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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대비하면서 일본은 왜 대비 안하냐"…이재명 안보관 '논란'


입력 2023.03.29 01:00 수정 2023.03.29 06:51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북한이 전술핵·투발수단 공개한 날

창녕 지원유세서 한일 전쟁 가능성

주장…"왜 일본 경계 않느냐" 외쳐

"이재명, 자극적 단어로 국민 선동"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창녕읍 남산회전로터리에서 4·5 경남 창녕군수·도의원 보궐선거 출마 후보의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창녕읍 남산회전로터리에서 4·5 경남 창녕군수·도의원 보궐선거 출마 후보의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5 재·보궐선거 지원유세 과정에서 "우리는 북한은 대비하면서 일본은 왜 대비하지 않는 것이냐"고 발언했다. 제1야당 대표이자 대권주자인 이 대표가 한반도 주변의 안보 상황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8일 경남 창녕군 남산회전교차로에서 열린 성기욱 창녕군수·우서영 경남도의원 후보 지원유세에서 "대한민국이 일본에서 36년간이나 무력 점거당했던 시기와 북한이 남침을 했던 시기가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느냐. 역사의 시각으로 보면 거의 동시"라며 "그런데 우리는 북한은 대비하면서 일본은 왜 대비하지 않는 것이냐"고 연설했다.


이 대표는 같은날 창녕시장 쌀전주차장 유세에서도 "언제든지 독도를 중심으로 분쟁이 격화돼서 한반도가 다시 전쟁의 폐허로 변할 수 있다"며 "우리는 왜 일본에 대해서 경계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를 놓고 이 대표가 남북관계와 한일관계를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그 차이점을 알면서도 재보선 정국에서 집권 세력을 '친일몰이'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곡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나라와 북한은 휴전 중이며 북한은 이 대표가 창녕 지원유세를 진행한 이날 전술핵탄두와 함께 8종의 투발 수단을 공개하는 등 대남 핵위협 수위를 높였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발사 도발을 최근에도 거듭 자행하고 있으며, 우리 항구도시를 방사능 쓰나미로 휩쓸 수 있는 핵어뢰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으로 국교를 정상화했으며, 지난 2006년에는 일본이 단기체류 사증 발급을 면제해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무비자로 일본을 여행할 수 있게 됐다. 한일 양국 국민들의 상호 방문 수요나 경제·문화적 교류 수준은 남북 관계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는 옛 일본제국의 식민지배가 종료된 1945년과 북한이 남침을 한 1950년이 '거의 동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1945년 패전한 일본은 연합군의 군정을 거쳐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이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재탄생한 반면, 1950년 남침했던 북한은 3대 세습을 해가며 독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게 결정적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과거 대선 때도 북한의 잇단
도발에도 "금강산 관광 재개" 주장
현존하는 안보 위협은 외면하면서
일본 향해선 "적성국가" 딱지 붙이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창녕읍 남산회전로터리에서 우서영 경남도의원 후보를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창녕읍 남산회전로터리에서 우서영 경남도의원 후보를 격려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독도 문제로 한일 간에 전쟁이 날 수 있다는 이 대표의 이날 연설도 '선동에 가까운 비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마이클 도일을 비롯한 국제정치학자들의 '민주평화론'에 따르면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국가 사이에서는 침략전쟁이 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영국과 스페인이 지브롤터를 서로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분쟁이 격화돼 영국 제도나 이베리아 반도가 전쟁의 폐허로 변하지는 않지 않느냐"며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한다고 해서 이게 침략전쟁으로 번질테니 북한보다 일본을 경계해야 한다는 이 대표의 주장은 선동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날 지원유세 연설이 최근 한일 관계 정상화 현안을 겨냥한 '돌출 발언'이 아니라, 이 대표의 평소 안보관을 투영하는 지론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한창 대선 캠페인을 하고 있던 지난해 1월 16일 강원도 속초를 찾은 자리에서 "(금강산) 개별 관광은 결단하기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며 "제도나 제재 문제가 아니라 남북 신뢰와 실천 의지에 관한 문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이 같은달 5일·11일에 요격이 곤란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한데 이어, 14일에는 사전 탐지가 어려운 열차 발사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했었다는 점이다. 북한이 세 차례 연속으로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하는데도 "금강산 관광 재개"를 외쳤던 것이다. 이 대표는 측근이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에 연루돼 있기도 하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이었던 지난 2016년 11월 페이스북에 "군사적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일본은 적성국가"라며 "가장 먼저 공격 대상이 될 곳은 한반도"라고 주장했다. 잇단 도발을 자행하는 북한을 향해서는 한없이 너그럽고 우호적이면서도, 2차대전 패전 이후 군국주의에서 자유민주주의로 체제를 변경한 일본에 대해서는 적성국(敵性國)이라고 선동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관점이 아닌 셈이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집권 경험이 있는 민주당은 차분하고 논리적인 접근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며 "야당의 대선후보였던 정치지도자가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기보다는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단어로 선동을 해서 본인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의문"이라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울러 "핵무기를 고도화하면서 미사일 기술을 정밀화하고 있는 북한은 우리에게 있어 현존하는 안보 위협"이라며 "일본의 잘못된 주장도 비판해야 하겠지만, 북한의 핵위협과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자는 말보다도 이를 앞세우는 이재명 대표가 과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의지와 자격이 있는 정치지도자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의구심을 표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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