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추진위 시위 영상에 주민 얼굴, 車 번호판 등 개인정보 노출
동의 없는 촬영시 '초상권 침해'…민법상 손배소 휘말릴 수도
소음 항의 시민에 카메라 들이대고 폭언까지…행복추구권 외치며 이중적 행태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시위대가 서울 한남동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이다 항의하는 주민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는 곳을 말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회 유튜브 캡처.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 일부 주민들의 무분별한 시위 행태로 시위 지역인 한남동 주택가 주민들이 고통이 날로 커지고 있다. 시위 구호 등을 외치는 소음으로 평온한 일상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얼굴과 자동차 번호판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기도 한다. 항의라도 했다가는 폭언을 듣기 일쑤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GTX-C 노선 수정을 요구하며 서울 한남동 일반 주택가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된 시위는 5일 현재까지 24차례에 이른다.
이들이 공사 예정지인 은마아파트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공사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사옥도 아닌, 은마아파트에서 무려 10km 가까이 떨어진 한남동까지 가서 시위를 벌이는 것은 이곳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건설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이니 정 회장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200~300명의 시위 참가자들은 버스를 타고 단체로 이동해 과격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팻말을 든 채 주택가를 행진하는가 하면, 시위 과정에서 확성기를 동원해 과도한 소음을 유발면서 인근 시민들에게 극심한 고통과 불편을 끼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추진위 측이 시위 현장을 유튜브를 통해 중계하는 과정에서 주택가를 지나는 일반 시민들의 얼굴과 차량번호 등을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추진위 측은 유튜브 채널에 지난 3주간 이어진 걷기집회 등 대규모 시위는 물론 1인 시위 중계 영상 등을 공개하면서 시위 현장을 지나는 시민들의 얼굴과 자동차 번호판 등 민감한 정보를 모자이크 처리 없이 내보내고 있다.
영상 속 인물이나 특정 번호판 차량이 언제, 어디를 향해 이동했는지 등의 사적인 정보가 영상을 접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개되고 있는 것이다.
타인의 얼굴이나 신체적 특징을 동의 없이 촬영하고 방송하는 경우나 차량 위치정보 등을 공개하는 것은 초상권과 사생활 비밀 불가침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의 시위처럼 도로 등 공개된 장소에서 촬영이 이뤄지고, 우연히 지나가던 행인의 얼굴이 영상에 노출됐다고 해도 초상권 침해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차량 번호판 역시 마찬가지다. 사전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면 모자이크 처리 등 타인을 식별하지 못하도록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초상권 침해를 입은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민법상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가해자가 욕설을 하거나 비방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면 형법상 명예훼손, 모욕 등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가 개인정보 노출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추진위 측은 시위 홍보를 위한 전단지에 특정 기업인의 개인정보인 자택 주소를 적시해 공개된 장소인 엘리베이터에 부착했고, 해당 전단지가 촬영돼 인터넷에 올라가며 문제가 되기도 했다.
개인정보가 담긴 사진과 영상은 인터넷에 일단 공개되면 즉각적인 조치가 어렵고, 악의적 복제 및 이용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피해자가 초상권 침해 피해 신고 및 삭제를 요청하는 방법이 있지만 피해 당사자가 촬영 사실을 인지하기 쉽지 않고, 사진이나 동영상 등 증거 자료를 직접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신속한 대처에 한계가 있다.
실제, 지난해 안산시는 아동성범죄자 조두순 거주지 주변서 촬영된 40여건의 SNS 영상으로 인해 주변 시민들의 초상권이 침해되고 사생활이 고스란히 노출됐다며 삭제를 요청했지만, 정작 유튜브 측이 조치에 착수한 것은 요청 3개월 후였다. 그 사이 해당 영상들은 이미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사이버 상에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퍼져 나갔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측은 ‘행복 추구권’을 위해 시위를 벌인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GTX 사업과 무관한 한남동 주민들의 행복 추구권은 짓밟으며,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에게 강압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에 ‘이중적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회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한 시위 영상을 보면, 추진위 측 일부 주민들이 시위 소리가 시끄럽다며 항의하는 일반 시민의 얼굴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건설사 쪽이냐, 어디냐”, “주민이라면 어디 사느냐?”고 다그쳤다. 주소를 말하지 않자 “이사람 주민 맞느냐”, “아니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한남동 지역 한 주민은 “기업인의 이웃에 살고 있다는 것이 죄인가? 자신들의 권리가 소중하다면, 집에서 평소대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싶은 이곳 주민의 권리도 소중하다는 점을 시위대가 반드시 알아야 한다. 누구도 타인의 사생활 평온을 방해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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