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성 불참
'한국이 싫어서'가 방황하는 청춘과, 그들을 방황하게 만드는 사회에 질문을 던졌다.
4일 부산 해운대구 수영강변대로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는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장건재 감독과 윤희영 PD, 배우 주종혁 김우겸이 참석한 가운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기자 시사 및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 계나(고아성 분)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서 어느 날 갑자기 직장과 가족, 남자친구를 뒤로하고 홀로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를 비롯해 연출과 프로듀싱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선보여 온 장건재 감독의 신작이다.
남동철 직무 대행은 "'한국이 싫어서'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의 공통점은 아마도 젊은 친구들이고 미래에 대한 많은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란 점이다. 많은 영화, 드라마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룰 때 현실의 문제들이 생략돼 있는데 이 작품에는 그 문제가 다양하게 드러나있다. 고민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 공감을 사는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한국이 싫어서'란 제목이 특정한 국가를 지칭하고 있지만 보편적으로 젊은 세대를 가진 어려움을 잘 표현한 제목 같다. 영화가 얼마나 정직하게 우리의 삶을 반영하고 있는가란 질문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그 점에서 '한국이 싫어서'는 특별한 가치가 있었다"라고 '한국이 싫어서'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말했다.
장건재 감독은 "2016년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 마켓에서 처음 소개 됐던 작품이다. 그때 마켓에서 왜 이 소설을 영화화하고 싶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 열심히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또 출범한 해 부터 관객으로 왔었다. 그런 영화제에 개막작으로 올 수 있게 돼 감사하다. 부국제서 씨앗을 잘 뿌려 잘 키워 데리고 온 것 같아 감회가 크다"라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한국이 싫어서'가 선정된 소감을 밝혔다.
장건재 감독은 소설 '한국이 싫어서'를 영화로 만든 이유에 대해 "2015년에 출간돼 그 해에 읽었다. 당시 한국 사회는 세월호 등의 문제로 굉장히 뜨겁고 큰 변화를 겪는 시기였다. 계나처럼 20대 후반의 여성은 아니지만 저도 발 딛고 서 있는 곳에서 느끼는 불만이 있었다. 남성이고 다른 위치에 있지만 한국 사회 미래를 그렸을 때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이대로 살아도 되는지란 작업을 통해 환기하고 싶었다. 이 이야기를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영화화를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소설은 계나가 떠나는 곳이 호주지만 영화는 뉴질랜드로 배경이 변경됐다. 이와 관련해 장 감독은 "영화 준비를 위해 2017년에 뉴질랜드 소시들과 시드니를 방문해 이민자, 유학생을 인터뷰 했다. 개인적으로 호주와 뉴질랜드에 있는 사람들의 결이 달랐다. 당시 뉴질랜드는 여성 총리가 있었고 출산 휴가를 처음으로 도입한 나라였다. 또 인권과 자연의 생명권을 소중히 하는 나라라는 게 인상적이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설에서의 계나는 이민이 궁극적인 목표라면 영화 속 계나는 목표를 수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조금 더 자신의 삶을 모험하는 쪽이다. 희망을 찾아 계속 움직이고 도망가는 인물로 묘사하고 싶었다"라고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을 말했다.
계나 역을 맡은 고아성은 최근 천추골 골절 부상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장 감독은 "고아성이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다가 해결이 안돼 불참을 결정했다. 같이 자리하지 못해 많이 아쉬워 했다. 현재는 회복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고아성 캐스팅 관련 "대본을 읽고 바로 만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고, 참여 의사도 일찍 밝혀주셨다. 팬데믹 때문에 2~3년 정도 작업할 수 없었는데 그 시간도 기다려주셨다. 저는 계나가 고아성이란 배우를 통과해 어떻게 드러날지 궁금했고, 이 영화를 만들 때 고아성도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시기라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 되겠단 생각도 했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고아성의 얼굴을 새롭게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관객 분들도 그런 부분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주종혁은 뉴질랜드에서 계나가 사귄 친구 재인 역을 맡았다. 주종혁은 "배경이 뉴질랜드인데 어렸을 때 6년 정도 뉴질랜드에서 유학 생활을 했었다. 당시 한국의 삶에 지쳐 워킹홀리데이로 온 형들과 친하게 지냈다. '한국이 싫어서'란 소설을 읽고 그 형들이 많이 생각나기도 했고 해외에서의 삶이 저와도 비슷했다. 재인을 연기하면 재미있게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특히 주종혁은 '한국이 싫어서'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에 벅찬 감정을 드러내며 "연기한지 6~7년 정도 됐는데 독립 영화 하면서 부산국제영화제에 꼭 오고 싶다는 목표와 욕심이 있었다. 이렇게 개막작에 선정된 작품에 참여해 이 자리까지 오게 돼 꿈 같다.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라고 말했다.
계나의 남자친구 지명 역의 김우겸 역시 "군대에서 휴가 나올 때 열차 타고 이 극장 객석에서 영화를 보고 간 적이 있다. 그 때 배우들을 보며 너무 부러워 했었다. 개인적으로 개막작으로 참여하게 돼 너무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고아성과의 호흡에 대해 "TV에서 보던 (고)아성 누나와 함께 연기하게 돼 신기했다. 편하게 대해주시고 제가 고민하고 있는 걸 전화로 소통하며 함께 나눠주셨다. 고마웠다"라고 밝혔다.
장건재 감독은 "제목이 강렬해 강렬한 메시지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계나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공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직장이 있고, 남자친구도 있지만 자신의 삶의 환경을 왜 바꾸려고 하는지, 무엇이 그를 계속해서 한국이란 사회를 탈출하게끔 만드는지 봐달라. 메시지보단 인물을 들여다봐줬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13일까지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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