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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으로 시장성 확인…디즈니 뮤지컬, 한국 상륙의 의미


입력 2023.02.27 07:52 수정 2023.02.27 07:5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디즈니는 국제 뮤지컬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 1994년 첫 뮤지컬 ‘미녀와 야수’를 선보인 이후 어린이 관객을 중심으로 한 가족 관객을 끌어들이면서, 디즈니 작품에 익숙한 관객을 뮤지컬 관객으로 흡수시켰다. 한국 뮤지컬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월트디즈니 컴퍼니

한국에 첫 선을 보인 디즈니 뮤지컬은 ‘미녀와 야수’(2004) 라이선스 공연이었다. 당시엔 가족 뮤지컬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고, 뮤지컬 장르가 다른 공연보다 티켓 가격이 높아 관객들의 저항감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후 ‘아이다’ ‘뉴시즈’ ‘라이온 킹’이 성공리에 한국 관객을 만났다. 특히 ‘아이다’는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여섯 시즌을 공연하면서 지난해 누적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국내 뮤지컬 사상 아홉 번째 ‘밀리언셀러’ 기록이다. 또 인터내셔널 투어로 국내에서 크게 흥행한 ‘라이온 킹’은 디즈니의 대표적인 ‘패밀리 뮤지컬’로 주로 20, 30대 여성에게 한정됐던 한국 뮤지컬 관객의 연령대를 넓혔다는 평을 받는다.


그럼에도 업계에선 그간 한국 뮤지컬이 다양한 해외 작품들을 들여왔던 것에 비해, 유독 디즈니의 벽이 높았다는 말이 나온다. 디즈니 뮤지컬의 특성상, 무대 구현력 등 기술적인 완성도와 제작 능력을 요구하는 작품이 많기 때문에 쉽게 국내에 들여올 수 없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최근 들려온 디즈니 작품들의 국내 공연 소식은 공연계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공연 제작사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이 지난 17일(뉴욕 현지시간), 롯데컬처웍스, 클립서비스, 에스앤코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의 인기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을 공동 제작해 국내에 선보인다고 22일 밝혔다. 첫 공동 제작 작품으론 브로드웨이에서 큰 성공을 거둔 최신 대작 뮤지컬 ‘알라딘’으로, 오는 2024년 한국어 공연으로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이번 디즈니와 국내 공연계의 협약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국내 뮤지컬계의 시장성과 제작 능력의 세계적 위상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디즈니의 작품들 대부분이 스케일이 크고 제작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시장성과 제작능력이 바탕이 되지 않는 이상 무대화를 도전하기 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협약은 해외에서의 한국 시장성이 가시화됐다는 의미다.


지난 2018년 11월, 20주년 최초 인터내셔널 투어로 국내에 선보인 뮤지컬 ‘라이온 킹’의 성공은 국내 시장의 성장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에 한정된 시장이 아닌, 대구와 함께 드림씨어터가 개관하면서 제2의 뮤지컬 도시로 거듭난 부산의 성장성이 더해지며 아시아에서의 한국의 중요성을 남다르게 평가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세계에서 국내 뮤지컬 시장의 위상을 입증한 것은 물론, 이번 협약이 국내 뮤지컬계 내실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공연 관객층의 폭이 넓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국내 공연계는 20,30대 여성이 이끌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공연 예매자 중 20대가 39.3%, 30대가 32.3%로 가장 많았고, 남녀 비중은 여성(84.5%)이 남성(15.4%)보다 약 5.5배 많았다.


클립서비스 대표 설도권 프로듀서는 “한국의 공연 시장은 콘텐츠의 다양성, 그중에서도 폭넓은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매우 절실하다. 이는 주니어와 시니어 층이 미래 공연 시장의 성장동력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장기 공연이 흔치 않은 국내 공연계에 새로운 트렌드를 정착시킬 수 있을 거란 기대감도 나온다. 어느 정도의 기간을 올려야 장기 공연인가에 대한 기준을 두긴 어렵지만, 최근 ‘라이온 킹’ 등이 7개월여에 걸쳐 공연되는 등 한국 시장 안에서도 성공적으로 공연 기간을 늘려가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장기 공연이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최근 공연계에서 문제가 됐던 티켓 가격 인상을 둔 제작사와 관객의 갈등도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 프로듀서는 “브로드웨이를 비롯한 공연 문화가 발전한 도시의 수준으로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콘텐츠와 장기공연으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시장으로 성장해야 한다. 이러한 이상적이고 핵심적인 콘텐츠가 바로 디즈니 시어트리컬 프로덕션이라고 본다”고 가능성을 높게 점치기도 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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