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에 밀려 논의 멈췄지만 업계 올해 재추진 의지
은행 반대 변수...“급격한 머니무브 등 우려 과장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증권사들의 오랜 숙원인 ‘법인 지급결제’ 허용 논의가 진척 없이 멈춘 가운데 새해에는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은행권의 반발로 번번이 좌절됐지만 업계의 추진 의지가 여전한 만큼 이를 다시 논의선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지속될 전망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은행권의 법인 지급결제 허용과 관련된 금융당국의 논의는 다른 현안에 밀려 답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의 과점체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증권·보험·카드사에 대한 법인 지급결제 허용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대내외 악재로 인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것이다.
지난해부터 금융시장의 불안이 증대되면서 시급하게 논의해야 할 현안들이 늘어나면서 뒷전으로 밀렸지만 올해 시장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다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새해 협회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증권사들의 법인 지급결제 도입을 제시했다. 지난 2022년 말 취임한 서 회장은 지난해에도 법인 지급결제 허용을 추진해 온 만큼 올해도 이에 대한 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신년사에서 “협회는 업계가 기회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도록 모든 역량과 자원을 다해 앞장서 뛸 것”이라며 “금융투자회사의 법인지급결제 도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증권사들은 지난 2006년 자본시장법 제정 과정부터 지급결제 허용을 적극 주장해왔다. 이후 2009년 6월부터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증권사도 지급결제 업무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음에도 은행권 반대로 지급결제 범위가 개인고객에만 허용되고 있다.
현재 개인은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개설해 송금이나 결제를 할 수 있지만 법인은 은행을 통해서만 지급결제 업무가 가능하다. 증권사에 법인 지급결제가 허용될 경우 기업들은 증권사 계좌로 급여 지급과 판매대금 수령, 협력업체 결제, 공과금 납부 등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증권사들은 당국이 요구하고 있는 해외 투자은행(IB)들과의 경쟁을 위해서도 증권사 법인결제 업무 허용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해외 진출 기업들의 자금 지원 등 IB 업무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규제가 반드시 해소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은행권의 강력한 반대는 여전한 변수다. 은행들은 증권사 결제 시스템의 안정성이 은행에 비해 떨어진다고 주장하며 관련 제도 도입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특히 삼성·현대차증권 등 대기업 계열 증권사가 법인 지급결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사실상 은행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금산분리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은행들은 증권사 법인 지급결제가 허용될 경우 은행의 투자일임업 전면 확대가 함께 시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투자일임업은 현재 증권·보험·운용·자문사에만 허용됐고 은행은 자문업만 할 수 있다. 이에 증권업계는 생존 기반을 위협하는 요구라고 맞서고 있어 증권사의 법인 지급 결제와 은행권의 투자일임업 상호 허용에 따른 합의가 성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성복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은 “증권사 법인 결제 허용 논의는 증권사가 은행처럼 지급결제 업무를 영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금이체 업무를 법인에 더 편리하고 저렴한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경제적 관점”이라며 “이 과정에서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급격한 머니무브 등 우려에 대한 주장들은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