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혼자가 좋지만 혼자는 외로워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3.12.01 14:11  수정 2023.12.01 14:11

영화 ‘싱글 인 서울’

찬 바람이 싸늘하게 불어오는 계절이 되면 싱글들의 마음은 더욱 춥게 느껴진다. 이럴 때면 사랑의 온기가 느껴지는 영화를 찾기 마련인데 요즘 같은 날씨에 딱 맞게 마음이 몽글몽글 따뜻해지면서 행복지수까지 함께 상승하는 영화가 최근 개봉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싱글 인 서울’은 서로 다른 이유로 혼자인 두 남녀가 만나 따뜻하고 유쾌한 사랑을 그린 현실 공감 로맨스다.


모든 혼자인 것을 좋아하는 영호(이동욱 분)는 논술 강사이지만 감각적인 사진과 글로 SNS상에서 많은 구독자를 두고 있는 파워 인플루언서다. 실력과 인기를 겸비한 영호에게 출판사는 싱글 라이프 에세이인 ‘싱글 인 서울’ 책의 저술을 권하게 되고 출판사 편집장인 현진(임수정 분)은 영호와 작가와 편집자로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생활 방식도 가치관도 너무 달라 책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하면서도 함께 하는 시간이 나쁘지만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바로셀로나에 거주하면서 ‘싱글 인 바로셀로나’를 집필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홍작가(이솜 분)가 한국에 오게 되고 현진은 영호와 홍작가가 과거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요즘 젊은 사람들의 연애관을 보여준다. 1980~90년대 출생한 MZ 세대들은 디지털 문화와 환경에 익숙하고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취업이 어렵고 경제적 자립 문제로 이상적인 배우자와 연애 및 결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을 미루거나 비혼주의를 선택하며 더욱 자신만을 생각하는 개인주의로 흐르고 있다. 영호는 싱글의 삶이 커플의 삶보다 더 우월하고 심지어 완벽하다고 말하는 싱글 예찬론자다. 과거 연인과의 상처로 사랑을 기피하게 됐고 그때부터 자신의 삶에만 충실하고자 한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은 나뿐”이라는 영호의 대사처럼 영화는 자신의 삶을 포스트하는 파워 인플루언서 영호를 통해 관계에 서툴고 자기중심적인 요즘 젊은 세대들의 연애관과 결혼관을 전한다.


1인 가구의 생활 방식이 잘 나타낸다. 영화는 공감할만한 동시대적 키워드가 많다. 결혼하지 않은 1인 가구가 35%에 달한다는 통계에서 보듯이 1인 가구의 생활 방식은 이제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심지어 혼자 해외여행까지 다닌다. 20~30대에서는 절반 이상이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말하고 있다. 1인 가구 인구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지금, 사랑 대신 맛있는 혼밥과 쇼핑에 몰두하고 혼자인 것을 즐기며 사는 등장인물의 라이프 스타일에 공감할 관객이 많을 것이다. 영화는 자유롭고 편한 삶 이면에 외롭고 고독한 모순적 감정을 담아 혼자의 삶은 즐기는 나홀로족의 현 세태를 반영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서울의 아름다운 풍광으로 로맨틱한 감성을 높인다. 세계에는 여러 도시가 있고 각 도시마다 역사와 자연환경으로 아름다운 모습들이 있다. 서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고즈넉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며 패션과 문화가 중심이 되는 다채로운 도시다. 영화 속에서는 한강, 경복궁, 충무로, 남산 등 매일 보는 서울의 다양한 곳을 누비며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을 최대한 살려내 서울의 아름다운 풍경과 로맨틱한 모습을 잘 살렸다.


경제가 저성장국면으로 들어가면서 결혼을 하지 않는 싱글족과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화되어 나홀로족이 살기 편리한 환경도 배경 중의 하나다.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점차 희박해지고 개인주의가 강해지면서 우리 사회는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영화 ‘싱글 인 서울’은 젊은 MZ 세대들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조명하고 있다.


양경미 / 전) 연세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