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회장 석방되자마자 경영권 분쟁
MBK 손잡은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공개매수
절대적 지분 열세… '사법리스크' 조현범 체제 흔들기 노림수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왼쪽)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오른쪽)ⓒ한국앤컴퍼니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조현범 회장 석방으로 간신히 한숨을 돌리려던 차에 다시 긴장의 끈을 조이게 됐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고문이 돌연 사모펀드와 함께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면서다.
조 회장의 지분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상황인 만큼 사실상 조 고문 측은 경영권 확보 보다는 사법리스크로 얼룩진 조현범 체제를 흔들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조 회장 석방 이후 밀린 일을 속도감있게 처리하려던 한국타이어로서는 또 다른 악재를 만난 셈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조현범 회장의 형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은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MBK 파트너스의 공개매수 특수목적법인(SPC) 벤튜라는 오는 24일까지 주당 2만원에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공개매수한다.
벤튜라가 공개매수를 통해 확보하려는 지분은 20.35~27.32%(1931만5214∼2593만4385주)다. 공개매수에 성공할 경우 조 고문 측이 50~57% 의 지분을 확보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지분율(42.03%)을 넘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조 고문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18.93%, 차녀 조희원씨가 보유한 지분은 10.61%다.
다만 시장에서는 조 고문 측의 공개매수가 성공할 가능성이 극히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앤컴퍼니의 지분구조는 조 회장, 조 고문, 조희원씨, 장녀 조희경씨(0.81%)를 제외하면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와 소액 주주 등이 17.25%, 외국인 투자자가 10.37%를 나눠 갖고 있다. 조 고문 측이 경영권 싸움에서 이기려면 유통 주식을 모두 사야 승산이 있다는 의미다.
한국앤컴퍼니 주가도 이미 공개매수 인수 단가를 넘어섰다.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지난 4일 종가기준 1만 6820원으로 공개매수 단가 보다 18.9% 낮았지만, 공개매수가 알려진 다음날에는 2만 300원에 장을 시작해 장중 한때 2만 1850원까지 치솟았었다. 공개매수 종료 전까지 주가가 2만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면 공개매수는 실패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지분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상황인 만큼 조 고문 측의 목적이 경영권 확보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조 고문과 조씨는 공개매수를 앞두고 지난달 30일 MBK 파트너스와 맺은 계약에서도 MBK측에 대표이사 선임권, 인사권 등을 포함한 경영 주도권을 모두 MBK에 넘기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에 오히려 조 고문 측이 경영권 확보 보다는 조현범 체제를 흔들기 위해 판을 벌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년 전 경영권 분쟁에서 패한 이후 반격을 노리고 있던 상황에서 계열사 부당지원과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사법리스크를 겪고 있는 조 회장의 도덕성을 문제삼아 사회적인 이미지를 끌어내리려했다는 분석이다.
IR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겪으면서 올 초부터 경영권 분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예상이 꾸준히 흘러나왔고, 조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리스크가 약화되는 것을 우려해 공개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며 "조 회장의 사회적 이미지를 실추시켜 흔들겠다는 속내가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했다.
때아닌 지분 싸움에 한국타이어도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조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조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한시름 놓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타이어는 그간 조 회장 부재로 올스톱 됐던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경영 사안에 속도를 내야할 시기다. 올 초 화재가 발생했던 대전공장은화재 직후 조 회장이 구속기소되면서 전소된 공장이 철거된 상태에 멈춰있는 데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 및 M&A 등도 모두 멈춘 상태다.
MBK의 움직임이 임직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회사 내부 결속력이 흐려질 우려도 있다. 신사업과 미래 사업 투자를 전면에서 이끌었던 조 회장과 달리 MBK가 주인으로 올라설 경우 직원들의 결속력과 안정적인 경영 보다는 단기간 내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춰 사업이 무리하게 진행될 수 있어서다.
한편, 업계에서는 MBK 파트너스가 조 고문측과 손잡은 이면에 다른 약속이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개매수 성공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고, 계약이 불발되더라도 지분 등의 형태로 바이백옵션을 약속받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IR 업계 관계자는 "MBK가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공개매수에 뛰어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공개매수에 성공했을 때의 계약조건이 경영권을 모두 쥘 수 있는 수준이라면, 실패했을 때의 계약조건은 더 클 수 있다. 지분과 같은 형태로 백옵션을 약속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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