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전면시행 vs. 유예…건설업계는 ‘한숨만’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3.11.27 16:42  수정 2023.11.27 16:44

법 시행 두 달 앞…중소·중견업체 대비책 미흡

“2년 더 유예” vs. “원래대로 시행” 의견 엇갈려

“규정 모호, 비용 부담 상당…제도 지원 뒷받침돼야”

내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시행이 예고되면서 건설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뉴시스

내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전면시행이 예고되면서 건설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 여당이 유예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야당과 노동계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큰 만큼 실현 가능성을 점치긴 힘든 실정이다.


27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국회에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 연장을 촉구했다.


추 부총리는 “최근 우리 경제는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이지만 여전히 고금리 장기화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며 “아직 충분한 준비와 대응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부담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 내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에 대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2021년 법 제정 이후 지난해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 적용 중이다. 내년 1월 27일부터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다.


중소건설사들은 아직 충분한 대비책을 갖추지 못한 만큼 전면 시행을 늦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내외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해 정부 여당도 중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2년간 유예기간을 더 연장해 2026년 1월 27일부터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문건설사 781곳 중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안전관리체계 구축, 인력·예산 편성 등 조치를 취한 기업은 3.6%에 그친다.전문건설사 781곳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설문조사 결과.ⓒ대한건설정책연구원

야당에서도 일부 유예기간 연장 목소리가 나온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 사과를 전제로 유예기간 연장을 생각할 수 있다”며 “유예기간 2년 연장시 중대 산업재해를 어떻게 줄일지 구체적이고 확실한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법 시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재계 및 노동계의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면서 일선 현장의 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마다 각종 스마트기술을 접목한 안전기술을 개발·도입하고,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하며 자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그럼에도 실제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것까지 아우르긴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대재해 제로’를 천명하고 조심하더라도 건설산업 특성상 리스크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며 “대형건설사들은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라도 있지만, 영세한 중소·중견업체들은 그 부담이 상당하다. 관련 지원은 전무하고 마냥 처벌만 강조하는 건 차라리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문건설사 781곳 중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안전관리체계 구축, 인력·예산 편성 등 조치를 취한 기업은 3.6%에 그친다. 그 외 96.8%는 ‘별다른 조치 없이 종전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준비가 미흡한 이유로는 ‘방대한 안전보건 의무와 그 내용의 모호함’이 67.2%로 가장 높았고 비용 부담(24.4%), 전문인력 부족(8.4%) 등이 뒤를 이었다.


김희수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모호한 규정이 너무 많고 외부의 단기 지원만으로는 의무를 이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최소 2~3년은 법 적용을 유예하고 안전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방안 모색과 영세 기업 실정에 맞게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야 정치권은 오는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연내 국회 통과를 위한 마지노선인데 전면시행과 유예기간 연장 등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개정안이 처리될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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