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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사무총장이야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3.03.28 07:00 수정 2023.03.28 07:00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이재명, 당 내홍 수습하고자 인적 쇄신 단행

친명계 색채 덜어내고 비명계 대거 발탁해

'공천 핵심' 사무총장 유임에 "반쪽짜리" 비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색채를 덜어내고, 비명계를 대거 발탁했다는 게 핵심이다.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 사태 이후 비명계를 중심으로 분출된 인적 쇄신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를 '탕평' '통합' '안정', 이 세 가지 키워드로 규정했다. 하지만 '인적 쇄신 1순위'로 지목돼 왔던 조정식 사무총장은 그대로 유임시켰다.


이 대표는 이날 지명직 최고위원에 재선의 송갑석 의원, 정책위의장에 3선의 김민석 의원, 전략기획위원장에는 재선의 한병도 의원을 임명했다.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재선의 김성주 의원, 디지털 전략 사무부총장(제3부총장)에는 초선 박상혁 의원을 발탁했다. 이들은 모두 친문(친문재인), SK(친정세균)계 등 비명계로 분류된다.


대변인단에도 변화를 줬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재선의 권칠승 의원을 수석대변인으로 기용했다. 초선 강선우 의원도 대변인으로 합류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의겸 대변인은 교체됐다. 임오경·김현정·황명선 대변인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성준·한민수 대변인은 유임됐다.


탕평과 통합, 안정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인사에 대해서는 이게 중요하다. 이 세 축일 때 인사가 잘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성준 대변인은 "당이 그간 내홍이 좀 있지 않았나. 큰 틀에서 통합이라는 부분을 가장 강조하고, 널리 실력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중용했다"고 강조했다.


비명계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대응 관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비명계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대응 관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문제는 사무총장 자리다. 당 살림을 책임지는 요직인 사무총장은 5선의 조정식 의원이 그대로 맡게 됐다. 사무총장은 총선 때 공천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실무를 관할하는 등 공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때문에 비명계 등에서는 이 대표가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면 사무총장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도 마찬가지였다. 인적 쇄신의 진정성이 여기서 판가름 난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친명계인 김병기 수석사무부총장과 이해식 조직사무부총장도 모두 유임시켰다. 공천권을 쥔 채로 총선까지 버티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를 재확인시켜준 셈이다. 당내에서 "5선이나 한 사람인데 사무총장 하는 것도 모양은 안 좋다"(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라는 말까지 나왔으나, 오히려 5선이나 했기 때문에 당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논리로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인적 쇄신 내용이 모두에게 박수를 받을 만한 것도 아니다. 비명계 색을 입혔다고는 하지만, 정책위의장으로 임명된 김민석 의원은 사법 리스크 국면에서 이 대표 체제에 힘을 싣는 발언들을 해왔다. 일례로 김 의원은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경우 체포동의안 표결을 보이콧하자고 제안했다. 강선우 신임 대변인도 친명계다. 결국 이 대표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물량 공세식 개편으로 비명계에 생색은 내고, 핵심은 비껴간 '속 빈 강정',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기왕 하는 쇄신이라면 이 대표가 권한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이 '큰 폭의 당직 개편이 필요하다는 분들이 이번 인사를 만족하겠느냐'라는 질문을 하자 "당직이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탕평' '통합' '안정'이라는 세 가지 인사 방향성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자체도 불씨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번 '반쪽짜리' 인적 쇄신으로 내홍을 봉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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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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