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엔지니어링의 '발릭파판 정유공장' 공사현장을 가다

데일리안 인도네시아 = 원나래 기자 (wiing1@dailian.co.kr)

입력 2023.03.20 15:01  수정 2023.03.20 15:09

인니 국영 정유회사 발주공사 우리나라 최초 진입

총 6조원 규모 단일 플랜트 기준 최대…수주 포문 열어

준공 후 일 36만배럴 생산…현대오일뱅크 70% 수준

30도 폭염 속 공기 맞추려 '구슬땀'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동칼리만주 발릭파판에 현대엔지니어링의 공사현장이 있다.ⓒ인도네시아 공동 취재단

"인도네시아는 원유 산유국이면서도 수입국인 곳이다. 그만큼 정유시설이 낙후돼 정제된 원유를 역수입해야한다. 이런 나라에 지난 2019년 인니 국영 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Pertamina)로부터 우리나라가 최초로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데 매우 큰 의미가 있다."(현대엔지니어링 현장 관계자의 말)


중국과 일본은 물론, 세계 각국이 수주를 노리고 있는 인니 신수도 이전사업. 이 신수도 이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동칼리만주 발릭파판에 현대엔지니어링의 공사현장이 있다.


호텔이 있는 발릭파판 시내를 벗어나 해변가를 따라 이어진 도로를 20분쯤 달리자, 바닷가 인근 부지를 가득 매우고 있는 원통형 저장탱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난 18일 방문한 현대엔지니어링의 '발릭파판 정유공장'. 총 사업비 6조원, 현대엔지니어링 단일 플랜트사업 기준으로도 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다.


현대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이 곳에 일하는 직원은 2만명에 가깝다. 이를 가늠케 하듯이 공장 입구로 점점 가까워지니 현지 직원들의 주차장으로 쓰이는 곳에는 오토바이들이 줄맞춰 빼곡하게 세워져 있다. 조용한 시골 섬 마을인 이 곳에,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있는 듯한 광경을 보니 얼마나 큰 공사현장인지 감이 온다.


정유공장인 만큼 안전을 위한 경비가 다소 삼엄했다. ⓒ인도네시아 공동 취재단
정유공장의 핵심설비라고 할 수 있는 고도화설비(RFCC)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버스에서 내렸다. ⓒ인도네시아 공동 취재단

정유공장인 만큼 안전을 위한 경비가 다소 삼엄했다. 기자들과 동행한 현대엔지니어링 현장 담당자는 "인니 대통령법으로 공장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라이터 소지가 금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들 역시 카메라는 물론 핸드폰 반입도 불가능했다.


버스를 타고 공장 내부를 둘러보니 기존공장을 개보수하는 곳부터 원유 정제설비를 가동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열을 식히기 위한 해수 담수화 시설, 전기·용수·스팀 생산 관련 설비, 복잡하게 얽힌 수많은 배관 등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정유공장의 핵심설비라고 할 수 있는 고도화설비(RFCC)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버스에서 내렸다. 아파트 약 28층 높이인 RFCC는 원유를 끓여 액화석유가스(LPG), 휘발유, 나프타, 등유, 경유 등을 생산하고 남은 벙커C유를 리엑터로 정제해 휘발유, 등유, 경유 등을 다시 뽑아내는 고도화 설비다.


그러나 버스에 내리자마자 숨이 턱 막힐 것 같은 열기가 몸속까지 그대로 전해졌다. 오전 9시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섭씨 30도가 넘어서니 체감온도는 그 보다 훨씬 높다.


어려운 작업 환경 속에서도 지난 2019년 2월 착공 이후 1480일 동안 무재해 8000만 인시(人時)를 달성중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공동 취재단

주변을 둘러보니 근로자들은 긴 팔, 긴 바지가 이어져있는 점프수트 작업복에다 머플러로 얼굴까지 꽁꽁 싸매고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작업 환경 속에서도 지난 2019년 2월 착공 이후 1480일 동안 무재해 8000만 인시(人時)를 달성중이기도 하다.


또 올해 2월말 기준 공정률은 68.9%로 올라섰다. 이는 기존 목표치인 68.6%를 넘어선 수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준공 후에는 기존 원유 정제 능력인 일일 26만배럴(BPD)에서 일일 36만배럴로 생산량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일 추가수익이 30~40억원 가량 늘어난다. 황성분 감소로 유로5 기준을 만족하는 친환경적인 연료도 생산할 수 있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은 인니에서의 굳건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향후 추가 수주 전망도 밝다. 이날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동남아 국가에서는 인니가 주력지라고 볼 수 있다"며 "현재 인니에서만 화공·발전 플랜트, 배터리셀 공장, 석유화학 플랜트 기본설계용역(FEED) 등 5개 프로젝트에서 6조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대자동차 인니 자카르타 공장을 방문했다.ⓒ인도네시아 공동 취재단

한편, 이보다 이틀 앞서 방문했던 현대자동차 인니 자카르타 공장 역시 현지 생산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공장은 동남아시아 첫 자동차 공장으로 건설한 지 만 1년이 지났다.


현재 현지 전체 전기차 판매의 절반을 넘어섰고, 아이오닉5 출고를 기다리는 인도네시아 대기 고객이 넘쳐나면서 2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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