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끝나니 200년 빈도 가뭄에 녹조까지…환경부, 먹는 물 ‘비상’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4.08.20 13:38  수정 2024.08.20 13:38

장마 후 한 달간 불볕더위 지속

대청·보령호 녹조 ‘경계’ 단계

일부 지역은 가뭄 위기 돌입

태풍 ‘종다리’ 해갈 기대 못 해

20일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에서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가 낙동강 녹조 현장을 조사하기 위해 강물을 채수하고 있다. ⓒ뉴시스

예년보다 길어진 불볕더위에 먹는 물 안전 관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달 끝난 장마 이후 크게 줄어든 강수량 탓에 일부 댐에는 녹조 ‘경계’ 단계가 발령됐고, 일부 지역엔 가뭄 ‘관심’ 단계에 들어섰다.


20일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금강 대청호와 보령호에서 조류경보제 ‘경계’ 단계가 발령됐다. 낙동강 해평, 강정 고령, 칠서, 물금 매리, 금강 용담호 지점은 ‘관심’ 단계다.


한강 수계이자 수도권 주민 식수원인 팔당호에서도 지난 12일 올해 처음으로 녹조가 관측됐다. 팔당호는 한때 1㎖당 8000개 이상 남조류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는 2015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참고로 녹조를 일으키는 유해 남조류 세포가 2주 연속 ㎖당 1000개 이상 관측되면 녹조 ‘관심’ 단계, 1만 개 이상이면 ‘경계’ 경보를 발령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팔당호는 경보 발령 수준은 아니지만, 기록적인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심각한 녹조 확산세를 막기 위해 댐 방류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상수원까지 손상을 입으면 ‘먹는 물’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강홍수통제소는 지난 16일 오후 3시 30분 북한강 수계 일대 댐 방류량을 늘렸다. 강원도 춘천 소양강댐은 초당 44.4㎡에서 200.0㎡로 5배 늘렸다. 의암댐 또한 방류량을 초당 95.0㎡에서 270.0㎡로 3배 가까이 확대했다. 경기도 가평군 청평댐은 초당 150㎡에서 두 배 늘어난 300㎡를 방류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29일째 폭염이 전국적으로 계속되는 상황이라 육상, 바다 할 것 없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 예상되는 비도 사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고 오히려 오염물이 더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환경부는 “우선 오염원 관리나, 정수장 처리 고도화 등을 최우선으로 해서 국민 먹는 물 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조처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2년 5월 저수율이 25%까지 떨어졌을 당시 운문댐 모습. ⓒ연합뉴스
사라진 빗줄기에 가뭄 위험 고조

강우량 부족에 남부 지역은 가뭄이 현실화하고 있다. 대구광역시, 청도군 등 낙동강권역의 주요 수원인 운문댐은 지난 17일 23시를 기준으로 가뭄 ‘관심’ 단계에 진입했다.


댐 가뭄단계는 ‘정상-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나뉜다. 관심 단계는 ‘실제 수요량만큼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운문댐 유역 올해 강수량은 687.3㎜로 예년(839.2㎜) 대비 82% 수준에 그친다. 특히 지난달 끝난 장마 이후부터는 강우량이 6.4㎜로 극도로 적다. 예년 강우량 171.0㎜와 비교하면 4% 정도로 200년 빈도의 가뭄 상황이다.


환경부는 현 상황이 지속할 경우 운문댐이 9월 중순에 가뭄 ‘주의’ 단계로 격상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20일부터 남부지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태풍 ‘종다리’ 또한 소형급으로 중부지역 가뭄 해갈엔 큰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운문댐 외 환경부 소관 다른 댐들도 장마 종료 후 전국적으로 폭염과 함께 국지적인 소나기를 제외한 적은 강우로 현재 댐으로 유입되는 유입량이 200년 빈도 수준”이라며 “현재와 같이 적은 강우 상황이 지속하면 운문댐 외 일부 댐도 9월 무렵 가뭄 ‘관심’ 단계에 추가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박재현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은 “이번 주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태풍 대응과 함께 홍수 피해 예방에 최선을 다함은 물론, 큰비가 없을 경우를 대비해 댐 가뭄 관리를 통해 용수 공급에도 문제가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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