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밸류업 정책 '밋밋'...중장기 추가 과제 '산적'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4.02.26 14:15  수정 2024.02.26 14:18

인센티브 기대감 사라진 시장...페널티도 따로 없어

기대 모은 세제지원 아직...“시간 두고 구체화 예상”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본 시장의 최대 화두였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상상사들의 자발적인 이행에 초점이 맞춰줬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굵직한 대책이 담기지 않으면서 단기적 주주환원 확대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의무 사항이 아닌 만큼 참여 기업이 많을 지도 미지수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을 벤치마킹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베일을 벗은 가운데 국내 증시의 저평가 해소 기대감이 다소 약해지고 있다. 시장이 주목한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이 강제가 아닌 자율에 맡겨졌고 기대를 모았던 세제 혜택도 미미하다는 평가다.


이날 정부가 밸류업 지원방안을 공개하면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기업 스스로의 가치 제고 노력이다. 우선 정부는 상장사들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이사회를 중심으로 매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한국거래소에 매년 1회 자율 공시하라는 것이다.


상장사들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가하진 않을 계획이다. 최근 시장에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지 않은 기업 명단을 공개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는 ‘네이밍 앤드 셰이밍’ 전략이 거론됐지만 결국 패널티 조항은 없는 것으로 결정됐다.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도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매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 우수기업에 표창을 수여할 계획이다. 표창 기업은 모범납세자 선정 과정에서 우대하거나 법인세 공제 또는 감면 컨설팅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을 제공할 계획이지만 혜택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센티브 중 세제지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상반기 중 추가 세미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세제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간 배당 증가분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에서 감면하는 방안이나 상속세 완화 등이 기대됐지만 이번 발표엔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다양한 세제지원을 강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확실한 인센티브나 패널티는 하나도 담기지 않았다”면서 “가업승계 컨설팅 등은 실질적인 지원책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세부 진행 사항이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거래소는 수익성이나 시장 평가가 양호한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오는 9월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기관·외국인 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수 있게 하고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으로 일반 투자자들도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기관투자자가 투자판단에 고려하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반영한다.


다만 기업 공시 및 지원방안이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된다는 점에서 시행 시점이 한참 남은 만큼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긴 호흡으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지켜봐 줄 것을 당부했다. 당국은 향후 세제 개선과 상법 개정 등 추가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성이 기대했던 것보다 부족하더라도 정책이 사라지거나 소멸된 것은 아니고 시간을 두고 구체화될 것”이라며 “세제지원안 마련은 올해 안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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