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과한 이용호, 당내 압박 받았나
워크숍서 만난 김기현·이용호 "오해 끝"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쏘아올린 이른바 '5인회'를 두고 당내 후폭풍이 불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5인회는 없다"며 수습에 진땀을 흘렸고, 이 의원은 결국 "5인회 발언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사흘 만에 발언을 취소한 것에 대해 당내 주류인사들의 압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아울러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원천 차단되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편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까지 5인회 논란에 가세해 "지금 알려진 5인회 명단과 다른 명단을 다음 주쯤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용호, '의혹 제기'부터 '사과'까지 사흘
"5인회 발언 취소한다…잘못된 어휘 튀어나와"
이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지난 방송에서 한 '5인회' 발언을 취소한다"며 "최고위원회가 제 역할과 위상을 하루빨리 회복하기 바라는 마음에서 발언하다가 튀어나온 잘못된 어휘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려 깊지 못한 발언으로 당과 지도부에 누를 끼친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지난달 30일 CBS라디오에서 '5인회' 발언을 한 지 사흘 만의 사과였다. 당시 그는 "최고위원회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데 거기에 걸맞으냐, 혹시 들러리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최고위원회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중요한 핵심 의제 결정은 다른 데서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며 "용산이 아니고 당내에서도 '5인회'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튿날인 1일 국민의힘 경기도 현장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당 최고 실세가 5인회라는 말이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 대표는 되레 "당대표와 사무총장, 그리고 정책위의장·사무부총장·수석대변인이 모여서 의논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의논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역대 지도부들이 모두 진행해왔던 회의를 과대해석해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의원의 사과로 두 사람의 껄끄러운 관계는 일단락됐다. 김 대표와 이 의원은 이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전국 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만나 두 손을 맞잡고 환하게 인사하기도 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이 의원이 실수한 것 같아 괘념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5인회'는 친윤 핵심?…
이용호의 7인회 멤버 착각?
5인회 발언이 당내에서 논란이 된 이유는 당내 '비선 실세가 존재한다'는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이 의원이 5인회 구성원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매일 아침 8시 당 전략회의에 참석한다는 '샌드위치 조찬회의' 참석자들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를 비롯해 박대출 정책위의장,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배현진 조직부총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강민국·유상범 수석대변인 등이다.
이 중에서도 5인회는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이철규·박성민·박수영 의원 등 핵심 친윤(親尹)계 의원들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31일 이 의원 '5인회' 발언 직후 당 지도부 다수는 "이용호 의원이 샌드위치 조찬회의 멤버인 7인회를 착각하고 말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이용호에 파상공세 펼친 與 의원들
"자유로운 목소리 다 죽인다" 비판도
한편 이철규 사무총장은 이날 워크숍에서 이 의원을 겨냥해 "생각 없이 짧은 말 한마디가 당의 단합을 저해하고 구성원의 사기를 꺾는 계기가 된다는 걸 말씀드린다"며 "선의로 한 얘기, 전혀 관계없이 입 밖으로 한 말이 뭐가 엄청나게 있는 것처럼 왜곡되고 침소봉대된다"고 경고했다.
이 의원 사과에 앞서서는 1년 당원권 정지를 받은 김재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준석 전 대표에 의해 '윤핵관 호소인'이라고 지칭된 김정재 의원이 이 의원 5인회 발언을 지적했다.
김정재 의원은 전날 밤 CBS라디오에서 "이용호 의원이 좀 자제를 해야 된다"며 "(김기현 대표 리더십에) 자꾸 악담을 쏟아내시는 분들이 계신데 처음엔 (김기현 지도부가) 조금 고전을 했지만 지금 굉장히 안정적으로 잘 가고 있다"고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같은날 "당대표가 사무총장이나 부총장·정책위의장과 당 운영 협의를 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했다.
이 의원을 향한 여당 내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자, 친윤 주류 인사들이 이 의원에게 '5인회 발언'을 철회하라고 압박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5인회 사건이 일단락되는 과정을 보면, 당내에서 자유로운 목소리를 모조리 죽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이준석 '5인회' 명단공개 예고
불 지피는 모습에 "속사정 알겠느냐"
5인회 논란이 정리되는 가운데 이준석 전 대표가 또다시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해 김 대표가 말한 고위당직자 명단에 대해 "(5인회가 아니라) 이건 공식회의체다. 둘러대기 위해서 나온 명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명단을 짜라면 나는 다르게 짤 것 같은데 그 명단은 다음 주쯤에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또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5인회 명단이라는게, 다음주 쯤이면 명단이 다 나와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야기할 필요도 없어서 그냥 미뤄 놓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만약에 5인회가 있다고 한들, 지금 이 대표는 당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인데 그 내부 속사정을 어떻게 알겠느냐"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