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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결선(爲人決選)’, 유승민 잡으려다 김기현 잡나?


입력 2023.01.25 04:04 수정 2023.01.25 04:04        데스크 (desk@dailian.co.kr)

국민의힘 ‘봉숭아 반장 선거’, ‘비윤’에 어부지리 줄 수도

김빠지고 승리도 불확실한 윤심 전당대회

나경원 집단 린치 “정당사에 없는 폭거”

이제라도 공정 선거로 유턴해야 후유증 줄여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기현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 '김기현의 비전과 통합 메시지' 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기현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 '김기현의 비전과 통합 메시지' 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민의힘 당 대표 경쟁이 묘한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김기현이 3주 만에 지지율이 폭등하긴 했다. 단연 1위다. 그러나 이 급격한 성적 향상은 ‘부정행위’ 냄새를 감추지 못해서, 당사자 학생이나 응원 급우들의 표정이 영 떳떳하지 않다. 이래 가지고는 설령 당선된다 하더라도 문제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우, 미가 대부분이던 그의 성적표가 ‘올 수’ 수준으로 껑충 점프한 것은 담임 선생님이 정답을 건네주었기 때문이다. 그 담임은 대통령 윤석열이다. 직접 답을 가르쳐 준 건 아니고, 그의 심부름꾼 장제원 학생이 알아서 정답지를 빼 내어서 중계했을 수도 있다.


진실이 뭐가 됐든, 중요한 건 부정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중위권 학생이 갑자기 부동의 1등으로 올라섰으니 본인도 좀 어색한 것 아닌가?


더구나 담임 윤석열은 조회 시간마다 공정과 자유, 정직을 강조해 온 선생님이었다. 최고 학급으로 이끌기 위해 자기 말을 잘 따를 학생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라고 해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 부정행위 선거판에 얼룩을 덧칠한 사태가 초선 48명의 나경원 집단 린치다. 평소 1등인 여학생에게 이번엔 시험을 아예 보지 않아야 한다고 겁박한 것이다. 시대가 변했어도 한국 사회에는 선후배라는 불문율의, 때로는 아름다운, 질서와 도리가 있다.


그들의 난은 충성 경쟁이었다. 그 충성이 과연, 문재인 일파의 내로남불 위선과 무능의 진보좌파가 5년간 철저히 망가뜨린 나라를 재건하고 있는 윤석열 보수우파 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오직 내년 총선 공천을 받기 위한 줄 서기라고 해야 맞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이로 보나 정치 경력으로 보나 대선배이고, 자기 진영의 몇 안 되는 여자 전사로서 그래도 저들과 싸워야 할 때(조국 사태 당시 원내대표) 아스팔트 전투에 팔 걷고 나섰으며, 윤석열 당선을 위해서는 링거 꽂아가며 목이 터져라 유세를 한 사람에게 할 짓은 아니다.


그 규탄 성명서에 쓰인 용어와 표현도 아주 저열한 수준이다. 보수우파의 밑바닥을 드러냈다. 도대체 그녀가 무슨 잘못을 얼마나 했기에 ‘사기꾼’이란 말을 들어야 하는가?


“대통령과 참모를 갈라 치면서 당내 갈등을 부추겨 그것을 전당대회 출마의 명분으로 삼으려 한다. 말로는 대통령을 위한다면서 (사실상) 무능한 리더라고 모욕하는 건 묵과할 수 없는 위선이며 대한민국에서 추방돼야 할 정치적 사기행위다. (대통령의 뜻 왜곡과 갈등 조장에) 사과하고 4선 전 의원답게 정도를 걸으시길 간절히 부탁드린다.”

이 초선들의 난동 전에는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사람이 나경원의 ‘실언(두 장관급 공직 해임 조치가 대통령 본의가 아니고 참모들의 잘못일 것이라는)’에 대해 공개적으로 정면 반박했다. 매우 이례적이다.


김대기는 야당의 윤석열 정부 발목 잡기 등 중요 이슈에는 한 번도 나선 적이 없다. 그런 참모가 윤심(尹心, 대통령이 김기현을 당 대표로 선호하는)에 반하는 나경원에게 쌍심지를 킨 것이니 참으로 가관이었다.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었다. 국익을 위해 분초를 아껴가며 경제 외교 활동을 하고 계시는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다.”

나경원은 이번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열성 보수우파, 특히 윤석열 지지자 눈높이로 볼 때 문제 있는 처신이 없지 않았고, 불필요한 실수도 했다. 그러나 그것이 시험장에 들어갈 자격까지 박탈당해야 할 문제는 아니다. 시험은 보게 하되 주관식 채점을 박하게 하면 되지 않는가?


윤석열에게 쓴 소리를 자주 해 열성 지지자들로부터 좋은 말을 못 듣는 이명박의 2인자 이재오가 나경원 집단 따돌림에 “부끄럽다”라고 했다.


“아무리 총선이 내년에 있다고 하지만, 세상에 초선 의원들이 자기 당 중진 인사에게 줄지어 성명서를 낸다? 이는 정당사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에게 잘 보이고 싶다고 해도 그래선 안 된다. 그렇게 한다고 (대통령에게) 잘 보여지지도 않는다. 일회용일 뿐이다.”

이재오 말대로, 이번 서명을 주도한 극성 윤빠 초선들에게 다음 공천을 주지 않는 것이 개혁이고, 윤석열이 원하는 물갈이 원칙에도 부합한다. 양식 있는 당원들은 이를 지켜볼 것이다.


국민의힘은 당원 투표 100%로 당 대표를 뽑는 룰을 바꾸면서 결선 투표제도 도입했다. 위인설법 식 ‘위인결선(爲人決選)’이다. 무시 못 할 지지율의 ‘반윤’ 유승민을 확실히 제거할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묘수가 김기현을 잡게 생겼다. 현재 여론조사로는 그가 1등이긴 해도 예선에서 과반에는 못 미치는데, 본선에서는 안철수가 2등으로 올라올 경우 진다. 물론, 안철수도 레이스 종반에서 늘 무너지는 경향이 있는 선수라 이 여론조사대로 안 될 가능성이 많긴 하다.


어쨌거나 담임(또는 그의 꼬붕)과 학생의 부정과 응원군의 폭력으로 집권당 대표 선거가 김이 빠져 ‘봉숭아 전대’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거칠게 밀어붙이던 학생의 반장 당선도 불확실해져 버렸다. 친윤인 듯 비윤인 듯 한 정체불명 학생에게 어부지리를 안겨 줄 수도 있다.


이제라도 자유와 공정을 회복시켜 정도로 유턴해야 후유증을 그나마 줄여 당이 사는 길이다.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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