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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대치동 학원가 마약음료' 주범…첫 재판서 "협박받아 범행 가담"


입력 2023.06.01 00:03 수정 2023.06.01 00:03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주범 "미성년자가 마약음료 마신 것 알지 못 해"…피해자 부모 공갈미수 혐의도 부인

공범 "보이스피싱 인지 못 해" 혐의 적극 부인…'필로폰 전달' 공범은 공소사실 인정

법원 "마약음료 제조 및 운반 제외한 나머지 범죄사실…고의성 입증 여부 쟁점될 것"

마약음료 제조·전달책 길모 씨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마약음료 제조·전달책 길모 씨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마약 성분이 섞인 음료를 학생들에게 나눠준 일명 '마약음료'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길모 씨(26)가 첫 재판에서 마약음료 제조·운반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자신도 협박당해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항변했다.


31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이날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등의 혐의로 기소된 길모 씨와 김모씨, 박모씨 등 3명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경찰은 애초 길 씨에게 법정 최고형이 무기징역인 '미성년자 마약제공' 혐의로 길 씨를 송치했지만, 검찰은 법정최고형이 사형인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투약'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길 씨는 이날 재판에서 마약 음료를 제조·운반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범행을 기획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이 모씨에게 '협조하지 않으면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사실을 신고하겠다'고 협박받아 범행했을 뿐이며 미성년자가 마시도록 한 것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길 씨는 또 피해자 부모 6명에게 '자녀를 마약 투약 혐의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요구한 혐의(공갈미수)도 부인하면서 영리 목적도 아니었다고 반론했다.


길 씨는 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두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박 씨에게 받은 필로폰 10g을 우유와 섞어 직접 마약 음료 100병을 제조,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보낸 혐의를 받는다. 아르바이트생들은 4월 초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회라고 속여 학생들에게 이 음료를 나눠줬고 13명이 실제로 마셨다.


일당이 피해 학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거는 과정에서 중계기를 이용해 중국 인터넷전화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변작해 준 혐의로 기소된 김 씨는 이날 재판에서 보이스피싱 범죄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다.


길 씨에게 마약 음료에 사용된 필로폰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박 씨는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길씨가 인정한 마약 음료 제조·운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범죄 사실에 대한 고의 입증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길씨는 이날 재판이 끝난 후 방청석에 앉은 지인들에게 '손하트'를 그려 보이며 퇴정해 눈길을 끌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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