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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연예단상①] 한우투뿔 배우들의 고생예능 ‘두켓팅’, 그 색다른 맛


입력 2023.01.31 08:00 수정 2023.01.31 08:30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두 발로 티켓팅'의 주역들. 주지훈, 여진구, 민호 그리고 하정우(왼쪽부터) ⓒ티빙 제공 '두 발로 티켓팅'의 주역들. 주지훈, 여진구, 민호 그리고 하정우(왼쪽부터) ⓒ티빙 제공

톱스타 배우 하정우와 주지훈이 예능에 떴다. 1020 세대의 큰 사랑을 받는 샤이니 민호(배우 활동명 최민호)와 여진구도 함께다. 이들이, 게다가 이 넷이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뭉친다고? 믿기지 않는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이 정도 되면 전 세대를 아우를 출연자들이고, 예능에서 보기 힘들던 하정우와 주지훈의 스크린 밖 실사를 보는 재미도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맑고 밝은 민호와 선하고 반듯한 여진구가 ‘형님’들 속에서 어떤 새로운 면모를 드러낼지 궁금증을 자아내다 보니 방송 전부터 화제였다.


지난 19일, 방송을 하루 앞두고 ‘두 발로 티켓팅’(이하 ‘두켓팅’)은 온라인 토크쇼를 통해 시청자를 미리 만났다. 시시각각 터지는 하정우의 입담, 진주가 빼곡하게 달린 스웨터를 입고 나와 형과 동생들의 말에 최고의 리액션을 보이는 주지훈, 카메라에만 비춰도 ‘꺄악’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듯한 미모의 민호, 막내지만 깊은 울림을 지닌 맏형 음색의 여진구가 큰 웃음과 흡족함을 줬다. 뉴질랜드 남섬에서 펼쳐진 8일간의 고생 속에 단단히 다져진 우정과 화합의 묘가 자연스럽게 뿜어 나왔다. 지체할 것 없이, 하루 뒤 오후 4시에 공개되자마자 보고 싶다는 마음을 부추긴 자리였다.


여행의 시작 ⓒ이하 방송화면 갈무리 여행의 시작 ⓒ이하 방송화면 갈무리

바로 봤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아니 벌써 1화 끝. 결제를 부르는 재미에 얼른 구매하고 시청을 이어갔다. 방송 전 토크쇼와 예고 영상은 그야말로 ‘맛보기’에 불과했다.


예능은 처음이어도 듬직하고 배려 넘치는 ‘형아들’, 예능 좀 알지만 롤모델 선배들을 기쁨으로 따르는 순한 ‘동생즈’의 어울림이 즐겁다. 네 명의 장정들이 캠핑 여행을 이어가는 대자연의 풍광을 똑 닮은, 넉넉하고 고즈넉한 선후배의 풍경이 보는 이의 마음을 잔잔하게 다독였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로 보이는, 힐링. 시청자들은 ‘한우투뿔(투플러스 등급의 최고 한우)’ 배우들과 뉴질랜드의 풍광이 모든 걸 해냈다고 호평한다.


프로그램의 취지도 호평받고 있다. ‘꽃보다 할배’ 이후 많은 여행 예능이 있었지만, 출연자가 고생하는 만큼 대중에게 혜택이 가는 프로그램은 없었다. 일명 ‘고생은 내가, 여행은 네가’. 하정우, 주지훈, 민호, 여진구가 생고생 미션을 잘 수행해 낼수록 보다 많은 ‘뉴질랜드 남섬 여행 티켓’이 사연이 당첨된 청춘에게 주어진다.


우리가 몰랐던 스타들의 면면을 알게 되는 것도 ‘두켓팅’의 재미다.


배고픔에 대한 극복 의지가 만들어낸 기적의 뽑기, '금손' 하정우 ⓒ 배고픔에 대한 극복 의지가 만들어낸 기적의 뽑기, '금손' 하정우 ⓒ

먼저 하정우. 웬만한 건 ‘내가 할게’ ‘형이 할게’를 외친다. 장본 짐을 나눠도 가장 무거운 감자 보따리를 등에 진다. 체력 좋은 동생들이 나가떨어질 만큼 잘 걷는다. 걷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일명 ‘걷뛰’, 걷고 뛰기를 교차하며 걷는 데 선수다. 진구와 함께 두 번째 미션 ‘합 12만 보 걷기’에서 선보였는데, 가만 보면 ‘앙대 브라더스’(중앙대 선후배인 하정우와 진구)를 촬영하는 카메라가 없다. 뒷걸음질로 걷고 뛰며 이 두 사람을 촬영하는 건 체력적으로 불가능했고, 하정우가 셀프카메라로 후배와 풍경을 촬영하며 뛰기를 자청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화면에는 계속 여진구와 남섬의 아름다운 호수와 일몰이 보이다 마지막에서야 하정우와 여진구의 투샷이 잡힌다.


