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압구정3’ 되나…여의도 한양, 신통기획 재건축 ‘삐걱’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3.10.18 05:47  수정 2023.10.18 05:47

‘속도감 있는 재건축’ 강점 퇴색, 곳곳서 잡음

서울시-시행자 간 갈등, 시공사 선정 총회 ‘불투명’

여의도 1호 재건축 사업으로 주목받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에 제동이 걸렸다.ⓒ데일리안DB

여의도 1호 재건축 사업으로 주목받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에 제동이 걸렸다. 전문가들은 아직 사업 성과가 없는 만큼 향후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추진하는 단지에서도 크고 작은 잡음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18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최근 영등포구청에 한양아파트 시공사 선정 과정에 정비계획위반 사항이 있는지 조사해 조치하라고 행정지도를 내렸다.


영등포구청은 이후 한양 재건축 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에 관련 내용 파악을 위한 자료를 요구했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한양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바 있다.


정비사업은 정비구역 내에서 정비계획에 따라 이뤄지는데, 시는 KB부동산신탁이 아직 정비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통기획안을 토대로 입찰 지침을 제시한 데 대해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본다. 신통기획은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서울시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올 초 서울시가 마련한 한양 신통기획안은 용도지역을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 조정하고 용적률 600%, 최고 54층 높이의 주상복합 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이는 가이드라인에 그치는 것이어서 서울시 심의를 통과해 구체적인 정비계획 확정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KB부동산신탁이 이 과정을 건너뛴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이 지난해 사업시행자 지정을 받은 구역에는 중심시설용지가 제외됐는데, 시공사 입찰 공고문에는 해당 부지를 포함해 정비구역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설계업체 선정을 놓고 서울시와 조합 간 다툼으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압구정3구역을 떠올린다.


현재 이곳 사업장에선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다.여의도 한양 신통기획 조감도.ⓒ서울시

현재 이곳 사업장에선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치열한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달 말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은 이후 재건축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서울시가 시행자의 시공사 입찰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만큼 최악의 경우 한양 역시 ‘여의도 1호 재건축’ 타이틀을 잃고 사업이 늘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시와 시행자 간 갈등이 확산할 경우, 이미 재건축 수주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건설사들과의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서울시에서도 검토 중이고 구두상으로는 이달 말 시공사 선정 총회를 중단해달라고 했으나, 명확히 공문이 내려온 건 없다”며 “이 때문에 시공사 선정 일정을 그대로 진행할지, 일시적으로 중단할지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업 진행 절차상 법률적인 하자는 없다고 보여진다”면서도 “앞으로 향후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 서울시와 계속 인허가 문제로 부딪혀야 하는 만큼 주민들을 위해 어떤 방법들이 더 좋은지에 대해 계속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KB부동산신탁 측은 주민대표단체와 충분히 의견 교류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리겠단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대응도 지켜보고 향후 계획을 재정립한단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압구정3구역에 이어 한양처럼 신통기획 추진 단지에서 서울시와 크고 작은 불협화음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신통기획의 강점인 사업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이란 견해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서울시도 조합도 신통기획이 처음이다 보니 적용 기준이나 이런 세세한 부분들까지 사업자들이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어쩔수 없는 과도기인데 그때마다 서울시가 개입을 하게 되면 결국 서울시의 입맛에 맞춰 가이드라인이 다듬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통기획을 졸속으로 추진한 면이 없지 않다”며 “좀 더 명확하게 사업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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