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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선의 결정적 장면㊼] ‘클래식’ 김혜수의 이유 있는 불패 신화


입력 2022.11.11 08:38 수정 2022.12.09 16:21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홍종선의 결정적 장면㊼] ‘클래식’ 김혜수의 이유 있는 불패 신화

배우 김혜수 ⓒ이하 출처= tvN 홈페이지 현장포토 배우 김혜수 ⓒ이하 출처= tvN 홈페이지 현장포토

배우 김혜수의 연기는 ‘클래식’하다. 고전적이다. 고전이라는 건 시대를 초월해 유의미하다. 그렇다고 해도 20세기에 칭송받았던 연기, 작품마다 달라지는 캐릭터를 ‘극대화해서’ 그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21세기에도 박수받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요즘엔 노래도 연기도 힘을 뺀, 일상에 가깝게 자연스러운 방식이 선호된다. 하지만 배우 김혜수는 매번 온 힘을 다해 그 캐릭터에 다가가고, 표현을 뚜렷하게 극적으로 하고, 새로운 캐릭터가 시작됐음을 선명히 하는 하나의 특징을 부여한다.

다소 과할 수 있고, 뜨거울 수 있고, 전형적일 수 있는 연기임에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매주 새로운 회차를 기다리게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독서가 취미인 배우의 '책' 고르는 안목 ⓒ 독서가 취미인 배우의 '책' 고르는 안목 ⓒ

우선 극본 고르는 안목을 꼽고 싶다. 김혜수는 최고의 명작, 최고의 인기작을 고르기보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작품을 기막히게 알아본다. 많은 배우가 자신의 그릇 크기나 색깔을 고려하지 않고 작품 욕심을 낸다.


두 번째는 자신이 선택한 작품에 대해 확실하게 책임지는 자세를 들 수 있다. 본인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김혜수는 작품에 집중하고 몰입한다. 그 캐릭터와 결혼한다.


본인 캐릭터 연기에만, 자신이 빛나는 일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작품 전체를 위해 힘쓴다는 후문은 작품이 끝날 때마다 들려온다. 후배라 할지라도 원활한 촬영 스케줄 조절을 위해 ‘대기 시간’을 마다하지 않고 양보한다. 드라마 ‘하이에나’의 공동 주연이었던 배우 주지훈은 이런 배려심을 높이 산 바 있다.

작품 외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자주 들려왔다. 영화 ‘굿바이 싱글’을 함께한 배우 마동석, 영화 ‘내가 죽던 날’의 파트너 이정은 배우는 김혜수라는 배우의 지독한 집중력에 대해 극찬했다. 생활인의 냄새가 나지 않을 만큼 연기자로서만 촬영 기간을 보낸단다.


대비(김해숙 분)의 심부름을 하던 신 상궁(박준면 분)도 내 사람으로 얻을 줄 아는 중전 화령의 인간미 ⓒ 대비(김해숙 분)의 심부름을 하던 신 상궁(박준면 분)도 내 사람으로 얻을 줄 아는 중전 화령의 인간미 ⓒ

사실, 이렇게 하는 배우가 김혜수만 있겠는가. 지난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이래 만 36년을 계속 정상을 지킨다는 것, 신작이 나온다고 하면 기대하게 하는 것, 이 어려운 일을 김혜수가 해내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10대의 김혜수는 이제는 고인이 되신 대선배 김성원(드라마 ‘순심이’)과도 길용우 선배(드라마 ‘사모곡’)와도 부부 연기를 했다. 작품을 위해선 대범하게 노출했다(영화 ‘분홍신’ ‘타짜’). 캐릭터를 위해선 흰머리도 하고 주근깨도 그리고 불룩 나온 배도 만들었다(영화 ‘차이나타운’). 빨간 내복을 입고 다리를 찢고 댄스도 했다(드라마 ‘직장의 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영화를 위해선 민낯을 드러내고(‘내가 죽던 날’), 인터뷰 장소에도 노 메이크-업으로 나타나지만, 레드카펫에선 누구보다 배우다웠다. 그 누구도 소화하거나 엄두 내기 힘든 스타일을 선택했다. 가정사가 고단하고 가족으로 힘들어도 애써 드러내지 않았다. 자연인의 모습은 감추고 배우로서 대중 앞에 섰다. “배우는 분칠하지 않은 얼굴을 내보이는 게 아니라”시던 고 김무생 선생의 배우론을 따랐다.


차가운 카리스마와 따뜻한 모성 사이 ⓒ 차가운 카리스마와 따뜻한 모성 사이 ⓒ

최선을 다하는 과정들이, 노력의 시간이 쌓이고 쌓여 ‘호감’을 형성했다. 우리는 김혜수를 좋아한다. 배우 김혜수를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신작을 공개하면 우선은 본다. 다른 배우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비평할 준비가 늘 돼 있지만, 이번에도 어려울 듯하다.


8화까지 방영된 ‘슈룹’(연출 김형식, 극본 박바라, 제작 스튜디오드래곤·하우픽쳐스). 중전으로서의 모습보다 어미로서의 측면이 강조된 임화령 역에 대해 1, 2회 정도까지 갸우뚱하던 시청자마저 이제는 다 제 편으로 만들었다. 사극에 어울리는 말투와 움직임인가의 문제를 넘어 제 모든 것을 걸어 자식을 지키려는 어미의 피눈물 나는 사투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세상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가진 자식의 마음을 알아주고 지켜주는 엄마의 뒷모습. 슈룹이 계성대군(유선호 분) 쪽으로 기울었다. 세상 모든 엄마의 마음. 배우 김혜수는 미혼임을 잊게 하는, 엄마에 '빙의'된 실감 연기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세상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가진 자식의 마음을 알아주고 지켜주는 엄마의 뒷모습. 슈룹이 계성대군(유선호 분) 쪽으로 기울었다. 세상 모든 엄마의 마음. 배우 김혜수는 미혼임을 잊게 하는, 엄마에 '빙의'된 실감 연기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슈룹’, 우산의 순우리말. 배우 김혜수는 자신의 모든 정성과 시간을 갈아 넣은 임화령 캐릭터로 작품을 감싸고 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사극 버전이냐를 비롯해 혹시나 쏟아질 수도 있었던 비판의 화살들로부터 드라마를 보호하고 출연 배우들을 보호하는 슈룹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제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기는 이들은 보이지 않고, 애 시청자가 되어 9화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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