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니뇨에 올여름 설탕 ‘金값’ 될까…국제 생산량 위태

맹찬호 기자 (maengho@dailian.co.kr)

입력 2023.06.23 15:24  수정 2023.06.23 15:24

작황부진에 세계 설탕값 12년만에 ‘최고치’

엘니뇨 가능성…이상기후에 요동치는 생산량

호주·태국 수입의존도↑…국내물가반영 우려도

정부, 연말까지 설탕·원당 관세 한시적 인하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설탕 ⓒ뉴시스

2011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던 설탕이 올여름 ‘슈퍼 엘니뇨’ 영향으로 많은 비가 예고되자 ‘슈거플레이션’(슈거+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온다. 엘니뇨 영향권인 주요 원당 생산국도 내년까지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자 가격이 급등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설탕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넉 달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설탕 가격 지수는 전월(149.4)보다 5.5% 상승한 157.6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가격지수(116.8)와 비교하면 4개월간 34.9% 올랐다.


설탕 원료인 원당 가격은 지난 13일 기준 t당 554 달러로 전년(414 달러)대비 33.8% 상승했다. 설탕은 679 달러로 지난해(562 달러)보다 20.8% 올랐다.


지난달은 이달보다 상승 폭이 컸다. 지난 5월 25일 기준 원당은 t당 549 달러, 설탕은 699 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2011년 가격 대비 각각 77.6%, 87.4% 치솟았다.


지난 14일 국제금융센터가 낸 ‘국제 원당가격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원당가격은 주요 생산국 공급차질로 인해 지난 4월 중 상승세가 가속화(전월 대비 21.3% 상승)하다가 지난달 이후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회 등으로 조정(전월 대비 7.2% 감소)을 나타내며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설탕은 폭염이나 폭우로 인한 강우량 증가 등 이상기후로 가격 상승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올 하반기에 전 세계에 휘몰아칠 슈퍼 엘니뇨 발생 전망에 설탕값 오름세 둔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를 뜻하며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계속될 때, 그 첫 달을 말한다. 또 엘니뇨 감시구역 수온이 평년보다 1.5℃, 2.0℃ 이상 차이가 생기면 ‘강한 엘니뇨’와 ‘슈퍼 엘니뇨’로 구분된다.


앞서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엘니뇨가 6~8월, 7~9월 나타날 확률은 각각 70%, 80%로 전망했다. 국립해양대기국(NOAA)도 엘니뇨가 7월 전 발생해 북반구에서는 겨울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예측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국지성 폭우와 강우량이 늘어나 주요 원당 생산국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태평양 동쪽 해수면 온도가 평균보다 크게 높아진 상태(빨간색)를 나타내는 지도 ⓒ미국 해양대기청(NOAA)=연합뉴스

하반기 엘니뇨가 본격화하면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세계 원당 수출량 58%) 작황과 인도·태국 사탕수수 생육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인도 제당공장협회(ISMA)는 원당 생산량 전망치를 2022~2023년 기준 3650만t을 지난 1월 3400만t으로 줄이는 데 이어 최근 3280만t으로 추가 하향 조정했다. 인도 정부는 바이오연료 활성화 정책으로 사탕수수 일부를 에탄올 생산에 투입해 원당 생산량 제약이 걸리기도 했다.


태국은 이상기후, 고부가가치 작물 전환 등으로 생산이 예상보다 부진했다. 네덜란드 다국적 금융 협동조합(Rabobank)은 생산량 전망치를 1200만t에서 1100만t으로 내렸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오랫동안 이어진 폭염과 가뭄 등으로 생산량이 하회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원당과 설탕 수입 대부분을 호주, 태국 등에 의지하고 있어 생산량 감소 전망에 따른 수급 압박 요인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8~2022년 우리나라 원당 평균 수입량은 183만t이다. 이 중 호주에서는 106만3000t(58.1%), 태국은 45만4000t(24.8%)인 것으로 조사됐다.


설탕은 같은 기간 평균 10만8000t을 수입했으며, 이 가운데 태국이 8만3000t(76.4%)으로 수입량이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호주와 태국은 무관세가 적용돼 설탕 수입 의존도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설탕 가격 인상은 국내 먹거리 물가에 고스란히 전파되며 과자나 빵, 음 등 주요 가공식품을 사용하는 외식업계, 소비자 등에게 직접 다가와 가격 인상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


정부는 국내 설탕가격 안정을 위해 설탕 할당 관세 잔여 물량에 대한 적용세율을 5%에서 연말까지 0%로 조정하기로 했다. 원당 기본세율도 연말까지 3%에서 0%로 내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국제가격이 높아 더디게 들어왔던 설탕 할당관세 물량도 원활하게 도입할 수 있게 됐다”며 “제당업계와 함께 설탕 소비자 가격 인상 자제 노력 및 물가 안정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설탕 가격이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정부가 국내 설탕 가격 안정을 위해 관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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