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D:인터뷰] 전미도 “채송화와 다른 러빗부인,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해요”


입력 2022.12.06 08:40 수정 2022.12.06 08:4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뮤지컬 '스위니토드' 러빗 부인 역 출연

2016년 초연 이후 6년 만

배우 전미도가 뮤지컬 ‘스위니토드’의 러빗 부인으로 돌아온다. 지난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그 사이 전미도는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서른, 아홉’ 등에 출연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다시 돌아온 무대에 대한 기대감은 물론, 대중의 평가에 대한 부담도 가질 수밖에 없는 위치가 됐다.


지난 1일 개막한 ‘스위니토드’는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아내와 딸을 빼앗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이발사 스위니토드가 세상을 향해 복수를 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 2007년 국내 초연 이후 2016년과 2019년 무대 이후 3년 만의 재공연이다. 전미도는 극중 스위니토드의 복수를 돕는 파이 가게 주인 러빗 부인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오디컴퍼니 ⓒ오디컴퍼니

“‘스위니토드’는 저에게 너무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작품이에요. 무대 위에서 너무 재미있었고 관객들이 좋아해주신다는 걸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역할이었거든요. 재연에 참여하지 못해서 굉장히 아쉬웠는데, 6년 만에 다시 러빗 부인을 연기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연습을 하면서 새삼 러빗 부인이 얼마나 매력적인 역할인지 분명히 느끼고 있습니다.”


초연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전미도는 이제 40세가 됐고, 6년의 시간 동안 그가 보여줄 러빗 부인의 연기는 더욱 무르익었다. 경험이 쌓이면서 인물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지면서다.


“초연 때는 단순히 코믹적인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더 인간적으로 이해되는 부분들이 있어요. ‘이 여자라면 그런 선택들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라고 조금 더 이해를 하고 있는 중이에요. 예를 들어 이 여자가 선택하는 모든 것이 토드 때문이잖아요. 토드와 함께 하고자 하는 그 욕망 때문에 모든 것을 선택해요. 혼자 사는 여자가 장사 안 되는 파이 가게 운영하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더구나 과거에 흠모하던 남자,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남자라면 더 그럴 것 같기도 하고요.”


ⓒ오디컴퍼니 ⓒ오디컴퍼니

같은 역을 나눠 연기하는 배우 김지현, 린아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전미도에 대한 관심이 높은 건 단순히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초연 당시 전미도는 이 역할로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때문에 그가 어떻게 이 인물을 다시 만들어낼지에 대한 뮤지컬 팬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제가 추구하는 건 악하고 인간적인 면을 적절히 녹여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주인공은 자기 욕심에 인물을 좋은 사람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은 욕심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 역할은 마냥 그렇게 보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아주 나쁜 선택을 하고, 어리석은 욕망을 보여주지만 그런 것들이 인간적으로 보여졌으면 좋겠어요. 엉뚱한 모습은 사랑스럽게 보여져야 하고요. 그런 다양한 모습들이 나일수도 있고, 내 주변의 인물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으면 해요. 아마 공연이 끝날 때까지 이런 러빗 부인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 같아요(웃음).”


‘스위니토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음악’이다.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복수하는 내용과 잘 어우러지는 음산한 분위기의 음악들은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이기도 하다. 대중적으로 누구나 좋아할 만한 노래는 아니지만 분명히 중독성이 있고 마니아층이 확실하다. 전미도 역시 ‘스위니토드’의 음악적 매력에 푹 빠진 작품의 팬이기도 하다.


“작곡가인 손드하임이 수학을 했다고 들었는데, 음악도 수학적으로 정교하게 잘 짜여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르는 사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죠. 대사가 가지고 있는 뉘앙스를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 음가를 붙였다는 게 너무 잘 느껴지거든요. 처음 듣는 사람은 어려울 수 있을 것도 같아요. 그런데 여러 번 듣다 보면 말하고자 하는 사람의 감정을 수학적으로 전달하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공연하는 사람은 좋아서 미칠 정도고요. 사실 어려워서 미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하하.”


ⓒ오디컴퍼니 ⓒ오디컴퍼니

전미도는 평소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도전 정신이 강한 것으로 팬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그가 참여했던 작품들의 면면만 봐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깨는 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다. 그런 전미도에게도 ‘스위니토드’는 피하고 싶었던 역할이었다.


“욕심이 나서 새로운 도전을 하지만 후회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래도 피 땀 흘린 역할에 박수를 쳐준다는 것에 감사함과 보람을 느끼고, 힘들었던 걸 잊고 또 도전하는 것 같아요. 그런 저인데 ‘스위니토드’는 처음엔 거절했어요. 제가 30대 중반이었는데 40대 중반으로 명시되어 있고. 지금까지 했던 역할이 풍채 있고 연령대 있던 사람들이 하던 역이어서 제가 할 수 없는 역할일 거라고 생각했죠. 다행히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다양한 러빗 부인들을 보면서 정형화되어 있는 인물은 아니라고 느껴서 함께 하게 됐어요. 놀라운 건 이 역할은 선택하고 난 이후에 뒤를 돌아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작품에 대한 애정이 큰 만큼, 대중적인 평가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물론 매체 연기를 통해 얻은 대중적인 인지도가 작품의 단기적인 흥행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배우로서 자신의 연기를 통해 뮤지컬에 입문한 대중들에게 어떤 첫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럽게 따라 붙었다.


“포스터만 보고도 놀라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이 역할을 어떻게 받아들여주실지 궁금해요. 혹시나 채송화의 모습을 기대하던 관객들이 실망하진 않을까, ‘저런 모습도 있네’하고 좋게 받아들여 주실까. 특히 제 공연을 처음 보러 오는 사람들은 이 작품을 통해 앞으로 뮤지컬을 더 볼지, 그렇지 않을지 결정할 테니까 조금 걱정이 되긴 하죠. 그런 우려를 가지고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동명의 영화를 많이 보고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럼 공연이 조금 더 재미있을 것 같거든요(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