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뱅커가 온다③] 스마트폰도 어려운데…어르신·취약층엔 '그림의 떡'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3.02.22 06:00  수정 2023.02.22 06:00

3년새 점포 800개 없어져

10명 중 7명 여전히 ‘내방’

점포 폐쇄 속도조절 필요

디지털 생존 기로에 선 은행들이 인공지능(AI)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역대급 실적 속에서도 행원들은 내보내고 그 자리를 ‘디지털 키오스크’와 ‘AI 행원(뱅커)’으로 채운다는 구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에 따른 비대면 금융 가속화는 AI뱅커의 대중화를 더욱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에 불어 닥친 디지털화의 이면을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시니어 금융 소비자가 맞춤형 서비스를 적용한 ATM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 신한은행

#강원도 정선군에 거주하는 김 모씨(70·여)는 몇 개월째 은행 업무를 보지 못했다. 집 근처 은행이 폐점하고 편의점 점포가 대신 들어섰지만, 스마트폰도 익숙치 않은 김 씨에게 ‘키오스크’ 사용은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주거래 은행을 직접 가려면 버스로만 왕복 두 시간이 걸린다. 설상가상으로 눈도 침침해져 김 씨는 어버이날 연휴에 아들 내외가 방문해 도움을 주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은행권 디지털 금융 전환의 주요 화두로 고령층과 장애인 등 ‘금융소외계층 보호’가 떠올랐다. 고금리에 역대급 실적을 거둔 시중 은행들은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지만, 은행 점포가 빠른 속도로 없어지면서 금융 소외 현상에 소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7개 국내 은행의 점포 수 추이 그래프. 금융감독원 금융정보시스템 참고 ⓒ 데일리안 이호연 기자
◆ 점포・ATM 대신 ‘특화 점포’ 등장

금융 취약계층이 가장 애로사항을 겪는 지점은 오프라인 점포 폐쇄다.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17개 국내 은행(지점・출장소 포함)은 총 5858곳으로 1년 전보다 339개 줄었다. 이 중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영업점수는 2891곳으로 집계됐다. 국내 은행은 2015년(7158곳)부터 점포 수를 꾸준히 줄여왔다. 특히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된 2019년(6714곳)을 기점으로 3년간 356곳이 없어지면서 급감했다.


은행이 점포를 줄이는 이유는 내방 고객이 감소한 가운데, 은행 입장에서도 비대면 업무 보편화로 비용을 부담할 필요성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는 고령자 비율이 높고 낙후된 지역일수록 더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은행들은 올해도 점포 통폐합을 지속할 방침이다. 4대 은행은 올해 1분기까지 77곳의 영업점을 폐점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해당 기간 66곳의 영업점을 문닫는 가운데, 이미 지난달 41곳의 통폐합을 진행했다.


점포 축소와 함께 현금자동입출기(ATM) 기기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기준 4대 은행이 운영중인 ATM기는 1만7554개로 전년 동월 대비 7.8%(1490개) 감소했다. 고기능 무인 자동화기기인 스마트 텔러 머신(STM)도 2019년 말 233대에서 2021년말 258대까지 늘었지만, 올해 1월 197대로 줄었다.


오프라인 점포와 ATM기가 사라진 자리는 공동 점포, 편의점 점포 등 특화점포가 자리하는 중이다. 우리·하나은행은 지난 4월 경기 용인시 신봉동, 국민·신한은행은 최근 경기 양주시 고읍동에 공동점포를 개점했다. 또 국민은행은 이마트 노브랜드, 신한은행은 GS편의점, 하나은행은 CU편의점과 각각 제휴를 맺고 편의점 점포를 선보이는 중이다.


고령층을 위한 차량형 이동점포 'KB 시니어 라운지' ⓒ KB국민은행
◆ 은행 자구책 ‘한계’...금융당국 ‘제동’

디지털 금융 보편화로 은행권도 나름 대안책을 마련해 내놓고 있다. 고령자 특화 영업점을 오픈하거나, 이동 점포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보이는 ARS나 ‘큰 글씨’를 뱅킹 서비스에 적용하고, 모방리 뱅킹 사용설명 콘텐츠 등도 제작・배포하고 있다.


다만 글자크기 확대나 콜센터의 느린말 서비스는 고객 편의성 개선 수준에 그친다는 점, 취약층 전용 영업점은 시범 수준으로 오프라인 점포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고령층 대상 금융교육을 실시하는 곳도 케이뱅크 등 아직은 일부 은행에 불과하다.


금융위가 지난해 하반기 조사한 ‘고령층 친화적 디지털 금융환경 조성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고령층 응답자 중 75.1%가 은행 지점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24.9%가 인터넷 모바일 뱅킹을 이용한다고 응답했지만, 관련 활용법을 테스트한 결과 조작 과정에 오류가 다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의 노력이 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도 팔을 걷어붙였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 강화에 나선다. 은행 점포 폐쇄 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공동·이동점포 등 대체 수단 활성화를 추진한다. 금융소비자가 창구에서 다른 저축은행의 입출금 업무까지 처리하는 ‘프리뱅킹’도 확대 도입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와 관련 최근 “은행이 금융 취약층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지점 수를 줄인다든가 고용 창출 이력을 줄여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AI뱅커가 온다④]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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