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필자는 사법연수원생 시절 검사님과 함께 부검 현장에 참여한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망자는 어린아이였고, 우리는 유가족들에게 부검 결정 사실을 통지해야 했다. 그때 보았던 유가족들의 울부짖음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검사님은 범죄 여부를 철저히 규명하는 것이 망자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며 부검해야 한다고 하였다.
못다 핀 생명이 이 세상을 떠나고, 그 원인을 규명하는 일은 참으로 가슴 아프고, 그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다.
3년 전 타다가 죽었다.
타다를 퇴출해야 한다는 택시기사들의 집회가 연이었고, 분신자살까지 발생했다. 검찰은 타다 경영진을 기소하였고, 국회는 타다금지법을 제정하였다. 그렇게 타다는 현행법을 교묘하게 위반하여 택시 업계를 약탈한 마녀로 심판받아 불태워졌다. 이후 3년이 지났고, 타다는 무죄였음이 밝혀졌다.
타다는 합법이었고, 혁신을 시도하는 스타트업이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혁신은 죄가 없다’라는 말로 씁쓸함을 표현했다.
이제 우리 사회는 타다를 부검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2의 타다’를 검색하면 규제 이슈로 죽어가고 있는 여러 스타트업들을 확인할 수 있다. 아무도 하고 싶지 않겠지만, 엄숙하고도 무거운 마음으로 철저히 타다를 부검해야 하는 이유다.
“작게 시작하여 실험하면서 확장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start small, test, scale up)”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오픈AI와의 간담회에서 필자가 “법률, 의료 등 규제 이슈가 강한 분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질문하자, 그렉 브록먼 회장이 한 대답이다. 스타트업은 새로운 서비스나 기능을 출시할 때 ‘애자일(agile)’ 방식의 실험을 많이 사용하는데, 한 번에 대규모로 출시하지 않고 일부 기능만 작게 출시하여 고객 반응을 보며 조금씩 개선하는 방법론이다. 그렉 회장은 규제 이슈에 대한 답으로 ‘실험’을 내놓은 것이다.
혁신에 익숙한 미국 사회는 규제 이슈에서도 애자일 방식의 ‘실험’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이분법적으로 허용 여부를 결정짓기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다양하게 실험해 본다.
예를 들어 과거 자율주행차량에 관한 규제 사례가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 모두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라는 개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미국 교통부는 2016년 ‘자율주행차량이 도로를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안전기준을 만들어 실험하도록 해주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법률 해석상 불법이라는 입장이었다. 옳은 판단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 자동차 제조업 강국이자 IT 강국인 우리나라는 이미 후발주자가 되었다.
우리 사회가 혁신이 등장했을 때 접근하는 방식을 되짚어보아야 한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필자가 느끼기에 우리 사회는 ‘혁신을 실험하는 사회’라기보다는 ‘혁신을 심판하는 사회’에 가깝다. 이 혁신이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 나갈지 접근하기보다는 우선 허용되는지, 합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결정지으려고 한다.
그러나 혁신은 그 상태 그대로 심판받기에는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말랑말랑한 존재이다. 그리고 기존 제도는 혁신을 상정하지 않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혁신은 ‘심판’하는 순간 마녀가 된다. 반대로, 혁신을 ‘실험’하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도 있다. 아니, 그렇게 성장동력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할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혁신이 등장했을 때 합법인지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실험을 해볼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3년 전, 우리 사회가 심야 또는 출퇴근 시간에 한정하여 타다를 허용해주는 실험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과연 이 실험이 미래에서 온 사람만이 제안할 수 있는 기상천외한 실험이었을까.
ⓒ
글/ 민명기 변호사(리걸테크 스타트업 대표)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