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시스템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확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동차 넘어 UAM, 로보틱스 등 영역 확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한화오션 시너지 통해 '재계 톱5' 정조준
2022년 11월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차담을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부모보다 나은 사회적 지위에 오르고 더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것은 종종 자식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척도가 된다. 하지만 부친으로부터 삼성이나 현대자동차그룹과 같은 굴지의 기업을 물려받은 이들에게는 선대보다 나은 기업인으로 평가받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창업주인 조부와, 고도 성장기를 이끌어온 부친에 이어 산업의 대 격변기에 기업의 생존을 넘어 도약이라는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가기 위해 대기업 오너 3세들은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두 번째)이 2022년 6월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ASML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 ASML CEO(오른쪽)로부터 반도체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삼성전자
부친을 뛰어넘는 일이 가장 험난하게 느껴질 이는 아마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일 것이다. 그의 부친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는 ‘메모리반도체 신화’의 주역이자 ‘애니콜 신화’의 주역인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진다”고 한 이건희 선대회장의 경고와 달리 아직까지 삼성의 대표 사업과 제품은 건재하지만, 삼성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을 동력으로는 점차 한계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과 TV, 가전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고, 메모리반도체는 기술력과 규모 면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업황에 따라 부침이 심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재용 회장은 일찌감치 시스템반도체와 바이오를 삼성의 새 먹거리로 점찍고 공격적 투자를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의 ‘비전 2030’을 선포한 이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에서 대만 TSMC를 따라잡고 1위에 오르겠다는 목표 달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3월에는 경기도 용인에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해 메모리와 파운드리,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기업)를 아우르는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바이오 사업 역시 ‘이재용 시대’의 삼성을 먹여 살릴 한 축이다. 이 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설립 초기부터 바이오를 반도체에 버금가는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루겠다는 새로운 도전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중국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삼성은 IT,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더 적은 비용으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바이오 사업에 대한 육성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선 이후 삼성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바이오 사업을 회사의 ‘미래 먹거리’로 거론하며 집중 육성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지난해 10월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 제4공장 준공식에 이 회장이 직접 참석하며 그룹 차원의 바이오산업 집중 육성 의지를 보여줬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로봇개 스팟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으로부터 세계 5위 자동차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을 물려받은 정의선 회장은 이미 부친을 넘어서는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을 일본 토요타그룹와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업체로 올려놓은 것이다.
하지만 ‘정의선 시대’의 현대차그룹은 단지 자동차회사로만 남지 않는다. 정 회장은 수석부회장이던 시절인 2019년부터 “미래 사업 비중은 자동차가 50% 정도고, 나머지 30%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대전환을 선언한 정 회장은 전동화 전환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 자동차 분야 투자에 박차를 가할 뿐 아니라, UAM 시장 개막에도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고,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사재까지 투입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등 현대차그룹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한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2021년 5월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에너지세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한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아직 부친인 김승연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진 못했지만, 그룹의 주력인 태양광, 방산, 항공우주 관련 계열사들을 이끌며 경영의 최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대관식’을 치른 이후 비교적 이른 시기에 선대 회장들의 업적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은 차기 총수로 거론된다. 이달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는 대우조선해양의 존재 덕이다.
재계에서는 ‘김동관 시대’의 한화가 삼성‧SK‧현대차‧LG그룹에 이은 재계 서열 5위에 오를 것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자산총액은 83조280억원으로 재계 서열 7위에 해당한다. 여기에 ‘한화오션’이라는 새 이름으로 출범 예정인 대우조선해양의 자산총액(12조3420억원)을 단순 합산하면 95조3700억원까지 뛰어오른다.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의 합류로 방산 분야에서 육‧해‧공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규모의 경제를 갖출 뿐 아니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LNG 수송선과 터미널 연계 사업 등을 통해 다양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한화가 롯데그룹(129조6570억원)과 포스코그룹(132조660억원)을 넘어 재계 서열 5위에 오르는 것도 무리한 예상은 아니다.
물론, 장기간 산업은행 관리 체제로 운영되던 한화오션의 경영 정상화 및 기존 한화그룹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것은 김동관 부회장의 몫이다. 김 부회장은 한화오션 이사진에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키로 하는 등 한화오션 합류 이후의 그룹 미래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산업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기존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경영전략으로는 도태를 면할 수 없다”면서 “선대 총수를 뛰어넘겠다는 오너 3세들의 진취적인 움직임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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