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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왜 '우리 부모님이 달라졌어요'는 없을까


입력 2022.11.27 14:14 수정 2022.11.27 14:16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팟캐스트 '이상한 나라의 부모님' 인기

부부, 육아, 연애 등 관계에서 생기는 고민을 상담해 주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방송가를 주름잡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오은영을 비롯해, 마인드 카페 정신건강의학과의원장 양재진 등 전문가들을 섭외해 출연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시청자들의 위로와 공감을 건네며 순기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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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색깔의 프로그램 부재다. 상담 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반인 출연자들의 문제점을 짚거나 이들이 고민하고 있는 행동 배경을 알아볼 때, 어릴 때부터 부모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신체적 학대를 비롯해 정신적 학대, 가스라이팅, 애정 결핍, 소통 부재 등이 자주 문제로 거론되고는 한다.


방송 관계자들은 부모, 자식 관계 간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의 등장이 까다로운 배경에는 부모가 자식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건 효를 강조하는 우리나라 정서에 반(反) 하는 것으로 여기는 정서가 깔려 있다고 말한다.


한 방송 작가는 "접근을 잘못하면 프로그램 시작하기 전부터 '불효', '패륜' 등 낙인 찍힐 수 있는 아이템이다. 사회적인 인식이 변화하고 있지만, 부모에게 상처 받은 이야기나, 고발하는 걸 예능으로 풀 수 있는 분위기가 보수적인 방송가에서는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TV에서는 이 같은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문제가 있는 부모와 자식 관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팟캐스트가 존재한다.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는 '이상한 나라의 부모님'이라는 코너를 통해 제목 그대로 '이상한 부모님'을 가진 사연들은 재치 있게 소개한다.


재혼가정에서 자란 사연자가 중학교 시절 친구에게 엄마의 결혼식을 고모 결혼식이라고 거짓말한 사연, 아빠에게 모텔 쿠폰을 받은 사연, 아빠가 사위를 데리고 노래방에 가 도우미를 부른 사연 등 마치 '누구의 부모님이 더 이상 한가'를 두고 겨루듯이 사연자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청취자들과 공유한다. 진지하거나 고민을 해결하기보다는 웃음으로 승화시켜 공감에 초점을 맞춘다.


'이상한 나라의 부모님'의 등장은 결국엔 과거, 사회적 분위기에서 오는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나아가 한국의 과한 자녀와 부모의 애착이 만들어낸 자녀에 대한 기대감들로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면서 자란 현재, 똑똑해진 부모들이 아이를 자신이 크든 방식대로 키우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부모-자녀 관계를 수평적이고 수용적으로 바꿔나가는 과정인 셈이다.


강륜아(루나) 심리상담가는 "예를 들면 부모가 아무리 잘못됐다고 가까운 지인이 말하는 순간이 그때 뿐이라면, 방송은 보다 더 객관적 입장으로 되돌아볼 수 있다. 잘못된 것을 빨리 인지하고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방송은 타개된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가지고 갈 수 있도록 하는 관찰자의 눈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긍정적 역할을 하기에 조금 더 다양한 시각과 관계를 조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등장은 언제나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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