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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가치외교, '볼륨 조절'은 필요한가


입력 2023.06.11 00:00 수정 2023.06.11 05:27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정부, 인도·태평양 전략 고리로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 추진…

권위주의 체제인 상당수 국가

가치외교에 부담 느낄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2일(현지시각) 캄보디어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2일(현지시각) 캄보디어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모색 중인 윤석열 정부가 최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역내 주요 강대국 외에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을 핵심 협력 파트너로 꼽았다.


아세안이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한 국가들로 꾸려진 만큼,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이하 인태전략)을 고리로 협력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윤 정부는 아세안이 세계 3위 인구(약 6.6억명), 5위 경제권(약 3.35조 달러)을 자랑하는 것은 물론, 우리의 2위 교역국(2021년 기준 약 1766억 달러)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 경제·사회 분야 위주의 협력을 넘어 국방·방산 협력을 포함한 포괄적·전략적 협력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윤 정부 대외정책 근간인 가치외교의 '볼륨 조절' 필요성이 제기된다. 자유·법치 등 민주적 가치는 한국 정체성과 직결되는 요소라는 점에서 강조할 필요가 있지만, 아세안의 '특수성'도 염두에 둬야한다는 지적이다.


박재적 연세대 교수는 지난 9일 '윤 정부 출범 1주년-외교·안보·통일 분야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4개 국책연구기관이 공동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우리가 가장 짧은 시간에 민주주의와 시장 발전을 이뤄낸 국가로서 인권, 민주주의, 자유 연대 등에 대해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인태전략을 펼치는 데 있어 다수의 동남아 국가 및 인태지역 국가들이 여전히 권위주의 국가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태지역 내 상당수 국가들이 △양질의 거버넌스 △투명성 △민주주의 등을 앞세운 가치외교를 잠재적 정권 위협 요소로 간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가치외교의 선봉장인 미국조차도 탄력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박 교수는 토론문에서 "미국이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국제사회에서 세력 규합을 위해 민주주의 및 인권을 강조하고 있다"면서도 "자국(미국) 인태전략을 구현하기 위해 아세안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민주주의 및 인권의 기준을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에서 전폭적인 기준 완화에 나선 바 있다. 출범 초 '카슈끄지 사건'을 묵인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가 급등하자 목소리를 낮췄다. 국익을 위해 사우디 정보요원의 언론인 살해라는 인권 문제 제기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일본 인태전략, '민주주의' 단어 피하려는 경향"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의 경우, 일찍이 가치외교 접근법에 대해 고민해 왔다는 평가다.


오바 미에 일본 가나가와대 교수는 지난 8일 '제16회 국제해양력심포지엄'에서 "한국 인태전략에선 민주주의를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고 인상적"이라며 "일본 버전의 인태전략에선 민주주의라는 단어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세안 국가들의 반응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적 가치는 물론 중요하지만, 역내 주요 협력국들이 권위주의 체제를 택한 경우도 있는 만큼, "지나치게 가치를 푸시(push)하는 것처럼 보여지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했다는 설명이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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