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정권 끝낸 ‘아르헨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집권 1기 내각 온건파 구성...여소야대 구도 탓?
하비에르 밀레이(왼쪽) 아르헨티나 신임 대통령과 그의 여동생 카리나 밀레이가 10일(현지시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취임식 퍼레이드에서 오픈카를 타고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AF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 전기톱맨’ 등으로 불린 하비에르 밀레이(53) 아르헨티나 신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갖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오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연방의회에서 대통령에 취임했다. 전통에 따라 퇴임하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으로부터 어깨 띠를 넘겨받은 뒤 선서를 하고 공식 대통령직에 올랐다.
대선 국면에서 ‘달러화 도입’ ‘중앙은행 폐쇄’ 등 파격 공약으로 돌풍을 일으킨 밀레이 대통령의 앞날은 그러나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다. 연간 130~140%의 물가상승률, 40%대의 실업률 등으로 붕괴된 아르헨티나 경제를 되살리는 게 최대 과제이기 때문이다. 페론주의(좌파 포퓰리즘) 정권심판 여론에 힘입어 대안으로 부상한 만큼 경제 살리기에 온힘을 기울여 이에 부응해야 할 판이다.
이에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연설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 더 험난한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며 개혁을 통한 경제난 해결의지를 천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초인플레이션의 재앙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것"이라면서 "국내총생산(GDP) 5%에 달하는 공공부문 재정 조정을 비롯해 강력한 경제난 극복 정책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집권 초기엔 급격한 '우클릭'보단 현실타협적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초대 내각을 온건파로 꾸린 까닭이다. 경제부 장관 내정자인 루이스 카푸토는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인물로 달러화 도입에 비판적 입장이다. 중앙은행 총재에 낙점된 산티아고 바우실리 전 재무장관도 마찬가지다. 로이터통신은 “밀레이 대통령의 급진적인 자유주의적 제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선택은 극단적인 ‘여소야대’ 의회구도가 있다. 밀레이 대통령이 이끄는 자유전진당의 의석은 하원 257석 중 38석, 상원 72석 중 7석에 불과한데 따른 것이다. 처음부터 달러화 도입 등을 밀어붙이다간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FT는 “밀레이 대통령은 가장 짧은 (집권 초기의) ‘허니문’을 맞이하고 있다”며 “수십 년 중 가장 약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밀레이 대통령은 “(달러화 도입 철회를) 고려한 적 없다”며 공약이행을 다짐하고 있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기존 18개였던 정부 부처를 9개 부처로 줄이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공공 부문에 대한 고강도 개혁 의지를 과시했다. 노동사회보장부와 공공사업부, 환경부 등 진보 정권에서 힘 있었던 부처는 모두 폐지됐다. 밀레이 대통령은 “20세기 초까지 1인당 국민소득 세계 6위였던 아르헨티나의 잃어버린 번영을 되찾는 ‘재건’이 목표”라고 주장했다.
이날 취임식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밀레이 대통령의 유일한 피붙이인 여동생 카리나(51) 밀레이였다. 그는 이날 대통령실 사무를 총괄하는 비서실장(장관급) 자리에 카리나를 임명했다. 이를 위해 2018년 도입한 ‘대통령의 직계, 형제자매 등 친족의 부통령과 장관 등 고위 공직자 임명 금지’법령도 긴급 법안으로 개정했다. 그는 과거 카리나를 “외로웠던 청소년기 때부터 유일한 친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카리나는 이날 취임식에 참석한 외국 정상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밀레이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도 배석했다. “카리나가 새 정부에서 영부인이자 비서실장의 역할을 오가는 최대 문고리 권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자유주의 경제학자 출신의 극우 성향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2년 만에 대통령에 취임했다. 지난 8월 대통령선거 예비선거(PASO)에서 '깜짝 1위'로 돌풍을 일으킨 뒤 10월 본선에서 2위에 올랐다. 지난달 19일 결선투표에서 좌파 집권당의 세르히오 마사 전 경제장관을 11.3%포인트 차로 따돌리는 역전극을 펼치며 대권을 거머쥐었다.
더욱이 선거 과정에 전기톱 퍼포먼스 유세를 벌이는 등 돌출적인 언행으로 국가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과시하고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를 시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앙은행을 폐쇄하고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달러화로 대체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과격한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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