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후 최대 위기 맞은 카카오
관리 주재로 역풍...뉴 카카오되길
카카오가 최근 불거진 내부 비리 의혹 확인에 대한 조사단을 구성한다. 경영진 구속과 창업자 검찰 수사 등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생긴 '또 다른 위기'를 막기 위해 홍은택 대표이사가 내린 조치다.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공동체얼라이언먼트센터) 경영총괄의 막말 논란 여부는 외부 법무법인에 맡기는 한편, 고가의 법인 골프장 회원권 문제와 제주도 유휴 부지 공사 업체 선정 비리 문제, IDC·공연장 비리, 경영진에 편중된 보상 등 내부 논란은 별도 조사단을 꾸릴 계획이다. 홍 대표는 동요하는 임직원들에게 "이번 감사나 조사결과를 예단하지 말아 달라"라고 당부도 전했다.
아직 조사단의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되기도 전이지만, 이들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높지 않다. 지난 몇 년간 카카오 내·외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카카오는 '근본적 문제 해결'에 집중하기보다 '문제 회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및 임원들의‘스톡옵션 먹튀’ 사건 때도, 올해 김기홍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법카 현질' 사건 때도 그랬다. '카카오=문제 많은 회사'라는 인식이 대중에게 각인된 것도 이 때부터다. 내부에선 "이번에도 하는 시늉만 하고 끝나는 것 아니냐"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외부의 시선도 비슷하다. 지난해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와 '쪼개기 상장 논란', 카카오헬스케어·카카오VX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의혹, 카카오택시 독과점 논란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카카오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 결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관련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전례 없는 경영 위기를 맞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김범수 창업자는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수염을 밀며 '쇄신'의 의지를 외부에 보였다. 또 “모든 서비스와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국민 눈높이에 부응하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외부 감시 시스템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를 세웠다. 본인은 매주 월요일 카카오 본사로 출근해 공동체 임원들과 해결책을 마련 중이다.
카카오는 그간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해 왔다. 업계에선 그 이유로 '관리의 부재', '방임 경영'으로 꼽는다. 구심점 역할을 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보니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이슈 대응 등이 어려웠다고 보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에는 김범수 창업자가 직접 '관리'를 언급한 점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야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점은 고무적이다.
김범수 창업자는 지난달 13일 제3차 비상 경영 회의에 들어가기 앞서 기자들에게 구체적인 경영 쇄신안이 연말에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기업 이미지 회복은 쉽지 않다. 어쩌면 최근 몇 년간 불거진 카카오의 문제점들은 카카오 그룹이 문을 닫을 때까지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 있다. 이번 논란을 쇄신의 기회로 삼아 '새로운 카카오'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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