멋진 모습만 보인 게 아니다. 하정우는 모든 걸 카메라 앞에 그대로 드러냈다. ‘그놈의 헬멧’이 작아서 첫 번째 미션 ‘자전거로 44km 완주’에서 낙오하자 계속 마음에 둔다. 우리가 고생한 만큼, 우리가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할수록 청춘들에게 더 많은 티켓이 선물되는데 ‘내 몫’을 다하지 못한 자책이다. ‘끙끙 앓던’ 하정우는 바로 다음 날 ‘영웅’으로 등극한다. 전날 식사비 게임에서 26호주달러밖에 확보하지 못해, 닭다리와 소시지 하나씩에 구운 감자만 먹은 동생들에게 200호주달러를 쾌척하는 기적을 이뤄낸다. 마치 모이를 입안 가득 물어와 둥지 안 새끼들에게 내주는 어미새 같은 흐뭇한 미소를 만면에 띤다.


반전의 모습도 있다. ‘상남자’ 외형의 하정우는 매운 걸 못 먹고 고소공포증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래놀라와 살라미를 좋아하고 체질에 돼지고기가 맞고 닭고기는 맞지 않지만, 돈에 맞춰 닭다리를 고른 동생들의 선택에 동의한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구운 닭다리를 호로록 ‘먹방’ 한다. 먹거리에만 호응하는 게 아니다. 입만 열면 후배들의 면면을 칭찬하고 고생에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당연히 유행어도 제조하고 있다. ‘어머나’ ‘세상에나’ 등과 같이 놀라움이나 기쁨을 표현하는 이탈리아어를 평소처럼 사용하자 이제는 민호와 여진구도 즐겨 사용한다. 하정우만큼이나 주지훈 역시 언어 유머 감각이 좋다. 하정우가 ‘소금’을 ‘금소’로 표현하면, 주지훈이 ‘마늘’을 ‘늘마’로 받아친다. 12만 보 걷기 미션에서 사방이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이자 민호는 ‘미아’가 된 것 같다고 말하고, 주지훈은 ‘미아사거리’라고 말하며 부러 해롱거린다.


주지훈의 새로운 발견, 따뜻한 마음에 요리마저 잘하는 '훈맘' ⓒ 주지훈의 새로운 발견, 따뜻한 마음에 요리마저 잘하는 '훈맘' ⓒ

‘두켓팅’에서 새로이 전파된 주지훈의 가장 큰 특성은 따뜻한 마음이다. ‘훈맘’이 별명으로 붙여진 배경에는 경쾌한 소리를 내는 칼질이나 고추장 없이도 빛깔 좋고 먹음직스러운 제육볶음을 해내는 요리 솜씨만 있지 않다. 첫 번째 자전거 미션에서 주지훈은 민호의 엄마 그 자체였다. 체력과 의지는 지구 최고지만, 자전거에는 익숙지 않은 민호를 위해 선두에 섰다. 주변에 사람 하나 없는 광활한 남섬에 부는 바람을 앞서가며 몸으로 막아 주고, 후배에게 가는 바람의 저항성을 낮춰 주려는 배려다.


그렇게 해도 민호는 자꾸만 뒤처졌다. 주지훈은 속도를 줄여 페이스를 맞췄다. 자전거를 끌어 걷기도 하고 잠시 쉬며 초콜릿을 나눴다. 화면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기어 변속을 몰랐던 민호는 오로지 체력과 끈기로 페달을 밟아 그토록 힘들었던 것이었고, 이를 눈치채게 된 주지훈은 기어 변속법을 일러줬다.


후배와의 동행 자전거에서 주지훈은 명언을 상기시켰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인디언 속담 그대로, 주지훈은 혼자 서서 외나무가 되지 않고, 함께 서서 푸른 숲이 되는 쪽을 택했다.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깊이 성장 중인 주지훈이 보이는 대목이었다.


그의 불꽃은 파란색이다, '블루 카리스마' 민호ⓒ 그의 불꽃은 파란색이다, '블루 카리스마' 민호ⓒ

자전거 미션에서 배려를 한 건 민호도 마찬가지다. 기어를 바꾸지 않은 채 그저 근육의 힘만으로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를 때 민호의 다리는 찢어지고 터지는 느낌이었을 터. 하지만 앞서가는 형에게 민폐가 되지 않으려 묵묵히 페달을 밟고 또 밟았다. 한계에 다다라 자전거를 끌거나 배고프다며 초콜릿 섭취를 청할 때도 잠깐의 휴식으로 ‘반짝’ 괜찮아지면 특유의 해맑은 미소와 함께 곧바로 ‘다시 출발’을 외쳤다. 아시아를 제패한 톱스타 아이돌이자 배우로서도 기대 이상의 단단함을 보여 주고 있는 연예인의 뻣뻣함은 온데간데없이 나긋하고 순한 동생의 모습이다.


