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계좌 5800좌나 늘고도
실제 중량은 10% 넘게 빠져
"고점에 팔자" 익절 수요 탓
2030세대 소액 투자 영향도
금값이 올해 들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은행 골드뱅킹 상품 가입도 함께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값이 고점이라고 인식한 기존 가입자들이 대거 팔아치우면서 실제 골드뱅킹 투자 규모는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지만 금액은 소액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골드뱅킹(금통장) 계좌 수는24만9809좌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2.4%(5828좌) 증가했다.
골드뱅킹은 금 투자 방법 중 하나로 은행 계좌로 금을 살 수 있는 금융상품이다.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뱅킹을 통해 계좌를 만들고 돈을 입금하면, 은행이 입금액에 해당하는 만큼 금을 사서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만약 이렇게 사둔 금이 가격이 올라가면 가입자는 시세에 맞게 현금으로 출금할 수 있고 금 현물로도 받을 수 있다.
골드뱅킹 계좌 수가 늘어난 것은 올해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나가면서 금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제 금값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전날 한국거래소에서 1㎏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8만73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보다 17.4%나 뛴 가격이다.
이날 국제 금값이 온스당 2135.39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한국거래소 금값도 장중 8만791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올해 초 정점을 찍은 다음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솟구친 영향이다.
반면 새롭게 골드뱅킹으로 유입되는 투자금은 부진한 상황이다. 기존 골드뱅킹 가입자들이 사둔 금의 가치가 오르며 고점을 찍자 시세차익을 위해 팔아치운 것이다.
실제로 국민·신한·우리은행의 골드뱅킹 금 중량은 이번 달 4일 기준 5993㎏으로 지난해 말보다 11.9%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금값이 17% 넘게 올랐음을 감안하면, 이를 현금화한 이들이 그 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골드뱅킹에 보유하고 있는 금 자체는 줄었지만, 금값이 오르면서 잔액에는 큰 변화는 없었다. 이들 은행의 잔액은 514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2.1%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처럼 골드뱅킹을 둘러싼 투자가 지지부진한 와중에도 관련 계좌 숫자가 늘어난 건, 결국 전보다 소액으로 금에 투자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이런 경향을 이끌고 있다는 해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시절 안전자산인 금에 대규모 자금이 몰렸던 것과는 상반되는 현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시중 증권사에 개설한 금현물계좌의 경우 30대 이하 소유자가 46%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값도 지금이 정점이란 인식이 확산하면서 기존 골드뱅킹 가입자들이 이를 현금화하려는 움직임이 많아졌고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금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며 "최근 금값이 오르며 골드뱅킹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 소액투자 중심이다 보니 잔액에 큰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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