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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대사에 훈계 듣고온 이재명…정치권서 "백댄서 자처" 비난 봇물


입력 2023.06.09 11:49 수정 2023.06.09 13:33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與 "사대주의적 태도로 국민 얼굴 먹칠"

"李,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 대표인가"

민주당 일각선 "본질 흐리는 것" 엄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와 싱 대사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 마련 방안, 양국 간 경제협력 및 공공외교 강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를 방문해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만찬 회동을 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와 싱 대사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 마련 방안, 양국 간 경제협력 및 공공외교 강화 등에 대해 논의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에게 사실상 훈계를 듣고 왔다는 비판이 정치권에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역대 민주당 대표들이 중국대사를 국회에서 접견해왔다는 점에서 "굴종 외교"라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싱 대사의 요청으로 중국대사 관저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싱 대사는 "중한관계가 어려움에 부딪혔는데,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한국이 대만 문제 등에서 중국의 핵심 우려를 확실히 존중해주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싱 대사는 또 "한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건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했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했다.


심지어 싱 대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계속돼 온 '미국 중시' 외교 정책에 대해서도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서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며 "현재 중국의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했다. 중국대사관은 이례적으로 싱 대사의 모두발언을 보도자료 형태로 배포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싱 대사로부터 사실상 훈계를 듣고 왔고, 중국이 우리나라의 외교 정책을 공개 비판하도록 판을 깔아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싱 대사가 10장 분량의 원고를 읽는 동안 경청했고, 민주당 참모들은 싱 대사의 발언을 받아적는 모습이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델리민주'를 통해 생중계된 것도 도마에 올랐다. 기존 외교 공식과 달리 제1야당 대표와 중국대사가 중국대사 관저에서 공개적으로 만찬을 한 것도 지적받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전국위원회에 참석해 "싱 대사가 준비한 원고를 꺼내 들고 작심한 듯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하는데도 이 대표는 백댄서를 자처했다"며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는 정당인지 아니면 중국의 꼭두각시인지 의심하게 하는 장면"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어제 이 대표와 싱 대사의 회동은 마치 청나라 앞에 굴복했던 삼전도의 굴욕마저 떠올리게 할 정도"라며 "대한민국의 제1야당 대표가 한중 관계 악화 우려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한국에 돌리는 싱하이밍 대사 발언에 침묵하는 것은 물론, 일장 훈시만 듣고 있었던 것을 과연 국민께서 어떻게 보았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 쏟아지는데도 대한민국 제1야당 대표로서 항의는커녕,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공동 대응책을 강구해 봤으면 좋겠다며 선동의 불씨가 꺼질세라 급기야 중국에 손을 내밀기까지 했다"면서 "또한 한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는 둥, 대한민국의 공식 입장도 아닌 것을 마치 공식 입장인 것처럼 당당히 이야기하고 저자세로 일관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국익이 최우선이어야 할 외교마저 정쟁에 이용하고, 중국에 대해 사대주의적 태도로 일관하며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민 얼굴에 먹칠을 한 야당 대표를 보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면서 "국민은 지금 이 대표에게 대체 어느 나라 정당의 대표냐고 묻고 계신다"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예방해 관저를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싱 대사가 마치 구한말에 우리나라에 왔던 청나라의 위안스카이처럼 막말을 쏟아냈다.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심지어 조롱까지 했다"며 "더욱 더 놀라운 것은 그 자리에 있었던 이 대표가 이에 대해 맞장구를 쳐가면서 공동대응 운운까지 했다"고 꼬집었다.


신 의원은 "이 대표에게 묻겠다. 중화 사대주의가 당신의 본심인가"라며 "당신은 어제 한 처신이 제1당의 대표로서 합당하다고 보느냐"라고 비판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이 대표와 싱 대사의 회동과 관련, "불쾌한 조공외교를 멈추라"며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조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대표와 그의 참모진들을 향해 "여러분들에게는 대한민국이라는 국적보다 민주당이라는 당적이 더 중요하느냐"고 반문했다.


조 의원은 "이 대표, 중국대사가 대표님 앞에서 우리 대통령과 정부를 15분 동안이나 작심하면서 비판할 때 기분 좋으셨느냐. 나같으면 당장 중단하라고 호통을 쳤을 것"이라며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국민은 밥자리 술자리에서 대통령을 그리고 정부를 심하게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그리고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을 욕하면 화가 나기 마련이다. 여러분들은 안 그렇냐"고 따져 물었다.


이 대표를 향한 정치권의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자, 민주당 내에서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반박이 나왔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싱 대사가 훈계식으로 말을 한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일부 언론에서 그런 부분을 자꾸 지적을 하는데 그야말로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걸 훈계로 들을 이유가 없다. 일부가 자꾸 그런 프레임 만드는 것 같은데 싱하이밍 대사의 얘기는 물론 주재국 대사가 그런 발언을 한 게 적절하냐 여부는 논란이 될 수 있겠지만 최근 한중 관계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항"이라며 "과거 문재인 정부 때 일본 대사도 얼마나 노골적으로 우리 관계에 대해서 불편한 얘기를 했었나"고 반문했다.


홍 의원은 다만 '공개 만찬'으로 진행된 것에 대해서는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보다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할 때에는 대사가 대표실로 오는 거고 비공식적인 만남을 할 때는 관저로 와서 만나고 하는 것"이라며 "이걸 유튜브로 생중계한 것 자체는 '글쎄요' 하는 생각은 든다"고 밝혔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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