민호는 해결사 면모도 자랑했다. 예능을 꽤 해오며 터득한 제작진과의 교섭 노하우가 그에겐 있었다. 4명 성인 남자의 식사비로는 26호주달러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 민호는 제작진을 찾아 마트를 나섰다. 비록 4대의 자전거를 두고 도망친 바람에 시도조차 할 수 없었지만, 아픈 자식을 위해 산수유 열매를 따러 가는 아비의 심정으로 돈을 구하러 나선 참이었다. 제육볶음을 만들던 주지훈이 인덕션 온도에 아쉬워할 때 민호는 강력하게 푸른 불을 내뿜는 버너를 가져왔다. 민호를 닮은 불꽃 카리스마 버너 덕에 주지훈은 불맛 나는 제육볶음을 완성했다.


전날의 26호주달러 설움을 날리듯 두 번째 날 식사비 236호주달러를 마트에서 단번에 지출한 ‘여행 보내 DREAM(드림) 단’(이하 ‘여보단’)이 걷기 미션 도중 연어 판매점을 만났을 때, 민호는 다시 한번 나섰다. 첫·두 번째 미션 파트너 주지훈과 함께였다. 꼭 우리가 먹고 싶다는 게 아니라 시청자께 뉴질랜드의 명물 먹거리를 소개하고 이후 당첨돼 오실 청춘들에게 안내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설득한 것도 모자라 제작진에게 설날 세배하듯 엎드려 절했다. 덕분에 멤버들은, 연어를 즐기지 않는다는 하정우까지 다 함께 행복하게 연어를 먹었다.


맏형 같은 막내, 진지해서 더 귀여운 '성실맨' 진구 ⓒ 맏형 같은 막내, 진지해서 더 귀여운 '성실맨' 진구 ⓒ

진구는 중저음의 목소리처럼 진득하게 존재감을 드리웠다. 결코 요란하게 나서지 않지만 성실하게, 열정적으로 ‘두켓팅’에 임했다. 남섬에 도착하자마자 운전대를 잡았고, ‘앙대 형’ 하정우가 운전을 자청하자 내주었다. 주지훈이 제육볶음을 할 때 소리 없이 주방보조가 되어 안정적 칼질로 빠른 식사를 도왔다.


여진구의 근면은 두 번째 미션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자전거를 완주 못 한 ‘미션수행 부족분’을 걷기로 채우겠다는 마음으로, 하정우와 혼연일체가 되어 고군분투했다. 주지훈이 늘 말하듯 체력 좋고 꾸준히 운동하는 자신도 그 페이스에 맞춰 걷다간 도가니가 나갈 정도로 보통의 상상 위에 있는 하정우의 걷기 실력인데, 여진구는 끝까지 해냈다. 여진구의 뜨거운 노력 덕에 12만 보를 넘어 15만 보 달성 인정으로 예정보다 3명의 청춘이 더 여행할 수 있게 됐다.


네 명의 ‘여보단’ 가운데 리액션 일인자를 꼽으라 하면 단연 여진구다. 하정우가 불을 피우기 위해 좀 기다란 나뭇가지만 들고 와도 엄지를 세우며 “(중)앙대의 전설”이라고 추켜세우고, 하정우와 주지훈이 발과 돌로 장작만 부러뜨려도 누아르 영화를 바라보는 팬처럼 “역시 형님들은 멋있어”라며 범접 불가라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선배들의 작은 행동이나 말에도 자신 역시 스타임을 잊은 채 성공한 팬이 되어 감탄한다. 눈여겨보고 가슴에 담아 배우겠다는 순수한 열망도 귀엽다. 여행을 앞두고 많은 걸 공부하고 준비해온 진지함도 예능에 또 다른 재미를 드리운다.


자연과 내가 하나되는 순간, 사람이 자연을 닮는 순간 '힐링' ⓒ 자연과 내가 하나되는 순간, 사람이 자연을 닮는 순간 '힐링' ⓒ

1, 2, 3화에서는 하정우와 주지훈의 인간미가 크게 돋보였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는 3일 오후 4시에 공개될 ‘두켓팅’ 4화에서는 민호와 여진구, 동생들의 재기발랄함과 활약이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전체 8화 가운데 절반도 공개되지 않은 시점,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고 싶다. 이 훈훈한 네 명의 ‘여보단’을 다음엔 어디로 보내면 좋을까? 캐나다, 조지아, 팔라우…어디가 좋을까, 상상은 자유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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