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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빙상계 반목 ‘결국 선수만 멍 든다’


입력 2023.02.01 16:03 수정 2023.02.01 16:03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성남시청, 빅토르 안 등 코칭스태프 뽑지 않기로

지금까지 코치 없이 훈련 중인 선수들만 큰 피해

국내 복귀가 무산된 빅토르 안. ⓒ 뉴시스 국내 복귀가 무산된 빅토르 안. ⓒ 뉴시스

파벌 싸움, 짬짜미, 성추문, 동료 험담 등 미담보다 괴담이 더 많은 한국 빙상계가 다시 한 번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논란의 시작은 러시아 전 국가대표였던 빅토르 안이 성남시청 빙상팀 코치직에 지원하면서부터였다.


빅토르 안은 지난 2011년, 당시 소속팀이었던 성남시청이 재정 문제로 빙상팀을 해체하자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해 러시아 귀화를 결심했다.


귀화 당시에는 한때 국내 팬들로부터 동정 여론이 일기도 했으나 현재는 차갑게 식은 상태다. 그도 그럴 것이 빅토르 안은 러시아 귀화 후 이중국적이 가능한 줄 알았다고 해명했으나 그동안 받고 있었던 연금을 일시불로 지급받은 사실이 뒤늦게 공개돼 조국을 등졌다는 비판과 함께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후 행보도 팬들을 실망시켰다. 빅토르 안은 현역 은퇴 후 지도자 길에 들어섰고, 하필이면 한국 대표팀의 최대 라이벌인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직을 맡아 지난해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서 태극마크가 아닌 중국의 오성홍기를 가슴에 달았다.


이에 빙상지도자연맹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 빅토르 안은 물론 함께 면접에 참가한 김선태 전 중국대표팀 감독의 국내 복귀를 반대하며 “공정 대신 사익을 취하는 것은 제대로 된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성남시청 소속의 최민정. ⓒ 뉴시스 성남시청 소속의 최민정. ⓒ 뉴시스

결국 성남시청도 험악해진 여론을 감안, 빅토르 안과 김선태 감독을 최종 후보에서 배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성남시청 소속팀 선수들이 입장을 냈다. 성남시청에는 여자대표팀 에이스인 최민정 등 다수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몸담고 있다.


선수들은 “코치 선발 과정이 외부의 영향력에 의한 선발이 아닌, 무엇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원자 중 코치, 감독 경력이 가장 우수하고 역량이 뛰어나며 소통이 가능한 코치님이 오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논란이 일자 최민정은 SNS 게시글을 일부 수정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성남시청 코칭스태프 선발과 관련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쪽은 역시나 소속 선수들이다.


최민정이 밝혔듯 선수들은 쇼트트랙 전담 코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오랫동안 훈련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자타공인 세계 최고라는 한국 쇼트트랙의 어두운 이면도 함께 공개됐다. 민감한 시기에 입장문을 낸 것에 대한 잘잘못은 차치하더라도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코치 없이 훈련했다는 점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국내 복귀를 시도한 빅토르 안과 김선태 감독의 행보도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자신들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이 분명했음에도 이번 성남시청 코치직을 지원하며 부정여론을 잠재울 어떤 조치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애꿎은 선수들만 지도자 없이 훈련을 이어나가게 됐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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