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할인 할텐데"… 테슬라, '혁신'에서 '불신' 아이콘 되나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3.09.07 06:00  수정 2023.09.07 06:00

모델 3·Y 이어 모델 S·X 최대 1500만원 할인

할인 효과 안통하나? 올해 판매량 전년 대비 43% '뚝'

주먹구구 가격 정책에 소비자 등돌렸다

테슬라 모델 S가 1200만원 가량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테슬라의 가격 할인 카드가 힘을 잃고 있다. 올 초 1000만원 가량의 통큰 가격 인하 정책을 폈음에도 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그치면서다.


전기차 경쟁이 심화되면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할인 카드를 지속적으로 꺼내왔지만, 들쑥날쑥한 가격 정책에 두터웠던 팬층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잔존가치 하락에 따른 브랜드 신뢰도에도 비상등이 켜진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1~7월) 테슬라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384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 급감했다. 지난해 판매량 역시 2년전 대비 67% 감소한 수치 였지만, 올해는 그보다 절반이 더 하락한 것이다.


이는 올 초 테슬라가 단행한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올 초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가격을 20% 가량 할인하면서 국내의 경우 모델3는 1만 달러(1240만 원), 모델Y는 1만3000달러(1614만 원)까지 할인한 바 있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하반기 또 다시 가격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번엔 모델 S와 모델 X다. 현재 테슬라는 모델 S AWD(사륜구동) 모델을 기존 1억2449만원에서 1억1152만원으로 할인 판매하고 있다. 모델 S 플래드 역시 1200만원 가량 가격을 낮췄다. 모델 X도 기존 1억 3949만원에서 1억2875만원으로 1000만원 가량 인하했다.


문제는 하반기 가격 인하 역시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단 점이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이 일년에도 수번씩 이뤄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언제든 가격 할인이 돌아온다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테슬라는 최근 3년동안 10번이 넘는 가격 인하 정책을 폈다"며 "그간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이미지를 앞세워 가격 정책으로 효과를 봤을 지 모르지만, 판매량이 말해주듯 앞으로는 가격 인하 카드가 기존만큼의 효과를 가져다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들쑥날쑥한 가격 정책이 소비자들 사이 테슬라의 브랜드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의미다. 정가로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의 입장에선 같은 모델이 돌연 몇천만원씩 할인을 할 경우 브랜드에 등을 돌릴 수 밖에 없다. 실제 테슬라는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다섯차례나 가격을 올리면서 일각에선 가격이 '시가'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전통 자동차 브랜드들이 기술 수준을 크게 높인 신차를 쏟아내고 있단 점은 테슬라를 더욱 압박하는 요소다. 전기차 도입 초기 테슬라가 OTA(무선업데이트), 자율주행 등으로 타 브랜드와 차별점을 뒀지만 최근 자동차 브랜드들의 기술 수준이 빠르게 올라오면서 이마저도 내세우기 어렵게 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기차계 애플'로 떠오르며 수많은 팬층을 거느린 테슬라의 시대가 점점 내릴 것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최근 중국산 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을 낮춘 '모델 Y RWD'를 출시하면서 주목을 사기도 했지만, 과거와 달리 글로벌 제조사들의 추격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동안 따라붙던 '혁신' 수식어는 가져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 교수는 "글로벌 제작사들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바짝 쫓아오면서 더이상 기술적인 면에서는 테슬라와 차이가 없어졌고, 소비자들의 선택지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며 "같은 가격을 주고 구매한다면 구매 이후 중고차 가격이 방어되고 가치가 보존되는 브랜드를 고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번 하락한 이미지는 다시 올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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