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범 "미성년자가 마약음료 마신 것 알지 못 해"…피해자 부모 공갈미수 혐의도 부인
공범 "보이스피싱 인지 못 해" 혐의 적극 부인…'필로폰 전달' 공범은 공소사실 인정
법원 "마약음료 제조 및 운반 제외한 나머지 범죄사실…고의성 입증 여부 쟁점될 것"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마약 성분이 섞인 음료를 학생들에게 나눠준 일명 '마약음료'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길모 씨(26)가 첫 재판에서 마약음료 제조·운반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자신도 협박당해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항변했다.
31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이날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등의 혐의로 기소된 길모 씨와 김모씨, 박모씨 등 3명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경찰은 애초 길 씨에게 법정 최고형이 무기징역인 '미성년자 마약제공' 혐의로 길 씨를 송치했지만, 검찰은 법정최고형이 사형인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투약'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길 씨는 이날 재판에서 마약 음료를 제조·운반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범행을 기획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이 모씨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받아 범행했을 뿐이며 미성년자가 마시도록 한 것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길 씨는 또 피해자 부모 6명에게 '자녀를 마약 투약 혐의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요구한 혐의(공갈미수)도 부인하면서 영리 목적도 아니었다고 반론했다.
길 씨는 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두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박 씨에게 받은 필로폰 10g을 우유와 섞어 직접 마약 음료 100병을 제조,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보낸 혐의를 받는다. 아르바이트생들은 4월 초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회라고 속여 학생들에게 이 음료를 나눠줬고 13명이 실제로 마셨다.
일당이 피해 학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거는 과정에서 중계기를 이용해 중국 인터넷전화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변작해 준 혐의로 기소된 김 씨는 이날 재판에서 보이스피싱 범죄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길 씨에게 마약 음료에 사용된 필로폰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박 씨는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길씨가 인정한 마약 음료 제조·운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범죄 사실에 대한 고의 입증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길씨는 이날 재판이 끝난 후 방청석에 앉은 지인들에게 '손하트'를 그려 보이며 퇴정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