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싱어게인’은 ‘한 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취지에 따라 오랜 무명을 겪은 가수들이 이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린다. 그런데 유독 이번 시즌에선 ‘낯익은’ 참가자들이 대거 등장했다.
'싱어게인3' 58호 가수로 무대에 오른 '슈퍼밴드' 출신 홍이삭 ⓒJTBC
JTBC ‘슈퍼밴드’에서 주목을 받았던 58호 가수(홍이삭)을 비롯해 채널A ‘보컬플레이 시즌2’ 우승자였던 27호 가수(임지수), ‘슈퍼밴드’ 출신 더베인 퍼플레인 멤버인 40호 가수(채보훈), MBN ‘보이스킹’ 우승자인 64호 가수(리누), 엠넷 ‘슈퍼스타K2’ 출신 42호 가수(김지수), JTBC ‘팬텀싱어’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 멤버인 38호 가수(김현수), KBS2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 가수’ 우승자인 37호 가수(류정운)까지 타 오디션 출신 가수들이 그 주인공이다.
오랜 기간 ‘싱어게인’ 출연을 기다렸다던 27호 가수 임지수는 “‘보컬플레이’에서 우승하고 나서 코로나가 터졌고, 저를 찾아주는 무대도 없었다. 그런데 ‘싱어게인’은 무명가수로서 서바이벌에 출연했던 가수도 당당하게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며 “‘쟤 또 왜 나왔지’라는 시선과 ‘더 보여줄 게 있을까’라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나 또 노래하러 나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도 하고, 상금까지 받았는데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들을 향해 ‘돈독이 올랐다’던가 ‘욕심이 과하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가수는 무대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오히려 가수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전전하게 하는 국내 음악계의 현실을 안타까워해야 할 때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스타 등용문으로 오랜 기간 방영되어 왔는데, 최근 들어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흥행한 프로그램의 포맷을 답습하며 인기에 편승하려는 아류작들이 잇따라 방영되면서 프로그램만이 가져야 할 정체성은 사라지고, 화제성도 덩달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떤 실력 있는, 매력 있는 참가자들을 섭외하는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재를 발굴한 그 이후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최근 대중음악계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이후 맺는 매니지먼트 계약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실상 방송의 시청률과 화제성이 떨어지면 방송사에선 이들을 ‘굳이’ 활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미 매니지먼트 계약은 체결된 상황이라 원 소속사와의 활동에도 제약이 있다. 결국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어도 어떠한 활동도 맘 놓고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과연 오디션 프로그램이 정말 스타 등용문이 맞느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잘 되면 적극적으로 뒷받침을 해주고, 그렇지 않으면 손을 놓아버리는 건 출연자들을 단순 ‘이슈몰이용’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밖엔 보기 어렵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마음은 절박하다. 오디션 프로그램들도 그 절박함을 이해하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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