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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도부' 전반으로 번진 이래경 '천안함 망언' 파문


입력 2023.06.06 00:05 수정 2023.06.06 00:27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당직 의원, 이래경 선임 비판 맞받는

과정서 "천안함장은 부하 다 죽이고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거냐"

현충일 앞두고 폭침 생존자에 막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래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 내정자는 반나절만에 자진 사퇴했지만, 이 위원장이 촉발한 '천안함 망언' 파문은 '이재명 지도부'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현충일을 앞두고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의 '천안함 함장이 부하들 다 죽이고 무슨 낯짝이냐'는 취지의 발언이 '이재명 지도부'의 호국보훈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5일 오후 고위전략회의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천안함 함장은 무슨 낯짝으로 그런 (우리 당의 이래경 혁신위원장 선임을 비판하는) 얘기를 한 것이냐"라며 "부하들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천안함, 아니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면 안된다"며 "그거 (어뢰) 맞았으면 자기가, 하……"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앞서 '부하들 다 죽이고 무슨 낯짝'이라는 발언과 연결해보면 살아있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현충일을 앞두고 권 수석대변인이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겨냥해 이처럼 살벌한 발언을 내뱉은 것은 최 전 함장의 이래경 혁신위원장 선임 비판과 관련이 있다.


이날 오전 이재명 대표가 혁신위원장으로 선임한 이래경 위원장이 과거 SNS에서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 만행을 '자폭 조작'이라 칭하면서 그 배후에 미국에 있다는 투의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직후 몇몇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천안함 폭침은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에 최 전 함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현충일 선물을 잘 받았다"며 "해촉 등 조치가 없으면 내일 현충일 행사를 마치고 천안함 유족과 생존장병들이 찾아뵐 것"이라고 항의의 의사를 밝혔다.


가뜩이나 이래경 위원장을 향한 당 안팎과 국민들의 사퇴 요구가 거센데 거기에 최 전 함장까지 가세하니, '이재명 지도부'에서 당직을 맡고 있는 권 수석대변인이 최 전 함장을 향해 가시돋힌 발언을 내뱉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래경 위원장은 사퇴했지만 불길이 자신의 발언으로 옮겨붙자,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출입기자단에 발송한 문자메시지에서 "민주당 당직 인선과 관련해 천안함 유족 및 생존장병의 문제제기에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이동하는 가운데 한 발언은 책임도 함께 느껴야할 지휘관은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이래경 사퇴에도 '망언 불길' 옮겨붙어
김용태 "李 지키려고 되레 함장 비하"
유상범 "함장이 대체 무슨 잘못 했기에
가슴에 대못 박는 상처 받아야 하느냐"


하지만 이 '책임도 함께 느껴야할 지휘관은 차원이 다르다'라는 의미가 무엇인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최원일 전 함장은 지휘관이었기 때문에 천안함 폭침에 대해 어떤 망언이 나오더라도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지, 망언을 한 자가 공당인 민주당의 혁신위원장이 되더라도 잠자코 수긍한 채 박수를 보내야 한다는 것인지 의미를 알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의 카운터파트인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권 수석대변인의 당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성난 국민들의 (이래경 혁신위원장) 사퇴 요구 앞에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더 심한 막말을 늘어놓았다"며 "현충일 전날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영웅들을 기리지는 못할 망정, 또다시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들을 연이어 자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천안함 유족 및 생존장병의 문제제기는 공감하지만, 지휘관은 차원이 다르다'는 변명 역시 구차할 뿐"이라며 "최 전 함장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대원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 것 이외에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까지 상처를 받아야 하느냐"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래경 위원장의 사퇴만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는 없다. 막말에 막말을 더한 권 수석대변인 역시 대변인직에서 물러나고 사죄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도 천안함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부적절한 인사와 막말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도 SNS에서 "이래경 혁신위원장의 천안함 망언과 관련해 권 수석대변인이 되레 천안함 함장을 비하했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젊음과 피땀을 바친 국군장병, 심지어 북한의 기습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전우들을 떠나보낸 이들을 대하는 제1야당의 태도가 이 정도 수준이라니 통탄을 금할 수가 없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이래경 혁신위원장에 이어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해직하지 않는다면 민주당 주류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래경 위원장과 함께 권 수석대변인도 해직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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