로 이어질 수 있고, ‘역사 훼손’이라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사진 훼손’에 대해 국가기록원의 일부 제한된 인원은 모를 리가 없을 것”이라면서 “필름 원판이나 사진의 디지털 작업이 바로 국가기록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가기록원은 2006년 박 전 대통령의 시청각 기록물 목록을 작성해 보급한 바 있다”며 “일련의 작업 과정에서 사진 훼손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누가 믿을 것이냐”고 주장했다.

얼굴 부위가 예리한 도구에 의해 긁혀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1970년대 사진

김 작가는 “혹자는 사진 훼손을 알았더라면 그대로 두었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국가기록원의 검색이 아주 어렵게 되어 있어 일반 대중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기록원에서 자기가 원하는 기록물을 검색한다는 것은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같다는 게 중론”이라며 “숱한 공개 기록물이 일반에게 열람되지 않고 묻혀 있는 상태다. 그러니 설마 이런 사진을 누가 찾아내겠느냐고 방치할 만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작가는 “이는 관계자들의 직무유기 정도가 아니다”고 단정 지었다. “어쩌다 발견된 ‘박근혜 사진 훼손’이 이러하다면 눈에 띄지 않는 ‘역사 망실’과 ‘역사 훼손’은 또 얼마나 될지 의혹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국가기록물 불법유출에 대한 비난에도 태연한 전직 대통령이나, 국가기록물을 멋대로 훼손하는 자와 그것을 방치하는 자들은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윤리의식이 얼마나 황폐화되었는지를 말해주는 모델 케이스가 아닐 수 없다”며 “‘박근혜 사진 훼손’의 사건 규명과 의혹 해소에 대한 책임은 국가기록원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국가기록원 측은 9일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에서 “국가기록원 홈페이지에서 검색된 사진 자료들은 원본 사진을 받아 스캔해 올린 것”이라며, “아마도 원본이 훼손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이어 “디지털화 과정에서 이를 기계적으로 처리하면서 훼손된 사진을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훼손된 박 전 대표의 사진을 생산하고 보관한 곳은 지난 1970년대의 공보처 홍보국 사진 담당관실”이라며 “국가기록원은 사진이나 영상 자료를 넘겨받아 보관할 뿐, 생산하고 있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훼손이 확인된 박 전 대표의 사진들은 즉시 복원하도록 조치했다”면서, “훼손된 사진들은 박 전 대표의 사진 중 극히 일부”라며 “전체 사진이 훼손됐다면 의도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일부의 사진만 훼손된 것으로 미루어볼 때 어떤 의도가 개입했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도 "경위는 조사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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