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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부 완료’ 애달픈 고양 캐롯의 봄을 응원하며…[기자수첩-스포츠]


입력 2023.04.01 07:00 수정 2023.04.01 07:00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프로농구 고양캐롯, 하루 남겨놓고 가까스로 가입비 완납

5위 자격으로 ‘봄 농구’ 참가..선수단도 팬들도 일단 안도

KBL, 가입 시 구단 운영주체 더욱 더 철저히 검증해야

지난해 고양캐롯점퍼스 창단식. ⓒ 뉴시스 지난해 고양캐롯점퍼스 창단식. ⓒ 뉴시스

프로농구 고양 캐롯이 납부기한(3월31일 18시)을 하루 앞두고 한국프로농구연맹(KBL)에 가입비 미납분 10억원을 가까스로 납부했다.


KBL도 지난달 30일 “데이원스포츠가 가입금 1차분 5억원에 이어 남은 10억원을 납입했다. 캐롯은 4월 2일 시작하는 6강 PO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고양캐롯의 가입금 완납으로 파행을 피한 KBL 6강 PO는 2일부터 4위 울산 현대모비스-5위 고양 캐롯, 3위 서울 SK-6위 전주 KCC 대진표대로 정상 진행된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눈물과 짜증이 뒤섞인 우여곡절의 연속이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데이원자산운용이 2021-22시즌 종료 뒤 고양 오리온을 인수해 탄생한 고양캐롯점퍼스는 ‘농구 대통령’ 허재 전 국가대표 감독을 공동 대표이사로 세우고, 캐롯손해보험을 네이밍 스폰서로 유치했다.


부푼 꿈을 안고 출발해야 할 창단 첫 시즌. 개막 전부터 돌덩이를 안게 됐다. 리그 개막을 며칠 앞두고도 KBL 회원사 가입금 성격의 특별회비 1차분 납부를 지연해 파행 위기를 불렀던 캐롯은 지난해 10월 15억원 중 간신히 5억원을 납부했다. 잔액 10억원은 운영 주체인 데이원스포츠가 재정난에 허덕이며 내지 못했다.


1차분 납입을 기다릴 때도 “리그 참가 불허”라는 최후통첩을 던졌던 KBL은 잔액분을 받기 전 다시 한 번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지난 2월 임시총회를 통해 고양 캐롯이 가입금 잔여분을 내지 못할 경우, 6강 PO 출전을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캐롯의 KBL 가입금 잔여분 납부는 프로농구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캐롯이 정규리그에서 5위를 확정했는데, 가입금 문제를 31일 오후 6시까지 해결하지 못하면 6강 PO 자격을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고양캐롯은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를 하루 앞두고 가까스로 납부, 6강 PO는 정상적으로 치르게 됐다.


자금난에 시달린 모기업 지원이 사실상 끊긴 가운데 올해 선수단과 직원, 협력 업체들도 급여를 제때 받지 못했고, 일부는 아직 체불 상태로 알려졌다. 부정적 이슈가 많다보니 네이밍 스폰서 캐롯도 계약 조기종료를 원했다.


프로농구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참석한 김승기 감독. ⓒ 뉴시스 프로농구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 참석한 김승기 감독. ⓒ 뉴시스

‘회사’의 어수선한 상황은 선수들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두운 분위기와 주축 선수들의 부상 속출. 그런 상황에서도 선수단은 정규리그 5위를 차지했고, 구단도 어떻게든 6강 PO 자격(진출권)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로 여기까지 왔다. 간신히 가입비를 납부하고 6강 PO에 출전하는 선수들과 감독 및 코치들의 다짐은 더 깊어졌다.


전날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김승기 감독은 "순위 확정은 가장 빨리 했는데 힘들게 PO에 왔다. 어렵게 올라온 만큼 팬들이 좋아하는 재미있는 농구, 관중들이 많이 볼 수 있는 농구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애달픈 ‘봄 농구를 하게 된 고양캐롯을 지켜보는 팬들도 졸였던 가슴을 펴고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매각 추진설 등 팀을 향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고양캐롯은 창단과 가입 심사 과정부터 신뢰와 거리가 멀었다. 다시는 이런 애달픈 봄이 오지 않도록 KBL은 더욱 철저하게 운영 주체의 자격을 심사하고 검증해야 한다. 포스트시즌이라는 축제를 앞두고 치열한 명승부를 기대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할 때, 팬들로 하여금 가슴을 졸이게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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