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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추앙' 조코비치, 22번째 트로피 품고 "내 생애 가장 큰 승리"


입력 2023.01.30 07:51 수정 2023.01.30 08:04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1년 전 '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로 추방 당해 코트 못 밟아

방역 정책 완화로 호주오픈 참가, 완벽한 경기력으로 우승

22번째 메이저 우승컵 들고 "가장 힘겨웠던 여정" 고백

2023 호주오픈 정상에 등극한 조코비치. ⓒ AP=뉴시스 2023 호주오픈 정상에 등극한 조코비치. ⓒ AP=뉴시스

메이저대회 22차례 우승을 차지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에게 이번 호주오픈은 가장 어려운 도전이었다.


조코비치는 29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펼쳐진 ‘2023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약 662억6000만원)’ 남자단식 결승에서 2시간 56분 승부 끝에 ‘세계랭킹 4위’ 스테파노 치치파스(그리스)를 세트스코어 3-0(6-3, 7-6<7-4>, 7-6<7-5>) 완파하고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호주오픈 결승에 총 10차례 올라 모두 우승컵을 거머쥔 조코비치는 자신이 보유한 호주오픈 최다우승 기록을 10회로 늘렸다. 22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으면서 라파엘 나달(37·스페인·2위)과 이 부문 공동 1위가 됐다.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세계랭킹 1위 자리도 되찾았다.


조코비치는 결승전에서도 한 세트를 내주지 않았다. 36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무결점 플레이를 선보인 조코비치는 2회전을 제외하면 6경기에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햄스트링이 불편한 선수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완벽한 경기력이다.


이날 역시 그랬다. 서브·포핸드·백핸드·드롭샷 등 흠잡을 데 없었다. 1세트를 어렵지 않게 따낸 조코비치는 2~3세트에서 타이 브레이크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조코비치는 고비에서 냉정하면서도 차분했고, 치치파스는 결정적 범실로 자멸했다. 치치파스(42개)는 조코비치(22개) 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42개의 범실을 기록했다.


치치파스는 2021 프랑스오픈에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로 메이저대회 결승에 올랐지만 ‘호주오픈 사나이’ 조코비치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조코비치전 10연패다.


2008년 호주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조코비치는 이후 2011~2013년까지 3연패, 2015~2016년 2연패, 2019~2021년 3연패를 달성했던 조코비치는 2년 만에 다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어느덧 호주오픈 28연승이다. 이 대회서 조코비치에게 패배를 안긴 마지막 선수는 2018년 16강전에서의 정현(한국)이다.


호주오픈 최강자로 군림해온 조코비치는 이날 시상식에서 "이번 대회는 내 생애 가장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며 "작년에 뛰지 못하고 올해 돌아왔는데 환영해준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어 "이번 우승이 내 생애 가장 큰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큰 부담 속에 치른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며 눈물을 삼켰다.


노박 조코비치 ⓒ AP=뉴시스 노박 조코비치 ⓒ AP=뉴시스

호주오픈에서만 10번째 품은 우승 트로피지만 어떤 트로피 보다 특별한 의미가 있다. 1년 전 추방 당해 코트조차 밟지 못했던 그가 다시 추앙받는 자리에 섰기 때문이다.


대회 3연패(통산 9회 우승) 중이었던 조코비치는 지난해 호주오픈 무대에 출전하지 못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외국인들에 대한 입국 절차를 강화한 호주 정부가 ‘백신 거부자’ 조코비치 입국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대회 출전을 위해 호주에 ‘착륙’했지만 두 차례나 입국 비자가 취소됐고, 이를 놓고 호주 정부와 법정에서 다퉜지만 끝내 추방되는 수모를 당했다.


‘호주오픈 최강자’ 조코비치가 빠진 호주오픈도 뭔가 허전했다. 테니스 팬들도 조코비치에게 “백신 접종 후 출전하면 안 되겠냐”며 그의 결정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뜻을 굽히지 않고 백신 접종을 거부했다. 같은 이유로 미국 US오픈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다행히 지난 여름 코로나19의 위력이 한 풀 꺾이면서 호주 정부가 외국인에 대한 백신 관련 규정을 완화, 조코비치는 다시 호주오픈을 밟을 수 있게 됐다. 아버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조코비치는 코트에서 모든 잡음을 소거하며 세계랭킹 1위 자리까지 탈환, 화려한 대관식으로 왕의 귀환을 알렸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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