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의 단독 콘서트라고 하면 주로 남자 배우들을 떠올리기 마련이에요. 그만큼 비율이 압도적이니까요. 그런데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어요. 티켓파워 없이 힘들다던 뮤지컬 단독 콘서트를 여배우들도 보기 좋게 성공시키고 있죠.”
차지연의 첫 단독 콘서트 '전시회' ⓒ씨엘엔컴퍼니
한 뮤지컬 홍보 관계자는 최근 공연계에 흥미로운 변화 중 하나로 여성 뮤지컬 배우들이 잇따라 단독 콘서트로 관객들을 만난다는 점을 꼽았다. 물론 과거에도 여성 뮤지컬 배우의 단독 콘서트가 없었던 건 아니다. 뮤지컬 배우 김선영은 2015년 여성 배우 중 최초로 단독 콘서트를 연 대표적 사례다. 당시는 그의 데뷔 10주년이 된 해였다.
사실 단독 콘서트는 남성 뮤지컬 배우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수익을 내려면 배우 한 명이 가진 인지도와 티켓파워가 담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여성 배우들은 단독 콘서트 개최에 취약하다는 평까지 들어왔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팬덤이 남성 배우들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고, 티켓파워도 남성 배우에 의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2일과 3일 블루스퀘어에서 데뷔 17년 만에 첫 단독 콘서트를 연 차지연은 뮤지컬 옥주현과 함께 뮤지컬 시장의 투톱으로 꼽힌다. 그런 그조차 “데뷔 10주년까지도 단독 콘서트를 여는 게 두렵고 겁이 났다. 티켓파워에 있어서 여성 뮤지컬 배우들은 남성 배우들에 미치지 못하는 걸 인정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여성 뮤지컬 배우들은 이러한 분위기를 보기 좋게 반전시켰다. 1년 사이 신영숙을 비롯해 차지연, 정선아, 김소현, 유리아, 이지수, 민경아 등의 여성 뮤지컬 배우들이 단독 콘서트를 열었는데 대부분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을 기록했다. “두렵다”던 차지연 역시 2회차 모두 전석 매진시키면서 티켓파워를 자랑했다.
신영숙 단독 콘서트 '친절한 영숙씨' ⓒ샘컴퍼니
굵직한 경력과 뛰어난 연기력, 압도적인 가창력으로 ‘뮤지컬계 마마님’이라 불리는 신영숙은 마곡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지난달 18일과 19일 이틀간 공연하면서 약 2600명의 관객과 만났다. 차지연이 공연한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과 비슷한 규모다. 신영숙의 이번 콘서트 ‘친절한 영숙씨’도 티켓 오픈 당일 인터파크티켓 뮤지컬 일간 랭킹에서 1위에 오르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이처럼 여성 뮤지컬 배우들의 단독 콘서트가 잇따라 열리고, 이른바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의 줄임말)이 연출되는 이 현상을 두고 여성 서사가 강해진 공연계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여전히 창작 뮤지컬은 여성 원톱물이 많지 않고, 반응이 아주 좋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여성서사,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원하는 관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여성 뮤지컬 배우들이 콘서트를 여는 것도, 또 그런 여성 배우들의 콘서트가 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비슷한 흐름”이라고 봤다.
여성 뮤지컬 배우들이 콘서트를 여는 이유도 이 지점에서 비롯됐다. 여전히 여성 원톱물이 많지 않다는 것인데, 단독 콘서트에서는 하나의 캐릭터를 보여줘야 하는 뮤지컬과 달리 다양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실제로 배우들은 자신이 선보였던 작품 속 캐릭터의 넘버는 물론이고 타 작품의 넘버 그리고 오페라, 대중음악 등 다양한 셋리스트를 자랑한다. 심지어는 작품에선 보여주지 못한 남성 캐릭터의 넘버를 부르기도 한다. 신영숙이 ‘친절한 영숙씨’에서 뮤지컬 ‘영웅’의 ‘장부가’를 부른 것이 대표적이다.
공연 관계자는 “여성 뮤지컬 배우들도 이젠 티켓파워가 가능해진 시대”라며 “많은 여성 뮤지컬 배우들이 콘서트를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뮤지컬 시장에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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